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인권大賞…장애인권법센터 대표 김예원 변호사

6·1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만난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김예원 변호사는 장애인의 힘든 현실을 외면하는 공직선거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현재 투표용지에 기재할 수 있는 정보에 사진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매년 선거 때마다 이런 얘기가 나오지만 개선되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 역시 장애인이다. 출생 당시 의료사고로 한쪽 눈을 잃어 의안(義眼)을 갖게 됐다.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안면장애인들처럼 '불편한 시선'을 많이 받기도 했다. 그는 "그래도 전맹시각장애인에 비하면 자유로움은 있다"며 "눈이 작아 크게 표시는 안 날 것"이라고 호탕함을 보였다.

춘천이 고향인 그는 비장애인과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고 강원대학교 법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사법시험 역시 조금의 혜택도 없이 실력으로 당당히 통과했다.

김 변호사는 법조인의 길을 택한 이유가 자신의 '피곤한 성격'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궁금한 건 참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참견한다"며 "어릴 적부터 법이 사회적으로 아픈 부분을 가장 잘 치료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장애인권법센터는 비영리기구다. 발달장애인, 장애아동, 장애여성 등 장애를 원인으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무료로 법률지원을 한다. 서초동 서울변호사회 사무실 방 하나를 얻어 직원 한 명 없이 1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 테이블 위로 올라온 종이컵 물 한 잔이 그 살림살이를 짐작하게 했다. 그는 "가족에게 버림받거나 보호시설에 방치된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된 권리옹호 체계가 없다"며 "어디에 전화 한 통 하기조차 힘든 사람들에게 최후의 보루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수원을 마친 뒤 법무법인 태평양의 재단법인 동천에서 2년간 공익법률지원 업무를 했다. 그 후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 최초이자 유일한 변호사로 활동했고 센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을 보고는 직접 장애인권법센터를 차렸다. 그는 "일을 할수록 비장애인이라면 참지 않을 일들이 사회적 소수자에게 너무 만연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런 부분에 화가 나 더 깊고 오래 개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여성변호사회 공로상, 곽정숙 인권상 그리고 지난달 서울시 장애인인권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법의 허점이 장애인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정부는 장애인 학대사건에 대해 국선변호사를 붙여줄 의무가 없다"며 "몇십 년 동안 갇혀 노예생활을 하며 학대를 당해도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착취를 당한 발달장애인들은 진술이 어렵고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국선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 역시 문제다. 지난달 20일 장애인의 날도 예년처럼 일회성 행사로 시작해 끝이 났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사람은 '해결사'가 아닌 '조력자'"라며 "그들이 보호의 객체를 벗어나 주체적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활동에 있어 '나만 믿어, 다 해결해 줄게'와 같은 접근을 가장 경계해야 된다는 것. 그는 "정신장애인도 인권 피해를 당하면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은 할 것"이라며 "옆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며 장애인 스스로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달 셋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험난한 세상 태평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태명을 '태평'이라 했다. 그가 바라는 태평한 세상은 어떤 곳일까. "모든 사람은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소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와줘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본인이 소수성으로 인해 공격받을 때 아무도 곁을 지켜주지 않을 겁니다."

[심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