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생기니 온통 장애물".. 휠체어에 갇힌 청년의 하루 [심층기획]
작성자 2022-04-20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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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안녕합니까
갑자기 낙상사고 당한 30대
하반신 마비 척수장애인 돼
일주일 이동량 194km→1.08km
휠체어론 경사·균열도로 위험
"벚꽃 구경? 포기가 더 편해요"
지체장애인 90% 후천적 장애
대다수 강제 집콕, 우울감 느껴
"잠깐 외출도 기분 좋아지는데.."
이동권, 삶의 질 좌우 핵심 요소
교육·노동권과도 직결, 대책 시급
당연한 듯 평범한 삶을 누리던 고연수(30)씨가 장애인이 되고 난 뒤에야 깨달은 사실이다. 장애란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2020년 5월 어느 날. 고씨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외출했고, 급작스러운 낙상 사고를 당했다. 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고 온몸이 골절된 상태였다. 하반신이 마비된 척수장애인이 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인지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자신의 몸이 이전과는 다른 상태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돼서야 절망감이 밀려왔다.
◆잃어버린 이동권, 사라진 이동량
그러나 사고 이후엔 한 주간 이틀만 외출한다. 총 이동거리는 1.08㎞.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집 앞 270m 거리에 있는 카페에 어머니와 함께 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머지 시간은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으며 집에 머문다. 가끔 친구들이 자동차를 갖고 찾아와 외출하는 날에야 바람 쐰다는 기분을 느낀다. 고씨는 “집 근처로만 나가고 이마저도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사고 전에는 플리마켓 등을 찾아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의 이동량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장애를 갖기 전엔 몰랐던 제약이 그를 막아서기 때문이다. 휠체어로 이동하며 경사진 길과 갈라진 보도블록을 만날 때마다 아찔하다. 음식점은 입구에 턱이 있으면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어렵다. 장애인콜택시는 실제로 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장시간의 대기가 필요하다. 지하철도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 간격이 넓은 곳이 적지 않아 휠체어 바퀴가 빠질까 봐 늘 두렵다.
◆‘180도’ 바뀐 삶… 지체장애인 91%·척수장애인 87% 후천적 장애
이동이 불편해지자 고씨의 삶도 완전히 달라졌다. 여행이 좋아서 여행사에 입사했던 그는 이제 집 근처도 나서기 쉽지 않다. 일도 자연스럽게 그만뒀고 소득도 줄었다. 장애인 고용 의무 제도에 따라 한 회사에서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업무를 맡았지만 평균 4시간만 재택근무를 한다. 직장을 구한 것은 다행이지만 생계를 유지하기엔 버거운 수준이다.
올해 꽃놀이도 즐기지 못했다.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나가 창문 밖으로 본 것이 전부다. 고씨는 “벚꽃을 구경하고 싶지만 불편한 점이 많아 차라리 포기하는 게 편하다”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근처 강가를 산책하는 것이 큰 낙이었는데, 같이 못 나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다이빙 사고로 전신마비… “이동권 당연한 권리”
김규완(39)씨는 2019년 3월 태국에서 다이빙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목이 부러져 겨드랑이 아래가 마비됐다.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를 꿈꾸며 태국 생활을 한 지 5개월째였다.
김씨는 ‘삶의 질’을 위해 이동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씨는 “장애인이 되면 두문불출할 수밖에 없고, 계속 우울해진다”며 “맑은 날 잠깐이라도 나갔다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동권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대학생 김모(24)씨는 이동권 문제를 개선하면 비장애인을 비롯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수업 때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것을 들은 적 있다. 장애 등과 상관없이 모두를 고려해 디자인하면 비장애인들이 이용할 때도 더 편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이동권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고 짚었다.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도 촉구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조장해 온 것은 정치인들이다. 제도적으로 쓸모없는 집단이라는 인식을 쌓아 왔다”며 “인기영합주의에 매몰돼 잘못된 인식을 정치인이 만들어 왔다면 그것을 바꾸는 것도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2041908022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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