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모녀'는 '송파 세모녀'와 다르다
작성자 2018-04-10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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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남편이 목숨을 끊은 뒤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송파 세모녀' 사건과 유사하다고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들은 '자살자의 유가족'이란 측면에서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위험 요인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2의 '송파 세모녀'?…"심리적 요인도 주목해야"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18분쯤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A씨(46·여)와 딸 B양(4)의 시신이 발견됐다. A씨가 몇달치 아파트 관리비를 내지 않고 우편물이 쌓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모녀의 시신을 발견했다.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정확한 사망 시기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경찰은 시신 부패 정도와 미납된 고지서 등을 종합해 봤을 때 A씨 모녀가 숨진지 석달가량 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두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경제난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증평군에 따르면 A씨 앞으로는 1억5000만원가량의 부채가 있다.
하지만 A씨의 경제적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처한 상황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송파 세모녀가 현금 70만원만 담긴 봉투를 남기고 떠난 것과 달리 A씨는 자산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임대아파트의 보증금 1억2900만원, 2700만원 상당의 차량 3대와 256만7000원의 예금이 있었다. 재산에 대한 압류조치가 이뤄진 상태였지만 현행법상 일부 예금 인출은 가능한 상황이었다.
◇자살자 유가족, 자살 위험 8.3배…"적극적인 실태 파악과 관리 필요"
이 때문에 경제적 원인 뿐 아니라 심리적 원인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남편을 언급하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의 남편은 지난해 9월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편이 숨진 후 얼마 뒤엔 A의 친정어머니도 세상을 떠났다. 이후 A씨는 몇달간 주변 사람들과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1년에 약 7만명의 자살자 유가족이 생겨난다. 2005년 발표된 에스벤 아게보(Esben Agerbo)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자살자의 유가족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 대비 8.3배 수준으로 자살자가 남편인 경우는 16배, 아내인 경우에는 46배에 달한다.
정부도 대책을 내놨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전명숙 과장은 "현재 전국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며 유가족들에 대한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며 "여러 대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자살자 유가족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고, 홍보도 충분히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까운 사람을 잃는 충격은 큰 불안과 슬픔을 안긴다"며 "사회적인 관계도 끊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혀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도 자살자 유가족에 대한 몇몇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실태 파악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언론의 신중한 보도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경찰의 폴리스라인이나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린 삽화가 그대로 보도되고, 유서 내용이 그대로 공개되기도 한다"며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언론 보도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궁민 기자 serendip15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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