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에 무릎 꿇고 사과한 김예지 의원의 출근길..30분 거리, 1시간 23분 걸려
작성자 2022-03-29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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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 이준석 ‘시위 비난’ 발언에 대신 사과
“아직 갈길 멀어…선거·표 위해 정치해선 안 돼”
28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승강장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안내견 조이와 함께 나타났다. 승강장엔 제25차 지하철 시위를 나선 장애인 단체 회원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장애인이동권시위 왜곡·혐오 이준석 대표 발언 규탄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 불편해도 괜찮습니다’ 등의 손팻말을 든 시민 6명이 함께했다.
마이크를 쥔 김 의원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소통으로 마음 나누지 못한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불편함을 느끼신 시민분들께 죄송하고 혐오의 눈초리를 감수하며 장애계를 대변해 주신 분들께는 감사드립니다. 시민분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목소리를 조율하기 위해 항상 귀 기울이겠습니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으로, 21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최근 같은 당 이준석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를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커지자 대신 사과하며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현장과의 소통에 나선 것이다.
김 의원과 시위대는 오전 8시19분쯤 경복궁역 안국 방면 7-1번 승강장에서 지하철에 올라탔다. 휠체어 7대와 장애인들, 장 의원과 김 의원, 취재진과 보좌진,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한 칸에 들어갔다. 전원이 탑승하는 데 7분이 걸렸다. 불평하는 시민은 없었다. 휠체어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짜증난 얼굴로 객차에서 내렸다 옆칸에 다시 타는 승객은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과 시위대가 충무로역에서 하차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활동가들은 시위가 예정된 혜화역으로 가기 위해 4호선 환승 통로로 향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이 목적지인 김 의원은 종로3가역으로 가기 위해 건너편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왼손으로는 조이 옷에 달린 손잡이를, 오른손으로는 비서관의 백팩 뒷부분을 잡고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얼마나 장애인 이동을 위한 시스템이 고려되지 않았으면 이렇게 시간이 지체됐을까요. 지하철 타는데 이들(장애인들)이 사과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도 있었어요. 아직 갈길이 멀었네요.”
종로 3가역에 하차한 김 의원은 계단을 타고 5호선으로 환승했다. 계단 앞에서 조이가 발걸음을 멈췄다. 시각장애인은 안내견이 보내는 이 1~5초가량의 ‘신호’를 느낀 후에야 걸음을 뗀다. 김 의원이 “잘했어 조이”라며 쓰다듬자 조이가 계단을 내려갔다. 조이가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승강장에 줄을 선 시민들을 제치고 객차에 먼저 들어가려 하거나, 교통카드가 제대로 찍히지 않아도 개찰구를 통과하는 식이었다. 비서진의 안내를 들은 김 의원이 줄을 다시 서고, 카드를 다시 찍었다.
여의도역 방면 5호선 지하철에 올라탔다.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해 연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옆집 청년, 온라인 활동하는 청년이면 의견을 말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대표는 공당의 의원이고 대표다. 어제 저한테 ‘이 대표 의견이 당론이냐’는 기자분들 질문이 많았다. 대표라면 그분들(장애인) 입장을 이해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답했다. “장애인에게 뭐가 필요한지,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보고 저처럼 나와서 대화해야죠. (이거까지 바라는) 제가 욕심이 많은가 봐요. 선거와 표를 위해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9호선으로 갈아타 국회의사당역에 하차한 뒤에는 국회 방면 출구로 나가는 데 애를 먹었다. 승강장에서 한 층 위로 올라가는 데만 약 5분을 썼다. 에스컬레이터가 있었지만 타려는 사람이 많았다. 비서진 2명이 승강장 이곳저곳을 헤멘 끝에 간신히 다른 엘레베이터를 찾아 올라탔다.
국회 정문에 도착하자 시계는 오전 9시23분을 가리켰다. 김 의원이 이날 경복궁역에서 국회의사당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는 데 걸린 시간은 총 1시간23분. 비장애인은 30여분이면 충분한 경로다.
김 의원은 ‘지하철 타기’가 어린 시절부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 했다. 승강장과 지하철 틈 사이가 넓어 신발을 잃어버린 적도 여러 번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그래도 저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계단을 내려가는 데는 큰 불편함 없고, 지하철 승하차에 시간이 지체되지 않는다”며 “휠체어 장애인들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겐 이런 삶이 매일 이어진다는 것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20328161359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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