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발달장애인에게는 국가가 없습니다. 국가가 필요합니다”
작성자 2022-06-08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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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엄마 자리를 놓는 순간 어떻게 됩니까? 누가 엄마 역할을 해줄 것입니까? 국가가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저만 갈 것입니다. 제 아이는 국가에 맡길 것입니다. 2004년생으로 태어난 지 20년밖에 안 된 아이를 20년만 살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발달장애인이) 갈 곳이, 할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왜 연약한 엄마, 아빠에게만 맡깁니까? 국가가 국가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죽어가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보고도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게 국가입니까? 버리고 싶은 대한민국, 저주하고 싶은 대한민국입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국가가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에 맞는 국가가 필요합니다. 대통령님 나와서 이야기하십시오. 국회의원들 나와서 제발 말 좀 하십시오. 당신들이 일을 하지 않아서 우리가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제발 해야 할 것을 하십시오. 비참한 죽음,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억울해서 못 죽습니다. 제 생애가 다하는 날까지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외칠 것입니다. 자폐성장애 자녀를 둔 엄마 김현미입니다.”
5월 17일 전남, 조카에게 폭행당한 지적장애인 사망
5월 23일 서울, 발달장애 6살 아들을 안고 어머니 투신
5월 23일 인천, 어머니가 중증장애자녀를 살해
5월 30일 경남, 발달장애자녀의 어머니 투신
6월 3일 경기, 두 명의 발달장애자녀를 둔 아버지 극단적인 선택
5월 이후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사망사건만 5건, 모두 6명이 죽었다. 비단 올해 5~6월에만 발생한 비극은 아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은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가 없는 탓에 그 책임이 고스란히 가족에게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장애인거주시설에 수용된 장애인의 80%가 발달장애인이다. 이는 지역사회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연이은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에도 정부는 대책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7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참사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지원체계 부재… 돌봄책임 가족의 몫으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발달장애인의 약 80%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 중 41%는 일상생활 대부분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체계는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사회복지기관이 문을 닫는 등의 이유로 돌봄 부담이 가족에게 가중되면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은 언론에 더욱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성인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지원은 아예 없는 수준이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하는 발달장애인은 손에 꼽힌다. 이 외에 발달장애인이 낮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정도뿐이다. 이마저도 5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오랜 시간 기다려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이용기간은 최대 5년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간은 고스란히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감당해야 한다.
김현미 부모연대 인천남동구지회장은 “스무 살인 아이를 위해 엊그제 지역사회의 문(주간보호센터)을 두드렸지만, ‘빽’을 쓰지 않고 순차적으로 들어간다고 하면 5년 안에도 못 간다고 한다”라며 “이제는 아빠 엄마 동생의 돌봄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스무 살 이후에는 사회가, 국가가 아이를 받아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조경윤 씨는 “엄마, 아빠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앞으로 발달장애가족이 죽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죽지 않도록 (국가가) 도와달라”라고 강조했다.
- “발달장애인과 가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타살’ 국가가 멈춰라”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바라는 것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이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발달장애인 24시간 국가책임제’를 국정과제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 557명이 삭발했고, 경복궁역에서 보름간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 정부는 끝내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지난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 평가를 거쳐 확대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확충 등이 담겼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지난 정권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는 이미 있다. 2014년 발달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지원을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으로 하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됐다. 2018년에는 정부가 ‘제1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에도 묵묵부답이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이 나라를 떠나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지 않는 한 발달장애인과 가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타살’을 막을 수 없다.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결의안을 채택해 발달장애인 종합지원계획을 조속히 마련하라”라고 강조했다.
부모연대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서비스 판정 체계 개편 및 추가급여 보장을 통한 활동지원서비스 확대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중증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보장을 위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 제도화 및 기존 직업재활사업 확대 △지원주택 및 주거서비스 등 지역사회 중심의 주거 자립생활 보장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피플퍼스트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해 왔다.
한편,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잇따른 사망에 지난 5월 31일부터 7월 11일까지 ‘49재 기간 집중 투쟁’을 선포했다. 49재 기간,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추모하며, 국가의 책임을 촉구한다.
추모제는 전국에서 열린다. 7일(화) 오전 11시 안산시청, 8일(수) 오전 11시 여수시청, 9일(목) 오전 11시 경남도청, 10일(금)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집무실 인근 전쟁기념관 추모 예배가 예정돼 있다.
출처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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