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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파기한 강동구청, 장애인들 계단 기어 올랐다

작성자 2022-11-08 최고관리자

조회 384

 

약속 파기한 강동구청, 장애인들 계단 기어 올랐다

 

장애계, 강동구청서 자립생활 권리예산 농성 4일차
강동구청 삼거리 점거… 경찰과 30분간 대치
구청 계단 기어 올라가 “이수희 구청장님 만나주십시오”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휠체어에서 내려 강동구청 제2청사 앞 계단을 기어 오르고 있다. 사진 복건우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휠체어에서 내려 강동구청 제2청사 앞 계단을 기어 오르고 있다. 사진 복건우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나와서 이 현장을 보십시오.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7일 오후 2시, 장애인 네 명이 휠체어에서 내려와 강동구청 제2청사 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출입문도 경사로도 엘리베이터도 막힌 구청 앞에서 장애인들은 바닥을 기는 모습으로 나타나 이수희 강동구청장에게 조속히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강동센터)와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아래 숨센터) 등은 이날 구청 제2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장애계가 구청 안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한 지 4일째 되는 날이다.

7일 서울 강동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난슬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7일 서울 강동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난슬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 장애계 “강동구, 장애인권리예산 3대 요구안 보장하라”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아침 7시 30분 삼각지역 승강장에 모여 ‘제4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선전전을 진행했다. 지난 달 30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등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추모 기간을 갖고 일주일간 지하철 선전전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16일 만에 다시 지하철을 탄 활동가들은 선전전 종착지로 강동구청을 찾았다.

서울장차연은 지난 2월부터 △활동지원 24시간 구비 인원 확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지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운영비 지원을 강동구청에 요구해왔지만, 이 구청장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6‧1 지방선거 후보 시절 내세운 정책에도 장애계의 요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활동가들은 지난 달 27일 이 구청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구청장은 11월 2일 강동구청 실무 담당자를 통해 장애인권리예산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11월 4일 장애계와 재면담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면담일이 되자 구청은 말을 바꿨다. 이 구청장은 “이게 최선이다. 더 이상 달라질 건 없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고 서울장차연 측은 전했다. 면담이 파기되자 장애계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외침을 구청장이 외면했다”며 강동구청을 점거한 뒤 이날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강동구청 정문 경사로 입구에 출입을 통제하는 쇠사슬이 둘러져 있다. 사진 복건우강동구청 정문 경사로 입구에 출입을 통제하는 쇠사슬이 둘러져 있다. 사진 복건우

- 출입문에 자물쇠, 경사로에 쇠사슬… 장애인 이동권 모두 막혀

장애계는 중앙정부에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역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장애인권리예산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강동구에 사는 1만 8000여 명의 장애인 중 약 39%가 중증장애인이다.

그럼에도 강동구청의 제도적 지원은 미비하다. 올해 강동센터와 숨센터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강동구에서 활동지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장애인은 총 39명이다. 그러나 강동구에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은 현재 4명에 그친다. “지난 10년간 활동지원예산 증액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장애계가 반발하자, 구청 관계자는 “(24시간 지원대상을) 1명 더 늘리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구에는 최근 지자체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단 하나도 없다. 관내 자립생활센터 운영비 증액은 자연증가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난슬 숨센터 활동가는 “강동센터와 숨센터 모두 인건비와 운영비 확보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 구청장은 이날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활동가들이 선전전을 마친 뒤 강동구청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자, 구청 관계자들은 모든 출입구와 경사로를 자물쇠와 쇠사슬로 봉쇄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이동을 가로막았다. 강동구청 측은 농성이 시작한 지난 4일부터 건물 내 모든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이날 오전 11시 40분 장애인 활동가들은 강동구청 삼거리를 점거하고 30분간 경찰과 대치했다. 사진 복건우이날 오전 11시 40분 장애인 활동가들은 강동구청 삼거리를 점거하고 30분간 경찰과 대치했다. 사진 복건우

-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 휠체어 내려와 바닥 기었다

활동가들은 이날 아침 장애인들이 강동구청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강동구청역으로 향하는 8호선 지하철을 연착시키는 이동권 투쟁을 벌였다. 오전 11시 40분에는 이수희 구청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강동구청 삼거리를 점거했다. 휠체어를 탄 15명의 활동가가 30여 명의 경찰과 도로 위에서 30분 넘게 대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치는 격렬해졌다. 경찰들이 휠체어 바퀴 앞에 방패를 끼워 넣어 이동을 막는 등 과잉 진압을 멈추지 않자, 활동가들이 이에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강동경찰서 경비과장은 “도로를 점거하고 불법 집회를 지속한다”며 활동가들에게 1·2차 해산명령을 연달아 내렸다.

이에 활동가들은 구청 제2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구청장과 강동구청을 규탄하는 릴레이 발언을 이어갔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어제부터 중증장애인 6명이 구청 3층 회의실에 갇혀 식사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강동구청은 건물 안팎으로 모든 휠체어 이동을 막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것”이라 말했다.

다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활동가들도 이날 투쟁에 힘을 보탰다. 이정열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서울시내 모든 자치구가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는 듯하다. 장애인이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온전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강동구는 촘촘한 예산과 정책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휠체어를 탄 활동가가 쇠사슬이 채워진 경사로 쪽으로 다가가려다 경찰 10여 명에게 막혀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진 복건우이날 휠체어를 탄 활동가가 쇠사슬이 채워진 경사로 쪽으로 다가가려다 경찰 10여 명에게 막혀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진 복건우

활동가들은 기자회견 내내 경찰의 과잉 진압에 막혀 강동구청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한 활동가가 쇠사슬이 채워진 경사로 쪽으로 다가가려다 경찰 10여 명에게 떠밀려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과 구청 직원들은 휴대폰과 카메라로 시위 현장을 채증했다.

강동구청은 앞선 4일부터 장애인 시위를 이유로 건물 내 엘리베이터 전원을 꺼놓았다. 4층에 있는 장애인복지과에 가려던 장애인 활동가들은 휠체어에서 내려 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그러나 경찰은 구청 1층 로비와 2층 사이 계단에서 장애인들을 방패로 막아 세웠다.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그 과정에서 경찰 방패에 무릎이 찍혀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장애인들은 이날 오후 2시경 휠체어에서 내려와 강동구청 1층 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사진 복건우장애인들은 이날 오후 2시경 휠체어에서 내려와 강동구청 1층 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사진 복건우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이동을 막아 선 공무원과 경찰을 향해 “장애인들이 밑에서 온몸으로 기어 올라가고 있다. 경찰과 공무원은 진압을 멈추고 구청장은 조속히 장애인과 만나달라”고 외쳤다.

장애계는 오후 7시부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투쟁 문화제를 진행한 뒤 구청 제1‧2청사에서 1박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 구청장이 장애계 요구안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을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이들은 8일 진행되는 ‘제43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강동구청역에서 진행한다. 오전 7시 30분에 강동구청역(8호선)에서 이수희 구청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천호역(5호선)까지 행진한 뒤, 국회의사당역(9호선)까지 국회에 장애인권리예산을 촉구하는 출근길 연착 투쟁을 할 예정이다. 

장애인들은 이날 구청 제2청사 앞 계단을 기어 올라가며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으라고 이 구청장에게 촉구했다. 사진 복건우장애인들은 이날 구청 제2청사 앞 계단을 기어 올라가며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으라고 이 구청장에게 촉구했다. 사진 복건우

 

 

 

 

 

 

 

 

 

출처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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