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신길역 리프트 추락 사망 사건' 첫 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한 기자회견 참석자가 "사람이 죽어도 리프트는 유지"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7월 6일 오전 10시 50분,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망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유가족과 서울교통공사가 추락사에 대한 서로의 확연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2017년 10월 20일 오전 10시경 고 한경덕 씨는 신길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1호선에서 5호선 환승구간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의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가 계단을 등지고 추락했다. 결국 그는 98일간 한 번도 깨어나지 못한 채 2018년 1월 25일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는 ‘기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유가족에게 발송하며 사과를 거부했다. 이에 2017년 3월 23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유가족은 서울교통공사(아래 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날 재판에서, 유가족 측 변호인은 “공사에 휠체어 리프트의 설치 및 관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첫 번째 이유로 호출 버튼이 설치된 위치를 들었다. 왼팔의 운동기능이 마비된 고인은 자신의 왼쪽에 놓인 호출 버튼을 누르기 위해 계단을 등지고 오른팔로 눌러야 했다. 하지만 휠체어 방향을 크게 돌릴 만큼 공간이 충분치 않아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야 했고 결국 추락사했다는 것이다. 사고 이후 신길역 측에서 호출 버튼을 안전한 쪽으로 옮겼다. 그는 이에 대해 “기존에 설치됐던 위치가 위험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계단턱, 반사경 등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시설물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공사가 추락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가족 측 변호인은 휠체어 리프트가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임을 명확히 했다. 휠체어 리프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에서 정의하는 이동수단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단 또는 급격한 경사로 옆에서 승강을 하고 그 위로 이동을 해야 해 추락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법정에서 “이 때문에 인권위에서도 지하철 환승구간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는 장차법상 ‘정당한 편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며 휠체어 리프트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사 측 변호인은 “휠체어 리프트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충분한 교통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날 재판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법령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7월 1일 공사가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공사는 교통약자법에 정의된 이동편의시설 중 ‘장애인용 승강기’에 휠체어 리프트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말하는 ‘승강기’의 정의는 승강기시설안전관리법에서 따온 것으로, 이 법에서는 휠체어 리프트도 승강기에 포함된다.
이날, 양측의 변론이 오고 간 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신길역에서 현장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법원은 현장검증을 신청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제출자료 등을 보고 판단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무게감을 가지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유족 측 변호사는 “재판할 때 ‘추후에 현장검증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말만 했는데 재판부가 직접 현장에 나가는 쪽으로 결정 한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현장검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에서 현장을 본다면 어떤 것들을 확인해야 하는지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추련 등은 오전 10시, 재판이 열리기 전 법원 앞에서 이번 소송에 대한 법의 올바른 판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은 오전 10시, 법원 앞에서 이번 소송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소송 취지에 대해 이들은 “공사는 휠체어 리프트의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또한 이 위험한 시설을 항시 운영하고 있음에도 전혀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에 엄중한 직무유기 책임을 묻고자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억울한 죽음의 책임이 본인이 아닌 명백하게 공사에게 있음을 법이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앞으로는 누구도 이 휠체어 리프트 때문에 사고를 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승헌 장추련 활동가는 “6월 21일 김태호 공사 사장과 면담을 했다. 우리는 이 면담 하나를 위해 여러 곳에서 휠체어 리프트 점거 시위, 지하철 타기 투쟁을 벌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규정은 다 지켰으니 추락사에 대한 책임은 소송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공개적인 사과는 어렵다’고 했다. 만약 김태호 사장이 사과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소송은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을 맡는 판사들은 공사가 이 사건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망사건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은 9월 7일 오전 10시 40분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