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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학대 의심 사건 일어나

작성자 2018-05-08 최고관리자

조회 253

 

 

유명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학대 의심 사건 일어나


 

 

 

 

"장애인 아들 배에 든 퍼런 멍, 그러나 가해자가 없다"..경찰 수사 나섰으나 CCTV 없어 수사 미궁에

“손이 부러지고 배가 터졌는데 가해자는 없다네요.”
 
국내 한 유명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적장애를 앓던 한 장애인이 시설 내에서 손가락이 골절되고 복부 장기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는데, 시설 내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가 없어 경찰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장애인의 부모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원인 모를 이유로 다치더라도 중증 장애인을 맡아줄 다른 시설을 찾기 어려워 참았다. 그러나 더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간의 학대 의심 정황과 장애인 보호 정책의 허점을 소상히 털어놨다.
 
손가락 골절·복부 파열됐는데 “우린 죄 없어”
 
지난해 서울 한 중증장애인시설에 들어간 지적·지체장애 1급인 이한성씨(22·가명). 해당 시설은 해마다 연예인과 국회의원, 정부 관리들이 찾아와 봉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씨의 부모는 이름이 알려진 만큼 믿을만한 곳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신뢰는 금세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씨의 손가락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산산이 조각나면서다.
 

지난해 9월10일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던 이모군이 다발성 골절상을 당했다. 시설에서는 '본인 부주의'를 이유로 말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외력'을 의심했다. / 사진=이씨의 부모 제공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해 9월. 시설에 있던 이씨가 오른쪽 손에 골절상을 입었다. 시설 원장은 “한성이가 스스로 손가락을 깔고 앉다 다쳤다”고 했다. 그러나 진료를 본 의사는 “성인 남성이 다발성 골절을 입으려면 무거운 쇳덩이에 찍히거나, 누군가가 고의로 손을 강하게 짓밟는 등 강한 외력이 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엉덩이에 손이 깔린 정도로는 손가락 뼈의 마디마디가 골절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씨의 어머니는 “처음 원장한테 한성이가 손을 다쳤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별일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붕대를 풀고 한성이를 손을 보는 데 정말 처참하더라”며 “다친 이유를 원장에게 물었더니 되레 ‘왜 그걸(붕대를) 풀어봤냐’며 따졌다. 온 가족이 분노했지만 어렵게 들어간 시설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3월1일 이씨가 장애인 시설 내에서 외상으로 추정되는 장기파열 부상을 입고 다음날인 2일 응급수술을 받았다. 당시 이씨의 배에는 멍이 들어있었으나 시설 측은

 
이씨의 부모는 학대가 아니길 바랐다. 시설 내 관계자들의 선한 미소를 믿었다. 그래서 애써 잊었다. 이씨의 다친 손이 아물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사고는 또 터졌다. 지난 3월1일 이씨의 어머니는 시설 원장으로부터 ‘한성이의 배가 갑자기 부풀고 제대로 서지 못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급히 시설을 찾은 이씨의 부모. 아들의 배에는 시퍼런 멍 자국이 선명했다. 그날 밤 부모는 이씨를 데리고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진단 소견은 결장의 손상 및 늑골의 다발골절, 복벽의 타박상, 소장의 손상. 의사는 이씨의 부모에게 “외부로부터 심한 충격을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3월2일 이씨는 대장절제술 및 대장조루술, 십이지장절제술 및 십이지장 공장문합술, 복강내 혈종 제거술을 시행 후 패혈증 쇼크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후 시설 원장은 이씨 부모와의 통화에서 “난 체한 줄로만 알았지 왜 그렇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정말 (학대가) 아니었더라도 자신이 돌보던 아이가 저렇게(중환자실 입원)까지 됐다면 병원에 오거나 사과라도 건네는 게 상식 아닌가. 어떻게 저렇게 무심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증거 없어 수사 미궁…“CCTV 의무화 시급”
 
이씨 부모의 고소로 경찰은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시설 내 CCTV가 없고 내부 목격자가 없어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전원을 불러 조사했지만, 모두 (폭력)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명확한 증거나 증언이 없어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보호시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사고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중증 장애인의 경우 증언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 1484곳 중 CCTV가 설치된 시설은 단 540곳(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거주시설 3곳 가운데 2곳은 최소한의 인권침해 예방장치인 CCTV가 한 대도 설치되지 않은 셈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장애인 복지시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현재 상임위 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최근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법안 논의도 진척없이 표류 중이다.
 
2년 전까지 장애인 시설에서 근무했다는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어린이집 학대사고가 뉴스에 나왔는데, 장애인 보호시설이야말로 학대의 사각지대다. 일명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체벌을 가하는 걸 목격한 적도 여러 번이지만 폭행과 구분이 어려워 문제 삼기 어려웠던게 사실”이라며 “학대가 아니더라도 장애인 간 폭행이나 질병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게 CCTV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학대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보건복지부는 오는 25일부터 전국 읍·면·동에서 장애인 발달 장애인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조사는 5월 한 달간 이뤄진다. 조사 대상자는 18세 이상 70세 이하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중 단독가구나 한부모 가구, 또는 부모와 함께 거주하더라도 부 또는 모가 지적장애인·정신장애인·언어장애인 등이다. 또한 장애인시설로 신고하지 않고 ‘ㅇㅇ공동체’등의 형태로 주택 등에서 여러 명의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미신고시설도 함께 조사하도록 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을 통보받은 전국 지자체에서는 현장 조사를 통해 피해 장애인을 즉시 분리하여 피해자쉼터 등에 보호하게 된다. 장애인 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 범죄를 알게 되면 누구든지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1644-8295)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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