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문제점과 개정 방안' 토론회가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장애인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정신장애인으로 규정하면서도 같은 법 제15조에서 정신장애인이 정신보건법(현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보편적 장애인 복지전달체계에서 배제한다. 정신보건법은 정신의료기관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근거조항, 정신의료기관 등의 설치 근거가 주요 내용이라 사실상 복지와 무관한 법이었다. 이에 이들의 인권과 사회통합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자, 정신보건법은 2016년 전부개정되어 지역사회통합과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탈바꿈되었다.
이 법에 따라 강제입원의 문턱은 높아지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정신질환자의 차별금지, 정책결정에 대한 참여권 등이 명시 됐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이들을 사회로부터 분리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입원을 유지하려는 사회적 수요 등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지원할 복지서비스가 확보 되거나 서비스전달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이들의 사회복귀는 더욱 어렵다.
이에 본질적으로 장애인복지법이 정신장애인을 배제하도록 한 15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박인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한 복지서비스 지원이라는 정책의 선택이 장애인복지법 상 보편적인 장애인 복지서비스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에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열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신건강복지법을 이유로 장애인복지법에서 배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 및 동시행령 제13조 제3항으로, 지역사회 장애인복지시설의 서비스를 정신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이 조항을 개정하면 정신장애인은 중복 수혜가 되지 않는 한 장애인복지법상 제공되는 복지서비스를 지역사회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제공받을 수 있고 이와는 별도로 정신장애인에게 특화된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서비스를 제공 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즉,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가 아니라 시행령 13조 3항을 개정하면 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장애인 복지기관 이용이 가능해졌다고 하더라도 실제 지역사회 장애인복지관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의 특성상 일반 사회복지사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한계나 문제점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관은 정신보건전문요원 등 인력의 보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폐지를 요구했다.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바뀌어 정신건강과 정신장애인의 복지를 모두 규정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 ‘복지’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는 “가령 제35조(평생교육 지원), 제36조(문화, 예술, 여가, 체육활동 등 지원)에 관해서는 이를 구체화한 하위법령이 존재하지 않고 다른 하위법령의 경우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는 근거, 복지지원이 아닌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연구지원체계 구축’에 관한 내용 등이기 때문”이라며 정신장애인의 복지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 법형식의 문제보다는 해당 법을 관할하는 주관부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건강복지법은 복지부 내에서 건강정책국 산하 ‘정신건강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 부서는 ‘정신건강’에 관한 정책부서일 뿐 정신장애인의 복지와 관련이 없다”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는 장애인복지체계에서 제외 돼 보건소 산하의 의료체계로 다루어지고, 정신건강복지법에서도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지원받기 어려운 복지의 사각지대에 처해 현 제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비판했다.
박재우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정책기획위원장 역시 제15조의 폐지를 주장했다. 다만 그는 장애인복지법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발달장애인법과 같은 ‘정신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을 복지 전달체계에서 배제하는 것은 복지서비스의 직접적 접근권의 제한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배제도 가져온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수립에서 정신장애인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와 장애인정책조정실무위원회에 정신장애인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은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던 발달장애인에게 발달장애인법이 필요한 이유는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이 발달장애인의 권리보호 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의 경우도 동일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가령 안정화지원센터, 동료지원전문가 자격제도 등 장애인복지법에는 담을 수 없지만 정신장애인복지서비스 제공에 꼭 필요한 내용을 제정법에 담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