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일자리사업을 하고 있다. 직업재활시설의 고용은 보건복지부 소관이고, 일반기업의 고용은 노동부 산하 장애인고용공단의 소관이지만 장애인 일자리사업은 두 부처의 공동영역이어서 경쟁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 일자리사업이 장애인의 삶과 고용시장에서의 참여를 얼마나 향상시키고 있는지 우리는 평가해 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장애인 고용실태를 알아보자.
장애인고용과 관련된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통계로는 장애인경재활동실태조사가 있다. 2022년도 자료에 의하면, 15세 이상 장애인 인구는 258만명으로 그 중 경제활동인구는 95만명 정도로 취업자는 89만 명 정도다. 실업자는 4.5%에 해당하는 44,424명이다. 여기서 의문은 자영업 종사자와 같이 취업자가 아닌 경제활동인구도 있을 것이다.
임금근로자는 65만 명이라고 하니 나머지는 자영업인 듯하다. 비임금 근로자는 29만 명이라고 하니 합하면 94만 명이 되니 취업자 89만명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 조사의 다른 페이지에서는 임금근로자가 62만이라고 한다. 통계가 몇만 명씩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하여튼 2021년 실업률 7.1%에 비해 실업 문제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코로나 시대에 장애인 실업률이 이렇게 대폭 줄어들다니 통계의 오류인가, 고용의 증대인가? 국세청에서 연말 정산한 장애인 인구수라도 물어봐야겠다.
상용근로자 평균임금은 289.5만원, 임시직은 101.7만원, 일용직은 139.3만원으로 일용직이 임시직보다 임금이 높다. 장애인 평균임금은 196만원이고, 전체 국민의 평균임금은 288만원이다.
다른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상용직 평균 임금은 405만원이라는 자료도 있고, 388만원이라는 것도 있다. 중소기업 평균임금이 245만원이라고 한다.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를 그대로 신뢰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의 임금은 전체 임금의 68% 수준인 샘이다. 일단 임금 차별과 저임금 일자리 종사자가 많아서라고 해 두자.
2021년 장애인고용패널조사에 의하면, 장애인 근로자의 56%가 비정규직이며, 평균임금은 230만원이라고 하였다. 취업자는 69만 명 정도로 추정하여 모집단을 구성하였다. 경제활동실태조사의 경제활동 인구 95만 명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패널조사란 종단적 연구로 전년도에 설문 대상자가 다음 해에도 설문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표본이 동일하다. 이 표본에 가중치를 가하여 모집단과 유사한 구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가중치 작업이 충분하지 않아 모집단이 다른 통계와 차이가 있으므로, 모집단을 추정한 통계자료는 신뢰하기 어렵다. 다만 취업자와 실업자의 변동 등 추이를 연구하는 용으로만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발행하는 ‘장애와 고용’ 잡지에 실린 한 논문에 의하면, 2018년 한국노동패널조사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장애인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123만원이고, 비장애인 평균임금 272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4년만에 장애인 평균임금은 62%나 인상된 셈이다. 이를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장애인 근로자 중 1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47.2%이며, 비장애인 8.8%에 비해 월등하게 낮은 임금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고 하였다. 장애인 정규직 비율은 33%로 비장애인 근로자 67.5%의 절반 수준이라고 하였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제 이야기를 장애인일지라사업으로 돌려보자. 올해 보건복지부는 일자리사업을 지난해보다 2천 명을 더 늘려 약 3만 명으로 잡았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일자리사업의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일반 일자리, 복지일자리, 특화형 일자리로 구분하고 있다. 절반 정도가 복지 일자리이고, 시각장애인 안마사 파견사업과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가 각각 1천 명 정도이다.
일자리 사업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사회참여 확대와 소득보장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민간시장에 취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사회참여 확대와 소득보장은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일자리가 늘어나 장애인도 일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지는 의문이다. 대부분 행정복지센터 사무보조나 복지일자리로 다양하지 않은 경험을 제공한다. 일자리 사업이 없었다면 실업 상태를 유지해야 했던 장애인에게는 분명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런데 일자리 사업은 장애인에게 소득의 기회인데, 민간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안주하는 사람에게 일자리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는 다시 실업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일자리 사업에 머무르도록 하여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민간시장으로 진출하기는 어렵기도 하고, 차별이나 시장의 협소함, 편의시설 부족, 일의 강도의 높음 등으로 일자리사업이 편하기도 하고, 작업량이나 난이도도 적당하니 반복해서 일자리 사업만 찾는다면 일자리 사업은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장애인고용상담 창구에 구직자가 줄어들어 사람을 찾는 데에 애를 먹고 있는 취업상담 종사자들은 일자리 사업이 늘어날수록 구직 희망자가 줄고 있다고 말한다. 혹 일자리 사업이 수급자의 울타리처럼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오히려 민간시장에서 하위 근무 조건의 대우를 받는 장애인을 흡수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전화상담 직무 교육을 장애인에게 시켜 중소기업에 근무하게 한 후, 대기업에서도 전화상담직에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개발하자 중소기업에 있던 장애인들이 대기업으로 진출하고 중소기업에는 장애인이 채워지지 않아 결국 장애인의 자리가 사라진다면 추가 고용 효과는 없고 소득증대 효과는 있을 것이다.
일자리 사업이 직업재활시설에서 탈출하거나 집에만 있던 실업 장애인이 일자리를 얻는 것은 큰 혜택이다. 다만 직업재활시설 운영에는 어려움이 생기고, 중소기업의 최저임금을 받는 수준의 장애인은 오히려 일자리사업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
매년 일자리 사업은 계약직으로 신규로 고용하니 지난해 일을 하였다 하더라도 새로운 인력의 충원이 아니라 신규로 늘어나는 일자리만큼만 인력이 보충된다. 통계적으로는 모두 새로 일자리를 얻은 것이니 고용실적으로 잡힌다. 매년 고용실적 몇 만명이라고 하면 많은 실적이 있다고 보지만 사실은 늘어난 인원만큼만 더 자리가 생긴 것이다.
중증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을 위하여 일자리 사업은 계약직일 뿐, 반복하여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로 봐야 할 것인가, 민간시장으로 가기 위한 잠시 머무는 징검다리로 보아야 할 것인가?
문제는 민간시장의 근무 조건이 일자리사업보다 별반 낫지 않다는 데에 있다. 조건이 좋다면 준비된 인력이 별로 없다. 일자리 사업에 열중한다고 그러한 준비를 할 기회를 갖지 못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양질의 일자리와 더불어 민간시장의 양질의 자리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단순 일자리 경험으로 스스로 역량을 준비하도록 내 버려두지 말고, 일자리사업에 준비 과정의 훈련 프로그램이 포함되어야 하며, 그러한 개척에 도전하는 장애인에게 경제적 유인책도 강구하여야 한다.
수급자에서 탈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듯이,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은 물론 더 위로 올라가 민간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중증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과 오히려 다른 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감각을 마비시키는 양날의 복지정책이 될 것이다.
내년에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시킨다고 한다. 기업에 부담금을 더 걷기 위한 방안이 아니고, 진정 장애인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의무고용률이 늘어나 필요한 만큼의 인력공급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구체적 전문인력 양성 제도가 있다면 어디 정부가 손꼽아보기 바란다. 일자리사업은 임시방편에 불과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