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장애인들에게도 사용이 불편한 장애인복지관들
작성자 2018-04-02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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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경기도 화성시 아르딤복지관 1층 장애인전용화장실 앞. 전동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화장실로 들어가기 위해 미닫이문을 힘겹게 밀고 있다. 그나마 손을 움직일 수 있었던 그는 가까스로 문을 열어 화장실을 들어갈 수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에게 미닫이문은 열기가 어렵다. 특히 손을 못 쓰는 장애인들은 장애인화장실임에도 누군가가 와서 열어줘야 한다. 휠체어장애인들은 터치식자동문이 가장 편하고 유용하다고 했다. 이 건물에 터치식자동문이 설치된 곳은 복지관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문이었다.
30일 경기도 화성시 아르딤 복지관 여자화장실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여닫이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휠체어장애인들에게는 터치식 자동문이 불편없이 사용할수 있다/ 조인원 기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쓰는 이 건물 화장실들은 남녀 화장실 모두 문이 없었다. 복도를 오가며 화장실 쪽을 보면 안에서 오가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화장실에 문이 없는 이유를 화성시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설계 때 화장실 문이 없는 쪽이 장애인들에게 더 좋을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문 없는 화장실을 사용한 장애인 박 모 씨는 “여자 입장에서 화장실에 용무를 보고 지나가는 남자들과 눈을 마주치니 너무 민망하다”고 했다.
이 건물 현관 입구엔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여닫이문에 유도블록이 없고 대신 휠체어장애인들이 다니는 자동문에 유도블록이 잘못 설치되어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 복지관은 BF인증 최우수등급인 별세개를 받은 건물. 화성시 장애인복지과 담당자는 “복지관시설에 대한 장애인들의 불편 사항을 취합해서 개선을 위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BF인증 최우수등급을 받은 경기도 수원시 호매실동 호매실 장애인복지관은 화재 대피로로 통하는 문이 육중한 문고리를 잡고 돌려야 열기가 가능한 여닫이문으로 손이 불편하거나 휠체어 장애인들에겐 사용이 어렵게 되어있다. 또 장애인화장실 문은 장애인들에게 사용이 불편한 접이식 문으로 되어 있고 세면대엔 당연히 설치되어야할 손잡이 지지대가 없었다.
세면대 옆 지지대는 목발을 짚은 장애인들이 세면대에 기대고 서서 손을 씻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장애인화장실에서 설치된 지지대 간격이 좁아 휠체어가 못 들어가거나 나사가 빠져 헐거운 경우가 많다. 용변을 보고 반드시 손을 씻어야함에도 세면대 지지대가 제대로 설치가 안됐거나 관리가 부실한 경우가 많은데 한 휠체어장애인은 손 씻을 데가 없어서 “대변을 본 변기에 물을 내리면서 손을 씻기도 한다”고 했다.
BF인증제도란 노약자, 장애인들이 시설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장애물 없는(Barrier Free) 생활환경을 구축하자는 의미에서 건물을 지을 때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인증하는 제도로 본격적으로 관련법이 개정되어 실시된 2015년부터 140여개의 인증지표가 적용된다. 하지만 100점 만점에 91점 이상이면 최우수등급이 부여되기 때문에 간혹 수백억을 들여 지어 최우수등급을 받은 장애인복지관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한 BF인증에 참여하는 한 장애인활동가는 “BF인증 제도는 종합점수로 합산이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개발원 김인순 부장은 “BF인증을 더 세밀하게 항목을 두어 평가해야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노인 인구가 늘어나 고령화 사회로 가기 때문에 이젠 건물을 지을 때 장애인 뿐 아니라 노인, 어린이, 장애인까지 모두 고려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했다. 유니버설 디자인(UD)은 누구에게나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기술, 환경 등을 미학적으로 고려해서 디자인하는 개념이다.
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을 전후로 사람들은 장애인의 대한 관심을 갖지만 평소에도 얼마나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지는 반성이 필요하다. 법적 테두리에서 제대로 최우수등급을 받은 시설조차도 정작 장애인들이 쓰기엔 불편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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