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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사람들]①지하철 시위 아닌데..'덜컹' 빠진 휠체어에 승객들 시선이 쏠렸다

작성자 2022-05-02 최고관리자

조회 421

 

지하철 시위 아닌데..'덜컹' 빠진 휠체어에 승객들 시선이 쏠렸다


 

[불편한 사람들]①휠체어로 지하철 타보니.."이게 대중교통 맞나요"

[편집자주] 장애인들이 출근길 지하철을 막아섰다. 장애인들은 '비록 몸이 불편하더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만큼은 보장돼야 한다'며 투쟁중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투쟁방식으로 지하철 지연을 택하면서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낀다. 혹자는 장애인들이 지하철 타는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고도 한다. 반면 장애인들은 지난 20년 동안 아무도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아 이렇라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장애인들이 왜 거리로 나설수 밖에 없었을까. 그들의 눈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29일 오후 2시쯤 서울 노원역에서 장암 방면으로 가는 지하철 입구. 지하철이 승강장보다 5cm 가량 높았다. 손 힘으로 휠체어를 지하철에 한번에 밀지 못하니 앞 바퀴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틈새에 빠져버렸다./사진=김성진 기자


'덜컹'. 29일 오후 2시쯤 서울 노원역에서 7호선 지하철에 타려는데 휠체어 앞바퀴가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 틈새에 빠졌다. 지하철이 승강장보다 5cm 가량 높았는데, 손 힘으로 휠체어를 한번에 밀어넣지 못했다. 승객 10여명의 시선이 쏠렸다.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할아버지 한분이 일어나 달려왔다. 할아버지는 뒤에 서더니 '하나 둘' 기합을 넣고 휠체어를 안으로 밀어줬다.

장애인들은 이런 사고가 빈번하다고 말한다. 뇌성마비를 겪은 배재현씨(44)도 전날(28일) 아침 광화문역에서 바퀴가 빠졌다고 한다. 배씨는 "그럴 때면 '지하철 문이 닫히면 어쩌나' 아찔하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찾아서…지하철 환승하러 역 밖에 나가는 장애인들
29일 오후 기자는 서울 노원역 4호선에서 7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역 밖에 나갈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네번 타야 했다./사진=김성진 기자
휠체어를 직접 타보니 지하철 이용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기자도 이날 30여분 동안 노원역에 머물면서 휠체어 탄 장애인 2명을 마주쳤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겪지 않는 두 가지 불편을 겪었다. 첫번째는 동선의 불편이다. 엘리베이터를 찾는 게 일이었다. 역 밖에서 승강장으로 가려면 △역 밖에서 개찰구로 △개찰구에서 승강장으로 엘리베이터를 두번 타야했다.

역마다 구조는 제각각이다. 장애인들은 새로운 역을 갈 때마다 '엘리베이터 동선'을 파악해야 한다. 충무로역은 개찰구에서 오이도행 4호선 승강장으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세번 타야 한다. 

29일 오후 기자가 서울 노원역 4호선에서 7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지나간 경로. 2번 출구 엘리베이터로 역 밖에 나와 3번 출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동 거리는 약 310m다./사진=김성진 기자


환승할 때 동선은 더 복잡하다. 노원역은 4호선과 7호선을 잇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휠체어를 타고 환승하려면 2번 출구 엘리베이터로 역 밖에 나간 다음 3번 출구 엘리베이터로 다시 들어와야 한다. 두 엘리베이터 사이 거리는 약 310m이고, 기자가 휠체어로 직접 이동해보니 10여분이 걸렸다.

역 밖에 나가니 장애인들은 날씨가 안 좋으면 노원역을 이용하지 않는다. 평소 노원역에서 환승하는 배씨도 이날 오전 비가 내려서 장애인 콜택시를 탔다. 휠체어를 타면 우산을 쓸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림역도 휠체어 타고 2호선과 7호선을 환승하려면 역 밖에 나가야 한다. 장애인들은 이밖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DDP) 역,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역, 충무로 역 등을 휠체어 동선이 복잡한 역으로 꼽는다.

장애인들은 '안전'에도 큰 불편을 겪는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높이 차'는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한번에 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한다. 배씨는 "지하철역마다 바닥에 '휠체어 표시'만 해놓을 뿐 발판 등 보조 장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장애인 지원사도 "지하철마다 승강장과 높이 차가 달라서 장애인들은 휠체어 바퀴가 틈새에 빠질 때마다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버스 타고 내릴 때 승객들 눈치보는 장애인들..."아예 안타게 돼"

뇌성마비를 겪어 휠체어를 타는 배재현씨(44)는 29일 오전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저상버스의 기계식 경사로가 버스 정류장과 맞닿지 않는 때가 있어 위험한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사진=김성진 기자
버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휠체어 탄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 자체가 적다. 최신 자료인 국토교통부의 '2020년 교통약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국 버스 중 저상버스 보급률은 27.7% 수준이다. 장애인들은 3대 중 두대는 떠나보내야 하는 셈이다.

그마저도 버스가 정류장에서 먼 데 정차하면 휠체어로 다다르기도 전에 떠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또 휠체어를 타면 키가 1m 정도로 줄기 때문에 버스 기사가 장애인을 못 보고 지나치는 일도 많다.

저상버스에 타도 문제다. 출퇴근 길에 승객들이 빼곡한데 이들을 뚫고 휠체어 석으로 가기도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또 휠체어를 좌석에 고정하고 풀 때 버스 기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바쁜 버스 기사의 도움을 받는게 마음에 걸린다. 30년째 휠체어를 탄 이규식씨(53)는 "버스 기사의 도움 없이 휠체어를 자동으로 고정하는 장치가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상버스에서 내릴 때는 기계식 경사로가 깔린다. 그런데 버스 위치에 따라 경사로가 정류장에 닿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배씨는 "그럴 때 경사로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느라 위험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더 고역인 것은 승객들의 눈치다. 휠체어를 버스에 고정하는 데는 2~3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장애인들에 대놓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지만, 출퇴근길에는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닌가' 스스로 위축된다. 이씨는 "그러다보니 버스 이용 자체를 자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거리에 장애인이 별로 없네요" 물은 외국 교수...전문가 "이동권 예산 늘려야"
'이동권 관련 무엇이 바뀌면 좋겠냐'고 묻자 장애인들은 답을 쏟아냈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발판 설치 △엘리베이터 표지판을 눈높이에 설치할 것 △저상버스 빠른 확대 등이 나왔다.

이들은 무엇보다 정치권의 '개선 의지'를 원했다. 배씨는 "이제는 '검토하겠다' '연구하겠다' 등 뜨뜻미지근한 대답들에 질렸다"며 "'실천하겠다'고 답해달라"고 말했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도 "'검토하겠다'는 식의 답변은 이미 많이 들어왔다"며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겠다는 적극적인 답을 원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가 선진국들보다 뒤처졌다고 말한다. 장애인 복지 서비스가 전문 분야인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전에 외국의 장애 복지분야 전문 교수가 우리나라에 와서 '거리에 장애인들이 너무 없다' '한국은 장애 발생률이 낮은 나라냐' 물었다"며 "통계를 보면 장애 발생률은 국가별로 크게 다르지 않은데, 결국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이동하기 불편해서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는 뜻"이라 말했다.

이어 "지금의 장애인 이동권 복지 수준을 크게 개선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 말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그동안 이동권 개선을 요구하며 진행해 온 지하철 시위를 오는 2일까지 중단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 예산'에 관해 어떤 입장을 내놓는지가 시위 재개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20430040003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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