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   커뮤니티   >  

복지뉴스

‘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 ⑧수상작 소개-

작성자 2022-10-04 최고관리자

조회 332

 

‘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소개-⑧

우수상 ‘Traveling Makes Inner power’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9-28 09:09:08
밀알복지재단이 최근 ‘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다.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은 장애인과 관련된 일상 속 이야기들을 통해 장애인식개선을 도모하고자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올해 공모전 결과 박관찬씨의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총 19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총 19회에 걸쳐 공모전 수상작을 연재한다. 여덟 번째는 우수상 수상작인 연기영 씨의 ‘Traveling Makes Inner power’이다.


Traveling Makes Inner power
연기영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말이 있다. 너무 많은 정보나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될 정보를 의미한다. 나는 사실 이런 TMI를 피하고 싶지만,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정보를 말해야 하는 순간들이 온다. 나는 삶이라는 여행에서 TMI로 가득 찬 배낭의 무게를 덜 수 있었는데, TMI(Too Much Information)를 다른 의미의 TMI(Traveling Makes Inner power)로 변화시켰던 나의 여행을 돌아보고자 한다.

내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 첫 번째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정든 특수학교를 떠나 대학을 오면서 내 또래의 새로운 친구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음에 설렜다. 하지만 내성적인 탓에 선뜻 친해지기 어려웠다. 그리고 나를 가로막는 몇몇의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리엔테이션 날, 자기소개 시간, 나는 미숙아망막증으로 인해 안구가 덜 형성된 나의 모습에 주눅이 들어있었다. 나는 내가 어떤 병명으로 장애를 얻었으며 그래서 눈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황급히 자리로 돌아왔다. 떳떳하려고 노력했으나 친구들 시선에 대한 불안함과, 나의 낮은 자존감으로 그러지 못했다. 친구가 나한테 먼저 다가와 주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화를 잘 이어나가지 못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일상적인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 나간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가족인데, 친구 역시 나에게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냐며 물었다. 나는 좀 망설이다 외동이라 말했다. 처음부터 나의 가정 상황에 대해 말하자니 아직 난 마음을 열지 못했고, 그렇다고 거짓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름 최선의 답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친구들이 더 물어올까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었다. 영어로 가족을 묘사하는 수업이 있었다. 친구와 짝을 맞춰 하는 건데, 나는 재빨리 나의 엄마, 아빠를 가상으로 그려보았다.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가족을 꾸며내 묘사하는 것은 나로 하여금 엄청난 회의감에 들게 하였다. 너무 슬픈 일이었다. 이렇듯 나 자신과의 험난한 여행이 계속되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기 때문에 나를 너무 많이 속여야만 했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평범한 질문에 답할 수 없음에 서러워진다.

두 번째 여행에서 나는 제법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전공 수업에서 다큐멘터리 시청하던 중 가족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혼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영상이 슬퍼서라기보다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존재하지 않은 너무 큰 그리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른 수업 시간에는 가족관계도를 그려와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가상의 인물을 만들려니 이건 너무 복잡한 일이었다. ‘엄마, 아빠, 나’ 만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아는 조상님까지 표현해야 했다. 나는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이 모두 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고는 교수님께 빈 종이를 보여드리며 제출이 가능한지 여쭤보았다. “과제인데, 제가 가족이 없어서 그릴 수가 없어요.” 결국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안 울어야지 다짐하면서 또 무너지고 말았다. 교수님은 어렸을 적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으셨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래서 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한다며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해 주셨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누구나 슬픈 사연을 간직한 채 덤덤하게 살아가는구나.

세 번째 여행에서 스물두 살이 되었다. 대학이라는 낯선 곳에 발을 디딘지도 채 얼마 되지 않았는데, 혼자 독립을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시설에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독립은 내가 결정한 일이기에 두렵지 않았다. 반면, 자유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무게를, 책임져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짐을 느끼게 되는 때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터놓아야 하는 상황이 잦아졌고, 스스로를 인정해야 하는 순간도 찾아왔다. 충주라는 작은 도시를 벗어나 대학교와 가까운 대구로 이사를 왔다. 자취하기 위해 혼자 부동산을 찾아다니며 무사히 집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주거급여 신청도 하였다. 며칠 뒤 LH에서 확인 차, 집을 방문하셨다. 확인 절차 중 집주인에게 내가 이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하셨다. 대화가 오가는 중에 주인아저씨는 주거급여가 뭐냐며, 수급자만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자신도 받을 수 있냐며 물으시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여태껏 내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것을 부끄러워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평소 주인아저씨와 밝은 얼굴로 인사도 나눴는데, 수급자로 들통난 것이 부끄러워졌다. 이제야 선생님이 독립 전에 남들이 뭐라고 해도 상처받지 말고 떳떳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여행을 시작하고 반을 걸어왔을 때, 잠시 쉬어가고 싶었다. 휴학을 하면서 심리 상담을 받았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혼자 여행을 하는 것보다 가이드가 있다면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상담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친구, 선생님 그 밖의 소중한 인연들도 나의 가이드로서 보고 배운다면, 삶을 조금이나마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나의 내면을 강하게 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함에 있어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다. 이 여행이 점점 나의 내면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느꼈다.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다시 여행을 시작하였다. 반 학기가 밀리다 보니 후배들과 수업을 듣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다시 두려움에 나를 숨기기 시작했다. 거리를 두었고,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문득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나에게 용기를 갖고 말을 건넨 사람의 마음은 어떻겠냐고, 그 사람들은 상처받지 않을 거 같냐고. 그때 선생님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내가 너무 나에게만 몰두되어 있었구나. 내가 너무 나의 아픔에 치중해서 주변을 보지 못했구나. 나를 인정하고, 나의 아픔을 나누고, 주변의 아픔도 같이 나눈다면, 자연스레 내가 걱정했던 일들이 걱정이 아닌 게 되기도 한다.

나름 다사다난했던 네 번째 여행을 하다 보니 어느덧 졸업할 시기가 찾아왔다.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 자신을 향해 외쳤다. ‘아직 난 어리니까, 괜찮아.’ 그런데 더 이상 ‘어리다’는 말로 나를 위로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어른’이 되었고, 백수가 되었다. 쳇바퀴처럼 줄곧 학교를 다니다 신분을 잃게 되니 느낌이 생소했다. 학생 때는 몰랐던, 학생이라 보호될 수 있었던 울타리가 사라지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도태될 거 같았다. 그리하여 임용 공부에 매진했다. 한 학기는 방황하다시피 했는데 한 학기는 정말 이렇게 보내면, 외딴섬에 혼자 놓인 기분이라 이 순간을 탈출하고 싶었다.

감사하게 임용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또다시 적응이 필요했고, 다섯 번째 여행을 시작하였다. 여전히 편견과, 그리고 나는 접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나에 대한 TMI를 반복해야 하는 일들이 생겼지만, 수긍하기로 했다.

같은 상황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 여겨진다. 더 이상 TMI를 불필요한 정보라고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엄마를 원망했지만, 나를 생명으로서 포기하지 않아주셨음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고, 내 왼쪽 눈이 콤플렉스였지만 지금은 틀림이 아닌 다름을 보여주는 나만의 상징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여태 나는 TMI를 나를 주눅 들게 하는 불필요한 정보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성장함에 있어 필요한 도구로 안내해 주는 여행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누가 덜 하고 중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들을 나의 내적 성장의 발판으로 여겨야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는 이제 나를 맘껏 사랑하려 노력할 것이다. 이 여행이 더 즐거워질 수 있도록. 나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말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블로그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34&NewsCode=00342022092309003999563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홈페이지
  • 중랑구 홈페이지
  •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홈페이지
  • 장애인 활동지원 홈페이지
상단바로가기

QUICK
MENU 화살표

  • 공지사항
  • 상담게시판
  • 활동사진
  • 오시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