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이 이용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무단 금전 사용 사실이 드러나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 권고까지 받았으나, 과태료 납부를 거부하고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지역 장애계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권위는 이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주라 쉼터'가 거주인 간 성폭행을 묵인하고 생활 재활교사가 자리를 비울 때 이용인이 생활실 문을 열 수 없도록 하는 등 인권침해를 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이 시설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거주인 개인 금전을 이용해 수천만 원어치의 기물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시설장과 생활지원팀 간부 두 명, 성폭력 및 성추행 혐의가 있는 거주 장애인 네 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이천시에는 시설 원장에 대한 행정처분과 원장 및 직원 두 명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권고했다.
그러나 주라 쉼터에 대한 인권위의 개입은 여기서 끝나지 못했다. 올해 2월, 주라 쉼터에서 생활 재활교사로 근무했던 ㄱ 씨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ㄱ 씨는 인권위 조사 당시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을 했는데, 이에 대해 법인 대표이자 시설 원장이었던 김 아무개 씨가 그를 '제보자'라고 낙인을 찍고 각종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이었다. 인권위는 시설 측이 ㄱ 씨에게 업무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긴급구제' 결정을 내렸다.
주라 쉼터가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낀 장애인단체들은 지난 20일 '이천거주시설 바로 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결성했다. 비대위 측은 "주라 쉼터의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아무런 조치나 반성의 기미 없이 오히려 진술자를 탄압하고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주라 쉼터 시설장과 법인 이사회를 규탄한다"라며 주라 쉼터 시설장과 법인 이사진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비대위는 "시설장과 직원 두 명에 대해 이천시가 과태료 처분을 내렸음에도 '잘못한 것 없다'라며 벌금 납부를 하지 않고 있다"라며 "반성 없는 시설에 대해 이천시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라 쉼터에 관리 및 감독 책임이 있는 이천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시설에 개선 명령을 내리고, 시설장과 직원 두 명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을 한 상태"라며 "현재 지도점검을 실시해 시설 측으로부터 사유서를 제출받았다. 이를 검토한 후 확인되는 사항들에 대해 행정처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우선 조사 결과와 시설 측이 보내온 사유서를 검토한 후 이에 따라 행정조치의 수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미리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비대위는 28일 오전 11시, 이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라 쉼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시에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