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소개-17
“아니오, 없어요!”라는 대답 대신에 “네, 있어요!”라고 말한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0-12 07:55:37
밀알복지재단이 최근 ‘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다.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은 장애인과 관련된 일상 속 이야기들을 통해 장애인식개선을 도모하고자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올해 공모전 결과 박관찬씨의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총 19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총 19회에 걸쳐 공모전 수상작을 연재한다. 열일곱번째는 장려상 수상작인 조은경 씨의 ‘“아니오, 없어요!”라는 대답 대신에 “네, 있어요!”라고 말한다’다.
“아니오, 없어요!”라는 대답 대신에 “네, 있어요!”라고 말한다
조은경
“말도 안 돼요! 원장님!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장애인을 써요!”, “어린이집은 비장애인도 일하기 힘든 곳인데 어린이집에 피해가 가죠!” 어린이집 원장님들은 한사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어린이집 개원 후 3세 반에 새로 들어온 아이는 약간의 자폐가 있었다. 일반 아이 부분으로 입학을 지원을 했는데 막상 받고 보니 비장애 아이들과 달랐다. 성은(가명)이는 약간의 자폐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과 발달이 약간 늦을 뿐이라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에게 자폐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소개하려고 했는데 성은이 부모님은 한사코 우리 어린이집에만 다니고 싶다고 얘기했다. 아직 장애아 입소 희망자가 없어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한사코 우리 어린이집에만 다니고 싶다는 성은이와 부모님으로 인해 장애통합어린이집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런데 막상 발달 지연 원아들을 확인하고 운영하려고 보니, 장애아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했다.
대부분 나와 교사들이 유아교육과를 졸업해서 장애 유아를 그냥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성은이의 행동은 비장애 아동과는 다른 행동들을 보였다. 소리에 민감한 성은이는 또래 친구가 노래를 부르면 귀를 막고 괴로워했고 친구들의 장난감을 부수는 거에서 던지는 것 등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간혹 보였다. 이런 일이 잦아들자, 너무 힘들어하는 교사에게 보조교사를 배치했지만 원장뿐 아니라 해당 교사도 장애 아동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원장실에 와서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울곤 했다. 수업이나 상호작용이 이렇게 진행되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 같아 먼저, 아이에 대한 이해를 해보자며 설득을 하고 방법을 생각해 보다가 다른 어린이집에 물어보니 장애영유아 교사자격 이수를 하면 통합어린이집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함께 장애보육교사 자격이수를 해보자고 하였다.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전이지만 미리 교육을 받아 조금이라도 장애통합을 하는 아이들을 이해한다면 좋지 않을까 해서 이수를 권유했다. 어린이집에서 오전과 오후 당직이 있으니 어떤 때는 장애아를 돌봐야 할 순간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원장이라 굳이 자격을 이수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런 전문지식 없이 부모 상담이나 아이에 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운영하는 것은 전문적인 원장의 모습이 아닌 데다 교사들에게 본이 되기 위해 함께 장애아 영유아 자격을 이수하였다. 장애통합 보육교사 자격을 이수하고 나서 수강을 모두 성실히 이행하기 시작했다. 함께 회의도 하고 의견도 나눴다. 원장인데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유아교육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모르는 용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교육에 대해 이수하면서 장애아에 대한 행동에 대해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말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며, 몇 가지 애착 물건 등에 예민하고 소리에도 너무 민감해서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고치기에는 너무 어려운 행동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변화도 당연히 될 수 있지만 서서히 개별화 교육을 시키면서 진행을 해야지, 이해를 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느낀 교사들처럼 나도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행동의 범주를 비장애 영유아처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는 특별히 더 도와줘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사들과 장애통합 보육교사 자격을 이수하고, 장애통합반 아이들을 모집하기 시작해서 장애통합시설로 지정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듬해, 뜻밖에 장애통합관련 장애영유아 교사 자격 이수를 한 교사에게는 한 달에 30만 원씩 준다는 복지부의 지침이 내려왔다.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는데 이 수당은 장애 통합 반을 맡은 교사뿐 아니라 장애통합 어린이집으로 지정되면 다른 반을 맡고 있는 모든 교사에게 주는 것이었다. 비록 원장에게는 주지 않아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지만 복지부가 이렇게 장애통합어린이집 교사들을 위해 도와준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생각해 보았다. 왜냐하면 장애아가 있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장애통합반이 설치되면 해당 반을 맡기 싫어서 퇴직을 하기도 하고, 당직 때 맡을 수도 있는 아이들 때문에 통합 반을 거부하거나 하는 등의 일로 교사 모집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이 수당은 10만 원으로 변경되었다. 금액이 커서 원장 급여나 다른 일반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형평성 문제도 있고, 통합반 교사와 같은 30만 원을 받는다는 것은 반을 맡지 않는 교사에게까지 지급하는 것도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있어서라고 들었다.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교사들이 30만 원을 추가로 받아, 장애통합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고, 30만 원이라는 금액은 호봉별로 직급에 따라 거의 10년을 뛰어넘는 금액이기 때문에 장애통합어린이집에 서로 들어오려고 지원자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장애통합어린이집으로 지정받고 나서, 부모님과 상담을 많이 나누었는데 ‘지금은 어린이집에 다니며 이렇게 행복한데 초등학교 가고 성장하면서 부모가 죽을 것에 대비해 우리 아이는 어떻게 취업하고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듣게 되었다.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나도 부모라서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들도 직업과 학업성적, 또래 관계 등에 대해 고민하고 앞으로 내가 죽으면 이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평범하게 남들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데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은이 엄마가 털어놓는 고민에 둘째도 약간 장애가 있는 것 같아 상담할 때마다 우울과 눈물로 가득한 어머님의 말에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는지 함께 콧잔등이 빨개지며 울고불고 하곤 했다. 성은이 엄마는 ‘원장님처럼 성은이가 훌륭한 보육교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런 말을 듣고 나서 성은이가 지금은 상호작용도 또래 관계도 많이 늦지만, 많은 변화가 그동안 있었기에 나중에 혹시 교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3년 동안 정말 많이 변화했고, 성은이는 아기를 참 좋아하며 동생과 또래에게도 친절하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는 아이로 변화되었기에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 원장님이 꼭 채용해 주실 거지요? 제가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늦더라도 몇 년이 더 늦어지더라도 우리 성은이 꼭 교사로 만들게요! 채용 꼭 해주세요! 보조교사라도 좋아요! 꼭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어머님의 두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제가 이 어린이집 원장으로 계속 있고 성은이가 제가 있을 때 교사가 된다면 꼭 채용할게요! 우리 함께 노력해요!”
나는 깊이 생각해 보면서 이를 실천해 볼 요량으로 장애인 채용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원장회의 때 혹시 장애인 고용을 해본 원장님들이 있는지 해서 서울, 경기 아는 원장님들 등 모두에게 물었는데 모두 하나같이 대답은 “아니오!”였다. 너무 단호한 말들이 오고 갔다. “말도 안 돼요! 원장님!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장애인을 써요!”, “어린이집은 비장애인도 일하기 힘든 곳인데 어린이집에 피해가 가죠!” 어린이집 원장님들은 한사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원장님, 요즘은 출퇴근도 모두 책임져야 하고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꺼내요!” 하면서 염려 섞인 말들이 가득했다. 집에 돌아오면서 “아니오!”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성은이 어머니에게는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고 약속했는데 하며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어머님과 성은이의 노력이라면 언젠가는 꼭 교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렵다면 몇 년을 늦춰서라도 꼭 교사가 되겠다는 약속을 했다. 나는 이 약속을 꼭 들어주고 싶다. 3년 동안의 엄청난 변화와 성은이의 눈빛을 보면 분명히 아이들을 사랑해 주는 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장님들의 경험도 염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이들과 약속은 꼭 지키는 원장이지 않은가!’ 일단, 그래서 장애인 고용을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편견들을 부수지 않으면 나도 나중에 성은이가 엄청난 노력을 하고 나서 “원장님, 저 이제 교사가 되었으니 저를 고용해 주세요!”라고 하면 “그래! 지원해보렴!” 하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었다. ‘아니오!’라는 원장님들의 말에 나는 “내가 첫 테이프를 끊겠어!” 하고 혼잣말을 하며 회의를 마치고 어린이집으로 곧바로 돌아와 공고를 낼 글을 작성했다.
어린이집에서 제일 먼저 장애인 고용을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해당 부분에 장애인 고용 관련 공고를 냈다. 그러자, 여성 인력 개발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원장님, 정말 장애인 고용하는 거 맞나요? 혹시 표시를 잘못하신 게 아닌가 해서 공고를 도와드리려고 보니 체크가 되어 있네요! 처음이어서요. 어린이집에서 장애인 모집 공고는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나라도 정말 노력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처음이구나! 어린이집에서 장애인 고용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맞아요! 장애인만 지원 가능해요!”라고 몇 번을 강조하며 꼭 공고를 잘 내달라고 했다. 이력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막상 지원을 받고 보니, 편견은 내가 있었던 것이다. 너무 훌륭한 이력과 능력을 갖춘 분들이 많아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마음속으로는 한탄이 흘렀다. 어리석었구나! 이렇게 일을 잘할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장애인 고용을 안 하고 있었다니!
시간이 흘러 어린이집에 함께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은 얼마나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는지 동료들의 평도 너무 좋고, 직장 상사로서 나의 평가도 무척 만족할 정도로 일을 잘 수행했다. 심지어 마음도 곱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쳐서 동료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모르겠다.
처음 두려웠던 장애통합 어린이집의 신청과 지정, 그리고 장애통합 아이들을 보호하고 가르치는 일들, 염려했던 많은 원장님들과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용한 장애인 교직원은 너무나 우리 모두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넘어, 장애인 고용 어린이집! 전국에 장애인 고용 최초 어린이집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전국을 다 아는 건 아니니 어린이집 최초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어린이집 주변에서, 적어도 근무하는 곳 시군구 어린이집 주변에서는 장애인 고용은 없었으니, 최초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나는 장애인 고용에 대해 묻는 원장님들에게 이렇게 대답을 하곤 한다.
장애인 고용에 대해서 물었을 때 모두 하나같이 했던 바로 그 말! “아니오! 장애인 고용은 못해요!”라는 대답 대신에 나는 “있어요! 우리 어린이집에는 장애인 고용을 했어요! 너무 만족해요! 너무 좋으시고! 꼭 추천 드려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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