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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몸에 무슨 일?".. 장애인 사업장 가보니 다르네

작성자 2018-04-23 최고관리자

조회 228

 

 

"그몸에 무슨 일?".. 장애인 사업장 가보니 다르네

이영민 기자 입력 2018.04.23. 04:3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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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친구 있나요?③]장애인 웹디자이너 "일 못한다는 건 편견".. "차이 인정해야, 기업에만 맡겨선 안돼"

[편집자주] 살아만 있다고 사는게 아니다. 돌아다니고 배우고 일하고 놀 수 있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의 기본 조건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어렵다. 집밖에 나서는 순간 넘기 힘든 수많은 벽에 직면한다. 배제가 일상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의 공간에 끼여들지 못한다. 비장애인에게 '장애인 친구'는 낯설다. 평소 접하지 못하니 공감도 힘들다. 차별과 배제에 또 다시 익숙해지는 약순환이 반복된다. 우리 곁에 있는 장애인 이웃의 눈으로 우리가 익숙해선 안될 일상을 돌아본다.

13년차 웹 디자이너 이용주씨(43)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오른쪽 몸 마비(편마비)가 있는 지체장애인 이씨는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마우스를 굴리며 각종 디자인 프로그램을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사진제공=허니스


"일은 제게 행복이에요."

13년차 웹 디자이너이자 오른쪽 몸을 쓰지 못하는 편마비 장애인인 이용주씨(43)가 자신의 일을 소개하며 밝게 웃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일 수 있는 취업이 이씨에겐 유독 어려웠기에 기쁨도, 만족도 두 배로 컸다.

이씨의 사회생활은 남들보다 늦됐다. 20대엔 공무원 준비에 매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30살이 돼서야 직업학교에서 웹마스터 사용법을 배워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한 NGO(비영리단체)에서 IT 관련 업무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지만 "업무가 느리다"며 이해해주지 않는 동료들이 많았다. 결국 다른 회사로 적을 옮겼지만 비슷한 이유로 3~4곳을 전전해야 했다. 이씨는 총 6번의 이직 끝에 현 직장인 사진영상 전문기업 허니스에 안착했다.

◇"장애인도 못할 일 없어요"… 편견이 힘든 장애인 근로자들

이씨가 허니스에 만족하는 이유는 장애인 근로자가 일하기 편한 환경이 조성돼있기 때문이다. 허니스는 상시근로자 중 장애인 비율이 30% 이상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정한 '장애인 표준 사업장 인증 기업'이다.

허니스에서 일하는 직원은 총 16명. 이 중 10명(지체장애인 7명, 청각장애인 3명)이 장애인이다. 이들은 포토샵 등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제작한다. 허니스를 만든 김상호 대표 역시 군대에서 사고로 한쪽 눈 시력이 현저히 낮아진 중증장애인이다.

장애인 직원들의 업무 속도는 대체로 비장애인보다 느리다. 하지만 결과물의 질까지 떨어지는 건 아니다. 허니스는 비장애인 직원이 장애인 직원을 돕는 상호 교육 체제를 구축해 개인의 능력 향상에 힘썼다.

그 결과 허니스는 한국장애인고용재단, 용산구청 등과 업무교류, 유통 대기업·제조 중견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진·영상 편집 분야에서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유통업, 인쇄업, 공공기관 카페업 등 사업을 확장해 올 한해 매출 1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씨는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속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예전에 일했던 일반 회사에서는 그 차이를 이해해해주지 않아 아쉬웠다"며 "허니스에서는 장애인에 맞는 교육 체계와 업무 문화를 갖추고 있어 부담없이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 1급인 황훈 허니스 기획본부장은 "장애인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며 "차이를 인정하지 않아 장애인에게 아예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일자리 정책, 부담금만 쌓여… "연계고용 등 대책 찾아야"


'장애인을 고용하면 업무 성과가 떨어진다'는 편견은 낮은 장애인 고용률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장애인 의무고용률(50인 이상 사업체)은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3.2%, 민간기업이 2.9%다. 하지만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기업 장애인 고용률은 2.6%에 불과했다. 1000인 이상 기업은 2.2%에 그쳤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용인 1000명 이상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률은 21.4%로 △50~99명인(45%) △100~299명인(51.8%) △300~999명인(33.6%)에 비해 낮다.

장애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실제론 일자리 대신 누적 부담금만 늘리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이 납부한 고용부담금으로 이뤄진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은 2013년 2294억원에서 지난해 8796억원으로 불어났다.

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장에 일을 맡기면 부담금을 50% 감면해주는 '연계 고용 제도' 참여도 저조하다.

김상호 허니스 대표는 "연계 고용 제도를 활용하려고 대기업을 찾아다녔지만 상당히 폐쇄적인 입장을 보여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직접 고용은 못해도 연계 고용 사업에라도 신경 써준다면 장애인 일자리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5차 장애인고용촉진과 직업재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업 규모별 부담금 차등제 도입 △연계 고용제도 확대 △고용기여 인정제도 도입 △장애인 법정 의무고용률 미달 기업에 한해 고용개선계획 제출 의무화 △공공기관 중증장애인 지원 고용사업 확대 등이 주요 골자다.

활동가들은 정부가 장애인 일자리에 좀 더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정부가 장애인 노동권을 위해 일반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기업 부담금에만 의존한다"며 "부담금 늘리기에 집중하기보다 실질적인 장애인 일자리 늘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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