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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앞두고 활동지원노조 “실제 쉴 수 있는 권리 보장하라”

작성자 2018-04-11 최고관리자

조회 205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앞두고 활동지원노조 “실제 쉴 수 있는 권리 보장하라”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현장 노동환경 개선해야”
등록일 [ 2018년04월10일 18시38분 ]

1523352856_16972.jpg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 1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을 고려한 근로기준법 적용으로 활동지원사가 ‘쉴 권리’를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지난 2월 28일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2020년부터 활동지원사들은 주 52시간(주말 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을 초과해 노동할 수 없다. 또한 활동지원기관은 근로기준법엔 있으나 이제까지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았던 휴게시간 보장도 7월 1일부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이에 따르면 중개기관은 활동지원사가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려온 활동지원사들은 이 같은 개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면서도 노동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이 조항이 되려 임금을 더욱 낮추고 노동 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10일,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아래 지원사노조)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지원 현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과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은 특례업종에 속해 있었다. 특례업종은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가 서면 합의를 하면 월 최대 208시간을 초과해 노동할 수 있기에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시간을 규제하거나 법으로 정해진 휴게시간 등을 명확하게 지키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21개 업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보건복지부는 3월 20일, 노동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명확히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활동지원기관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지원사노조는 이러한 복지부의 지침이 ‘현장의 노동환경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현재도 활동지원사는 낮은 임금으로 두 세 군데의 활동지원기관에 등록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주 52시간(월 208시간)으로 노동시간이 정해지면, 이는 결국 활동지원사의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휴게 시간에 대해서도 복지부가 하루속히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원사노조는 촉구했다. 현재는 활동지원사가 10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 시간을 모두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만, 앞으로는 휴게시간을 제외한 임금을 받게 된다. 문제는 활동지원사의 업무 특성상 노동시간에서 휴게시간을 명확하게 분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가령,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이용자의 수면시간에도 온전히 쉴 수 없다. 이 시간에도 활동지원사는 이용자의 체위 변경, 화장실 이용 보조 등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개인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대기하는 시간도 휴게시간으로 설정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17년 대법원은 ‘대기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 못한 시간, 즉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못한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활동지원사들이 제대로 휴게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가령 2017년 말, 한 활동지원사는 중개기관으로부터 ‘8시간 근로를 하고 나면 한 시간은 휴게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기관에 ‘그 한 시간 동안 이용자는 어떻게 되는 건가. 혼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중개기관은 ‘맞지만 지켜야 한다’고 답변했다. 지원사노조가 전후 상황을 파악한 결과, 정기 현장검증을 나왔던 국민연금공단, 지자체 등이 ‘8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는 11명의 활동지원사에게 휴게시간을 부여하라’는 지침을 내린 탓이었다.

 

하지만 이 지침 안에는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동안 장애인 이용자가 놓일 수 있는 위험 상황, 이로 인한 실제 활동지원사는 휴게시간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상황에 대한 대책은 없다. 결국 해당 기관에서 일하고 있던 활동지원사는 50분 동안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뒤 단말기를 결제하고 10분 동안 휴게시간을 가지는 것을 8번 반복하며 한 시간의 휴게시간을 채웠다. 2020년 주52시간의 노동시간 제한이 오면 이 같은 문제는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현재 동반 숙면시간, 대기시간 등을 모두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지원사노조는 고용노동부에 대기시간 등을 노동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를 질의해 ‘노동시간이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원사노조는 복지부에 이를 전달하며 “휴게시간을 실제로 갖지 못하는 활동지원사들의 휴게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물었으나 보건복지부는 두 달째 묵묵부답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수영 공익인권재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2020년부터는 주 52시간 노동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며 복지부와 노동부의 문제해결을 강조했다.

 

지원사노조는 이 같은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월급제, 생활임금 보장, 교대근무, 업무형태별 활동지원사 파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동시간과 대기시간 등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현장에 적용할 경우, 시급제로 노동하고 있는 활동지원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으로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아야 하는 이용자들이 위험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교대근무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무 과중을 줄이기 위해 가사, 이동 등 업무형태별로 활동지원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이 지원사노조 위원장은 “11년 동안 새벽 7시에 출근해 약 12시간을 일했다. 그 결과는 손목터널증후군과 목디스크였다. 정부가 활동지원사들에게 쉴 권리를 주겠다고 해서 기뻤다. 하지만 중개기관들은 실제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8시간만 일하고 단말기 결제를 하지 말라’고 했다. 더 이상 단말기 결제를 하지 않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장애인의 생존권과 활동지원사의 희생을 담보로 제도를 운영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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