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사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됨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활동지원사들도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가져야 한다. 따라서 중개기관은 활동지원사가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활동지원현장에선 초장시간 노동현장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을 환영한다면서도 현장에서 휴게시간을 실제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논란이 있어 왔다. 이에 대해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중 범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에서 보건복지부의 구체적 안이 드러났다.
복지부는 “사회복지서비스업이 7월 1일부터 특례업종에서 제외됨에 따라 거주시설 종사자 증원이 필요하며, 장애인 활동지원 등 돌봄서비스 노동자의 휴게시간 부여 등에 애로가 예상된다”면서 “‘고위험 최중증 장애인’ 돌봄인력의 휴게시간 준수를 위해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고위험 최중증 장애인’이란 활동지원사 부재 시, 생명·상해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장애인, 독거 및 취약가구 최중증 장애인을 지칭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①교대 근무 ②휴게시간에 한해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 예외적 허용 ③휴게시간 대체인력 지원이라는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오경희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행정사무관은 1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이는 확정된 것이라면서 “세 가지 안 중 이용자가 개인사정에 맞는 안을 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을 고려한 근로기준법 적용으로 활동지원사가 ‘쉴 권리’를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 ‘교대근무, 가족활동지원 허용, 대체인력 지원’ 세 가지 선택지 제시
“모든 이들에게 대안 줄 순 없어… 최대한 현장에서 적응해 나가야”
첫 번째는 교대근무제다. 예를 들어, 한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지원사 A를 통해 하루 16시간의 활동지원을 받는다고 해보자. 이 이용자는 새로운 활동지원사 B를 고용해 하루 16시간을 8시간씩 둘로 쪼갠다. A가 8시간, B가 8시간 일하게 되는데, 이 둘은 한 시간의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가져야 한다. 이때, 이 한 시간을 교대 근무 형식으로 하는 거다. A가 7시간 근무 후 1시간 쉴 때, B가 그 1시간을 채운다. 이후 A가 나머지 1시간 일할 때 B가 1시간의 휴게시간을 가진 뒤 나머지 7시간 근무를 하는 식이다.
두 번째는 휴게시간에 한해서만 가족활동지원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안이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법에선 활동지원기관이 매우 부족한 섬과 같은 외딴곳이나 이에 준하는 지역,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사유 또는 수급자가 감염병 환자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가족의 활동지원이 허용되는데, 이와 함께 휴게시간에 한해 가족활동지원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최근 가족활동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고, 현재 정부도 가족활동지원 허용 관련한 시범사업을 계획 중이어서 이를 포함하게 됐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청년일자리 사업으로 대체인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행정안전부의 청년일자리 사업으로 휴게시간을 대체할 인력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행정안전부의 ‘민간취업연계형 청년일자리 사업’에 휴게시간 대체인력을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아직 추경예산이 편성된 것이 아니어서 올해 사업 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확정되더라도 이는 신청한 지자체에서만 시행할 수 있다.
현재 복지부는 고위험 최중증 장애인을 전국적으로 700명 정도로 보고 175명 정도의 대체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명이 4명씩 맡는 꼴이다. 대체인력은 34세 이하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고용될 경우 이들은 중증장애인의 집을 직접 방문해 장애인을 지원하게 된다. 단, 이들이 활동지원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 사무관은 “휴게시간은 급여시간 연장이 아니다. 이용자는 근로자의 쉬는 시간에 업무 지시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오 사무관은 “하루 24시간 필요한 분들은 (활동지원 없을 때) 과거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그래서 옆에 돌봐드릴 사람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활동지원과 동일한 서비스는 아니나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청년일자리”라면서 “유사시를 위해 활동지원 교육은 할 예정이나 메인서비스는 활동지원이 아니며,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신문 읽어드리기 등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 활동지원사는 휴게시간 전 가사, 신변처리, 복약 등 업무를 완료해야 하며, 휴게시간에 투입된 대체인력은 응급상황 발생 시에만 지원하게 된다. 이에 대해 ‘활동지원 제도 애초 목적과 달리 장애인 이용자가 휴게시간 일정에 맞추게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오 사무관은 “아니다. 휴게시간 전에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면서 “휴게시간은 급여시간을 연장해드리는 게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이를 고위험 최중증 장애인(최중증와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들은 하루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로 대체인력안을 선택하게 됐을 시 사실상 하루 3시간이나 활동지원을 못 받는 셈이 된다. 왜냐면, 복지부의 말대로 대체인력이 오는 시간은 활동지원 급여가 제공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로는 ‘대기인력’에 가깝다.
이로 인해 고위험 최중증 장애인이 대체인력 투입이 아닌 다른 안을 고려한다고 했을 때 그가 독거라면 가족활동지원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실제 대다수 중증장애인들은 가족에게 활동지원 받는 것을 원치 않아 한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교대근무제다. 그러나 이 역시 활동지원사끼리 매끄럽게 시간 연결이 될 때 가능한 일이다. 만약 장시간 이동(서울에서 부산으로)하거나, 타지에서 숙박 등의 여행 일정이 있다면 어떠한 선택지도 택하기 어렵다. 휴게시간 준수가 의무적으로 모든 활동지원사에게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대근무의 경우, 하루 16시간만큼의 서비스양이 나오는 이용자는 고려해볼 수 있지만 하루 10시간가량을 이용하는 이용자라면 택할 수 없는 안이기도 하다. 또한,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던 활동지원사 입장에서 본다면, 교대근무는 임금이 ‘반토막’나는 일로 그는 이를 메꾸기 위해 저임금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높다.
그뿐만 아니라, 설령 휴게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활동지원사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독립된 휴게공간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1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졌을 때, 이용자의 집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던 활동지원사는 그 공간에서 어떤 형태로 편히 쉴 수 있을까.
그로 인해 세 가지 안 중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에 대해 오 사무관은 “모든 이들에게 대안을 줄 순 없다. 정말 위급하고 휴게시간 줄 수 없는 이들에게만 이러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기존 이용 패턴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나 최대한 현장에서 적응해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장애인활동지원법이 만들어졌듯, 근로기준법도 근로자 권리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헌법상 권리다. 두 개의 법이 상호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서로 존중되지 않는다면 중개기관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복지부 발표에 중개기관과 활동지원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선 휴게시간이 중요하고, 이용자 입장에선 이용시간의 연속성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고, 무엇보다 시행 시기가 2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덕규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사무국장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해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법정수당, 활동지원 수가 등의 문제도 있는데 이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은 방치하면서 휴게시간 준수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아닌가. 이제까지 방치되어 온 국가책임과 서비스 공공성을 메우기 위해 가족이 호출되는 방식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태훈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 또한 “정부가 대안을 시범사업형태로 진행한 다음에 현장에 맞는 안을 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에서 대체인력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제안해야지, 이용자와 활동지원사끼리 이야기해서 휴게시간 가지라고 하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