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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차별없는 세상 上-여전한 차별①] '버스 타고 밥 먹는데 반나절'..서울 한복판 휠체어 체험기

작성자 2018-04-17 최고관리자

조회 318

 

 

[장애, 차별없는 세상 上-여전한 차별①] '버스 타고 밥 먹는데 반나절'..서울 한복판 휠체어 체험기

입력 2018.04.17. 10:01 댓글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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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도 못 가 팔 저려…택시 승차는 ‘불가능’
-리프트도 ‘아찔’…식당도 문턱 탓 출입 ‘난관’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종로 3가역에서 광화문까지 이동해 점심을 먹는 것, 보통 사람에겐 너무나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움직인다면 얼마나 걸릴까. 기자는 지난 15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1~4동 자치센터에서 휠체어를 대여해 거리로 나가봤다. 휠체어에 앉자마자 몸짓이 작아진 기분이었다. 세상이 더 크게 느껴졌다.

힘차게 손으로 바퀴를 돌렸지만 여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에선 휠체어가 덜컹거렸다. 경사 진 보도블럭을 지나갈 때는 힘이 두 배로 들었다. 바닥 쳐다보랴 주변 살피랴 정신이 없었다. 결국 100m도 못 가 팔이 떨어질 듯 저려왔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주변 시선도 불편했고, 휠체어를 움직이는 기자를 위축시켰다. 

기자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역 앞 장애인 체험을 위해 휠체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보았다. 쉽지 않았다. [사진=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 경사진 바닥을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사진=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평소 주민센터에서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5분 거리도 안되지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약속시간인 11시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았다. 휠체어를 접어 택시 트렁크에 넣으려고 했지만 트렁크가 닫히지 않았다. 택시가 장애인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본능적으로 장애인 표시판을 찾았다. 장애인 표시가 있는 칸은 휠체어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평소에 의자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장애인에게는 유일하게 맘 편히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다. 

지하철의 장애인 휠체어 안내 표시. 따라가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사진=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광화문역 승강장에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끝이 보이지 계단이었다. 엘리베이터는 보이지 않았다. 장애인 휠체어 표시를 따라가니 휠체어 리프트가 보였다. 호출 벨을 누르고 약 5분 후에 직원이 내려왔다. 직원이 “브레이크를 잘 해야 한다”고 브레이크를 점검하자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엄습했다. 리프트가 계단을 따라 20m 정도 올라가자 손이 땀이 나고 온몸이 굳었다. 잠깐 중심을 잃고 흔들리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 신길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던 중 60대 남성이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외부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현재 전체 지하철역의 90%이상 완공한 상태”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역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를 탑승하고 내려가는 모습. [사진=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지하철 출구까지 가는 길도 험난했다. 경사진 통로를 올라가면서 끙끙대고 있는데 갑자기 바퀴에 날개가 달린 듯 가벼워졌다. 한 시민이 뒤에서 밀어준 것이다.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유유히 사라졌다. 작은 배려에 울컥했다.

지상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비좁아 휠체어 바퀴가 문에 계속 걸렸다. 빨리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이 야속할 뿐이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자주 가는 패스트푸트점을 향해 마지막 스퍼트를 냈다. 인파를 뚫고 횡단보도를 건너 음식점 앞까지 겨우 도달했지만 문턱이 높아 음식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휠체어에서 내려와 문턱의 높이를 재봤다. 정확히 손바닥만했다. 손바닥만한 문턱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니…. 주위를 살펴보니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다.

음식점에 들어간다해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만한 충분한 공간이 없었다.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비켜달라고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구석에 휠체어를 두고 주문을 하러 갔다. 음식을 받고 시계를 보니 12시. 종로3가에서 광화문역 음식점까지 2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 날 먹은 점심은 평소와 달리 쓰디 썼다. 매일 이런 험난한 하루를 보내야하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배려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일’임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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