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빼앗긴 권리] "면접 보면 '퇴짜'..취업해도 '최저 임금' 못 받아요"
작성자 2018-05-2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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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빼앗긴 권리] "면접 보면 '퇴짜'..취업해도 '최저 임금' 못 받아요"
<5회> '최저임금 사각지대' 장애인 근로자 / 힘들게 직장 구해도 월급 턱없이 낮아/장애인도 노동 주체/장애인 10명 중 6명은 무직/기업 의무고용 이행률 45%/부담금 내는게 더 이익 판단
“경력을 보고 흔쾌히 면접을 보자고 했던 사람들도 제가 장애 이야기를 하면 안 되겠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박모(35)씨의 고민은 구직이다. 사고 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그는 경력을 살린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지만, 장애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씨는 “재택 근무도 가능한 일이기에 장애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프리랜서처럼 단기 프로젝트를 맡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장애인이라고 하면 ‘몸도 성치 않은데 일을 할 수 있겠냐’고 한다”고 말했다. 복지관 등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구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공장에서 단순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장애인이란 이유로 월급이 턱없이 낮았다. 박씨는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보다도 ‘장애인’이란 것 하나만으로 판단한다”며 “‘장애인도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20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17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 15세 이상 등록 장애인 246만명 중 취업자는 90만명으로, 고용률은 36.6%에 불과했다. 장애인 10명 중 6명은 무직인 셈이다. 이는 전체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63%)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관치 않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인 민간기업은 전체 직원의 2.9%를 장애인으로 의무 채용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부담금을 지불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률은 45%에 그쳤다. 특히 1000명 이상 기업은 23.9%로,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이행률이 오히려 더 낮았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부담금으로 떼우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셈이다. 한 장애인시설 관계자는 “부담금을 아무리 높여도 기업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고용률은 늘지 않을 것”이라며 “장애인 고용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의미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해도 최저 임금도 못 받아
힘들게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장애인은 최저임금법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노동자는 8632명으로, 2012년(3258명)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미만을 주겠다고 신청한 사업장도 2008년 140여개에서 지난해 650여개로 늘었다. 지난해 해당 사업장에서 장애인이 받는 평균 시급은 3102원으로,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최저임금과 해당 사업장의 시급 격차는 2012년 1790원에서 지난해 3368원까지 벌어졌다.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지난달 ‘5차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장애인 일자리와 소득 대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민간 사업장에 당장 장애인 임금을 올리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 장애인 고용 시설 관계자는 “비장애인만큼 생산성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고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기업 부담만 높이면 오히려 장애인 고용률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애인의 생계보장을 민간기업에 맡기지 말고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대 강순희 교수(직업학과)는 “최저임금 예외 조항을 없애면 오히려 중증장애인이 고용기회에서 배제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일자리 지원은 사회통합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라며 “장애인의 근로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정부가 일정 소득을 보장해줄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이창훈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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