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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인들’을 위한 ‘감시와 처벌’ ②] ‘치료’를 가장한 시민권 박탈, 치료감호소

작성자 2018-05-21 최고관리자

조회 444

 

 

 

[‘비정상인들’을 위한 ‘감시와 처벌’ ②] ‘치료’를 가장한 시민권 박탈, 치료감호소
푸코와 함께 장애 읽기-8
등록일 [ 2018년05월18일 14시10분 ]

사법입원과 금치산자 선고


작년, 2017년에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부개정 될 때 흥미로운 제안이 나왔다. 강제입원 결정을 의사한테만 맡기지 말고 사법적 심판에 맡기자는 것이다. 의사들이 반대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의사들이 앞장서 ‘사법입원’을 주장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인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대한의사협회지』 9월호에 기고한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재개정의 필요성」을 보면 정신과 의사들이 사법입원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권준수 교수는 “강제입원에 대한 외국의 전반적인 추세는 초기 강제입원에 대해서는 전문의의 입원결정을 존중하고, 필요하다면 72시간 내로 법적 권한을 가진 기구에서 이를 평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면서 “강제입원에 대한 현재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사법입원(혹은 준사법입원)으로의 개정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정신질환의 치료는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요한데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대로 “입원 3일 내로 입원환자의 정보를 국립정신건강증진센터에 보고하고, 2주 내로 타 병원(국공립병원 혹은 지정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2차 진단 전문의)가 입원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평가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면 “1년에 약 25만 건 정도의 강제입원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신속하게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럼 권 교수가 제안한 사법 ‘심판원’은 어떻게 이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일까? 사법적 심판의 원리대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입원 당사자의 출석 하에 그의 반론권을 보장하면서 의사의 소견뿐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과 이해관련자들의 소견까지 듣고 나서 강제입원을 결정한다면, 게다가 결정에 불복한 쪽에서 2심, 3심까지 요구한다면, 도대체 무슨 수로 조기치료를 위한 신속한 강제입원을 결정한다는 말일까? “1년에 약 25만 건 정도의 강제입원 평가”를 저런 식으로는 못할 게 뻔하다. 그러니 한국의 현실에 맞게 법정에서의 입원 전 재판이 아니라 입원 후 병원 안에서의 출장 심판원 형태로 변용한다면, 의사 입장에서는 책임감도 덜고, 어차피 의사 소견대로 이뤄질 결정의 사법적 권위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아닐까?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한 권 교수의 불만은 정작 다른 데 있다. 그는 “정신건강복지법에 규정된 비자의입원의 기준은 ‘치료를 필요로 할 정도의 정신질환이 있으며’,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있는 심각한 경우’의 2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자타해 위험성은 없지만 병적 증상이나 중독 등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나 반복적으로 병적 행동에 집착하는 경우 등을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조증 증상이 심해 과대망상으로 인해 며칠 만에 수천만 원을 낭비하거나 수억대의 잘못된 투자를 하여 가정파탄이 될 경우인데 이런 경우는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의 규정으로는 비자의입원이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것은 ‘금치산자’ 선고의 논리가 아닌가? 2013년 7월 민법이 개정되면서 ‘금치산자’ 제도가 폐지되고 성년후견인 제도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후견인이 심신상실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시킬 수 있는 권한을 삭제했다. 권 교수가 사법적 심판으로 심신상실자의 강제입원을 결정하자는 논리는 폐지된 금치산자 제도를 부활시키자는 것과 같다. 즉,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상실(혹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며칠 만에 수천만 원을 낭비하거나 수억대의 잘못된 투자를 하여 가정파탄”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호의무자 동의하에 의사 소견에 따라 신속한 사법적 판결로 병원에 입원시켜 그의 무분별한 재산권 행사를 저지하자는 권 교수가 염두에 두고 있는 사법 심판은 바로 금치산자 선고였던 것이다.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재판으로 결정하자는 발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18세기 후반에 생긴 것이다. 그 이전 17세기에 광인을 ‘구빈원’에 강제 수용할 때 수용의 근거는 왕의 봉인장이다. 가족이나 주변사람이 국왕에게 수용을 청원하고 이에 대해 국왕의 윤허가 떨어지면 관리가 부서한 봉인장이 발부된다. 청원서에 의료 증명서가 첨부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반적으로 가족, 주변사람, 교구 신부가 참고인으로 소환되었다. 관계당국에서는 가능한 한 가족 전체의 동의를 얻으려 노력하고, 가족 간 의견이 갈릴 시 갈등 요인에 대해 세심히 판단하도록 했다.1)

 
18세기 후반 사법적 판결이 수용의 선결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했다. 이것은 가족이나 왕의 자의적 권력으로부터 피수용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함으로, 계몽주의적 법 이성의 산물이다. 구체적인 사법 절차는 금치산자 선고 재판이다. 1784년 브르퇴이유라는 관리는 봉인장 제도를 비판하면서, 금치산자 선고 절차를 밟기 전에는 수용이 실행되지 않아야 한다고 집요하게 요구했다.2) 그때도 금치산자 선고에 의학적 감정은 원용되지 않았다. 1789년 프랑스 혁명 후 자코뱅 정부가 38세의 젊은 의사 필립 피넬에게 비세트르 호스피스 운영을 맡겼다. 그때부터 의사는 수용시설의 핵심적 형상이 되었고, 의사의 진단서가 수용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가 되었다.


그와 함께 금치산자 선고에도 의사의 감정서가 요청되었다. 여기에는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위험성 판정과는 다른 이유가 있다. 금치산자 선고란 개인의 소유권 행사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사법적 결정이다. 이성적 판단 능력이 상실되어 자기행위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이 자기 재산을 탕진하여 자신과 가족에게 손해를 끼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것이라 민법으로 규정하고, 가족 문제라 가정법원에서 심판한다. 근대 사회에서 소유권은 재산권 행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유권은 상품거래를 비롯하여 직업 세계에서 계약을 체결할 권리, 공적 영역에 참여할 권리(선거권, 피선거권) 등 공민권(시민권)의 근간을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금치산자는 재산권 행사뿐 아니라 시민권자의 모든 법률행위를 금지 당한다. 금치산자가 행한 모든 계약 행위, 법률행위의 효력은 법적으로 무효다.


계몽주의 법 이성에 따라 금치산 선고를 강제수용의 선결조건으로 두었다는 것은 강제수용이 갖는 의미를 잘 보여준다. 즉, 시민권을 박탈당한 사람만 강제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강제 수용소가 법적 보호권역에서 추방된 자들의 법외 공간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공적 영역의 주체(시민)가 아닌 사람들, 자연인, 혹은 순전한 사적 돌봄의 대상으로 돌아간 인간이다. 원칙 상 그들에게는 무슨 일을 해도 법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곳은 법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나치가 정신병자, 유대인, 그 외 치유 불가능한 불구의 인간을 강제 수용소로 보내기 전에 우선 그들의 시민권을 제한하고 종국에는 국적을 박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3)


법적 처벌과 법 바깥으로의 추방


근대 사법체계 안에서 정신의학이 행사하는 ‘그로테스크한’ 권력은 이 지점과 관련된다. 근대 형사법에서 한 개인이 이성적 주체인지 아닌지, 그 사람이 법적 주체로서 자기 행위에 대해 책임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해졌는데 그에 대한 판별의 권한이 정신의학에 부여된 것이다. 나폴레옹 법전의 결정판인 1810년의 형법 64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범죄 행위 시 착란 상태에 있었거나, 혹은 자기도 어쩔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했다면 범죄나 위법이 성립되지 않는다. 칸트의 철학대로 오직 이성의 주체만이 법정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상응하여 대한민국 형법 10조에 따르면 “①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그럼, 심신상실 상태에서 한 살인이라고 판정나면 그 사람은 무죄 판결 받아 자유의 몸이 될까? 무죄 판결은 받지만, 그렇다고 자유의 몸이 되지는 않는다. 그는 징역을 사는 교도소가 아니라, 정신치료를 하는 감호소에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주에 있는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 간다.

 

1526620782_58452.jpg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 (출처 : 치료감호소 페이스북 페이지)
 

가까운 예로 2016년에 친딸을 살해한 어머니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의 오빠도 공범으로 피소되었는데 그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 모자(母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6년 8월 사건 현장에 20대 여성과 강아지 한 마리가 목이 잘린 채 죽어 있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어머니 김 씨(54)와 오빠 김 씨(26)였다. 모자는 경찰조사에서 “악귀가 씌어서” 죽였다고 진술했다. 이들 가족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흘 전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었다. 세 사람은 밤새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반려견인 푸들이 심하게 짖자 “악귀가 씌었다”며 화장실로 데려가 야구 방망이와 흉기를 이용해 죽였다. 이후 세 사람은 피가 묻은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딸 김 씨가 손을 떨면서 어머니의 목을 조르는 등 이상 행동을 했다. 모자는 “강아지 악귀가 옮겨 붙었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화장실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흉기로 딸의 목을 수차례 찌르고, 아들은 장도리로 동생의 옆구리를 내리쳐 살해했다. 이후 두 사람은 피해자의 목을 잘라 몸통과 머리를 분리시켰다.4)


피해자 아버지는 경찰에서 “아내의 할머니가 무속인이었는데 그분이 돌아가신 뒤에 아내가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동네 사람들은 김 씨가 무병(巫病)에 걸렸다고들 했다. 김 씨 가족은 3년 전인 2013년에 이 아파트에 이사 왔고, 가끔씩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어머니 김 씨는 사건 전날 집안에 있는 화분을 밖에 내놓고는 ‘필요하면 가져가라’는 메모를 붙여놓기도 했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어머니 김 씨는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아들은 공주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에 한 달간 수용된 상태로 정신감정을 받았다. 그 결과 어머니는 ‘과대망상’으로, 아들은 ‘정상’으로 판정됐다. 검찰은 재판에서 어머니 김 씨에게 ‘징역 20년 형’을 아들에게 ‘징역 19년 형’을 구형했다. 그해 12월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신과 의사는 오빠 김 씨는 “사회 변별력과 의사결정 능력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고 증언했다. 이듬해 4월 법원은 어머니 김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반면에 어머니의 지시를 받고 범행에 참여한 아들에게는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사람들은 어머니 김 씨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광분했다. 하지만 김 씨가 무죄 판결 후 가는 곳은 집이 아니라 공주에 있는 치료감호소이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거니까 교도소에 갇혀서 징역 사는 것보다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일단, 치료감호소는 교도소와 같은 구금시설이다. 정신질환 치료목적을 근거로 교도소보다 심하게 외부 소통을 통제하고 규율도 세다. 면회는 가족에게만 허용되어 친구나 지인은 접견할 수 없다. 면회실에는 칸막이도 없다. 교도소에서는 시간 맞춰 운동도 시키고 작업도 시키지만, 치료감호소에서는 운동도 없고 작업도 없고 직업교육도 없다. 신문과 전화도 금지되고, 종교 활동도 금지된다. 그냥 폐쇄 병동에 약 먹고 어슬렁거리는 게 일과의 전부다.


전국에 치료감호소가 하나뿐이다 보니 과밀 문제도 심각하다. 93%가 7~8인실이다. 9개의 대형병실에는 50여 명이 한 방에서 지낸다. 정신질환자끼리 모여 있는 것도 끔찍하지만, 알콜중독자와 섞여 있어 알콜중독자가 관리자 행세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취침 시 조도가 너무 높아 잠을 자기 힘들고, 자살방지용이라며 목욕실을 제외한 모든 곳에 CCTV가 달려 있다. 화장실에도 CCTV가 달려 있고, 화장실 문짝이 지면에서 30cm 위에 붙어 있어서 은밀한 곳이 다 보인다. CCTV 모니터가 있는 중앙관리실에 남자 관리자들이 항시 드나들며 여자병동 곳곳을 감시(?) 한다. 야간에는 화장실을 폐쇄하고 소변통을 지급한다. 그 때문에 냄새가 심하다. 목욕은 주 1회 30분 밀집대형으로 한다. 상해 위험 때문에 젓가락과 포크 형 숟가락이 지급 안 된다.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반찬을 먹어야 하는데 힘들어서 손으로 집어먹는다. 1주일에 한번 의사가 회진하는데 얼굴 보기 힘들다.


치료감호소는 치료를 위한 감호시설이다. 따라서 감호 기간은 치료될 때까지이다. 무기한은 아니고, 알콜중독자는 최장 2년, 심신장애인과 정신성적 장애인은 최장 15년이다. 그럼, ‘악귀가 씌었다’고 친딸을 살해한 김 씨는 언제쯤 치료되어 나올까? 1주일에 한번 회진하는 정신과 의사는 김 씨의 ‘무병(巫病)’을 어떻게 치료할까? 치료여부보다는 죄질과 재범우려라는 형벌 논리가 치료기간을 결정한다. 김 씨는 아마 15년 만기를 채울 것이다. 15년 후에는 나올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2013년 7월 살인을 저질러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자에 대해 3회까지 매회 2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최장 6년 더 구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씨와 유사한 사례로 정신분열증 상태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서 무죄 판결 받은 A(44)의 경우가 있다. 그는 2001년부터 치료감호를 받다가 15년 만기를 앞두고 검사가 신청한 치료감호 연장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져 계속 치료감호를 받고 있다.


비국민을 위한 치료감호소와 외국인보호소


법원에서 무죄 선고 후 치료감호소에 보내는 것은 금치산자 선고와 동일한 법리 때문이다. 심신상실자의 범법행위(살인)를 무죄 판결하는 것은 금치산자의 법률행위(계약)를 무효화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심신상실자의 살인행위에 대해 무죄 판결하고 치료감호소에 보내는 것은 법적 주체로서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한 심신상실자의 추방공간인 치료감호소는 그래서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의 구금기관인 외국인 보호소와 비슷하다. 흔히 ‘불법체류자’라고 불리는 미등록 이주자는 범법 ‘행위’를 한 게 아니다. 애초에 이들은 ‘존재’(체류)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시민권자가 범법행위를 했을 때처럼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후 감옥에 가는 게 아니라,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붙잡혀 강제 출국된다. 그런데 난민처럼 본국으로 돌아갈 형편이 못되거나 체불임금을 받지 못해서, 그 밖의 사정 상 출국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본국 송환까지 구금하는 시설이 외국인 보호소이다.


시민의 구금기관인 교도소와 비시민의 구금기관인 외국인보호소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충주외국인보호소는 충주교도소 바로 옆에 똑같은 형태로 있어 네비게이션은 충주교도소 안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또 2006년에 춘천출입국관리소가 도내 미등록이주노동자 326명을 잡아 춘천교도소와 강릉교도소에 유치했다가 문제가 된 적도 있다.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에 화재가 발생하여 10명의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17명이 부상을 당한 참사가 있었다.

 

1526620819_54033.jpg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희생자 추모 집회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참세상)


범법 행위로 인해 재판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시민은 여전히 법 안에 있다. 그러나 법적 계약의 주체가 아닌 외국인이나 계약의 주체가 못된다고 판정받은 심신상실자는 법 바깥으로 추방된다. 법 안에 있는 시민은 ‘처벌’에 대한 공포에 익숙해서 법 바깥으로의 추방이 갖는 의미에 둔감하다. 한나 아렌트는 오히려 법외 지대의 미등록이주자가 교도소를 선망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종류의 권리도 없고 추방의 위협에 시달리며 사는 사람, 또는 일하려 했고 생계를 꾸려가려 했다는 이유로 판결도 재판도 없이 강제 수용소로 이송될 수 있는 사람이 사소한 도둑질로 거의 완벽한 시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무일푼이라도 그는 이제 변호사를 얻을 수 있고 교도관에 대해 불평할 수 있으며,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정중하게 귀 기울인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지구의 쓰레기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재판에 적용될 법의 모든 세부사항에 관해 통지를 받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다. 그는 존중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5)


이성의 분계선과 군사 분계선


심신상실상태의 범죄로 무죄판결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은 감형 판결을 받는다. 1810년 프랑스 형법 제64조는 분명 범죄와 광기의 분리를 원칙으로 제시했지만 1815년~20년부터 중죄 재판소의 배심원들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동시에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1832년에 개정된 형법은 정상참작에 따른 감형규정을 명문화 했다. 정상참작 조항은 흔히 생각하듯이 피고의 가련한 상황을 고려하기 위해서 마련된 게 아니라, 법조항을 엄격하게 지키고 싶지 않은 배심원의 무죄 선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가령, 유아 살해 사건에서 지방의 배심원들은 ‘사형’을 적용해야 하는 유죄 판결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정상참작 조항을 통해 무죄 대신 ‘적당한 양’의 처벌을 선고하게 만든 것이다.6) 대한민국 형법 10조(심신장애인)에도 심신상실자는 무죄 판결한다는 항에 이어 곧바로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감형 규정이 핵심임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정신질환이 있다고 정신감정이 내려진 범죄자는 대부분 ‘징역 00 년에 치료감호’ 라는 판결을 받는다. 이때 치료감호를 먼저 받고, 치료가 끝나면 교도소로 가서 남은 형기를 산다. 그러나 급성기 환자를 제외한 정신병원 수용자에게 ‘치료’란 무의미하다. 결국 죄질과 재범가능성이 치료 감호 기간을 결정한다. 치료감호소에 수용되면 대부분 징역 기간을 넘기기가 일쑤다. 결국 치료감호소의 최장 수용 기간이 형량이라고 보면 된다. 2018년 2월 2일 정신병원에서 치료감호 중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40대 탈북자 유 씨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유 씨는 2017년 8월 전남 나주의 한 정신병원 뒤 야산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망쳤다. 경찰은 유 씨를 공개 수배하여 78일 만에 붙잡았다. 경찰조사에서 유 씨는 “북한에 있는 아내가 보고 싶어 우발적으로 도망쳤다.”며 “국정원과 남한 경찰이 (나를) 불법 감금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병원에 갇혀 사는 삶이 답답했다. 공사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 때가 행복했다.”고 했다.7)


유 씨는 지난 2004년 이복동생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징역 3년과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 그래서 3년을 훌쩍 넘어 12년 동안 치료감호소에 구금되어 있다가 2016년 3월 치료감호 기간이 가종료 되었다. 하지만 망상으로 인한 재범 우려가 있다는 법원 판결로 보호관찰 3년 처분을 받고 나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전자발찌를 찬 채 수용 생활했다. 1998년 탈북한 그는 2001년 아내를 데려온다며 재입북했다. 이듬해 2002년 그는 남한에 두고 온 아들을 데려가겠다고 다시 탈북 했다가 돌아가지 못했다. 두 번째 탈북 후 2004년 7월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김정일 장군님 품으로 돌려 보내달라.”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에게 내려진 정신감정 소견은 ‘망상장애’였다. 북한과 남한 사이에서 불안하게 떠돌던 그에게 치료감호 명령은 정신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시민권 없음, 무국적자라는 정치적 판단이 아닐까? 그에게 정신병원은 대한민국이 무국적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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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미셀 푸코, 이규현 역, 『광기의 역사』, 나남, 2003, 238쪽.
2) 『광기의 역사』, 238쪽.
3) 한나 아렌트, 이진우, 박미애 역, 『전체주의의 기원1』, 한길사, 2006, 532쪽.
4) 연합뉴스TV, 「‘악귀 씌었다’ 친딸 살해 엄마…’심신장애’로 무죄」, 2017.04.07
5) 한나 아렌트, 이진우, 박미애 역, 『전체주의의 기원 1』, 한길사, 2006, 518쪽.
6) 미셀 푸코, 박정자 역, 『비정상인들』, 동문선, 2001, 26쪽.
7) 아시아경제, 「살인미수 전과 탈북민, 78일 만에 검거…전자발찌 끊고 정신병원 탈출」, 201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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