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한국 NGO와의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UN주거권특별보고관. ⓒ참여연대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9일간 한국 주거권 실태를 조사한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아래 특보)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한국 주거권 현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23일, 파르하 특보는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후 "많은 국민의 주거조건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한국은 주거정책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며 "지역사회를 파괴하고 개인과 가족이 쫓겨나갈 수밖에 없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파르하 특보는 "한국에서 노숙이 일반적으로 범죄로 취급되지는 않고 있지만, 철도역의 노숙인들은 코레일의 특별사법경찰과 기타 민간기업들이 고용한 사설 경비원들에 의해 '몰아내기'의 대상이 되어 왔다"라며 "정부는 노숙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방지하고, 일정한 주소가 없는 모든 사람에게 최저생계비와 주택급여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파르하 특보는 "지역사회를 파괴하고 개인과 가족이 쫓겨나갈 수밖에 없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며 도시 재개발 및 재건축과 관련한 정책과 법률 체계를 국제 인권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여전히 3만 명 이상의 장애인이 시설에 거주하고 있고, 7만 8천 명 이상의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에 수용된 점을 지적하며 "그러나 여전히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파르하 특보는 "장애인이 가족과 함께 거주하거나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적정 주거 및 사회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파르하 특보는 성소수자가 주거 및 삶의 모든 측면에서 차별을 겪고 있고, 정부로부터 보호의 대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며 국제인권법으로 보장된 주거 및 기타 사회급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어 “상품으로써의 주택이 아니라 인권으로써의 주거개념으로의 전환이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제정된 주거기본법에 명시된 주거권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도록 주거에 관한 포괄적 인권기반 국가행동계획을 채택하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르하 특보는 이번 권고를 토대로 2019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 주거권 실태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은 "한국 정부는 UN인권이사회의 의장국과 이사국을 역임한 지위에 걸맞도록, 유엔특보의 권고에 따라 홈리스,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을 배제하지 않는 ‘모두를 위한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내년 3월 유엔 최종 보고서에 한국의 실태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