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부모입니다-장애인 25인 양육 분투기] ⑥ '아이엠 샘'은 현실에서 가능할까
작성자 2022-03-03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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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부모입니다-장애인 25인 양육 분투기] ⑥ '아이엠 샘'은 현실에서 가능할까
2001년 개봉된 영화 ‘아이엠샘(I am Sam)’은 딸을 키우는 지적장애인 아빠 샘의 이야기다. 딸의 지적 수준이 샘을 넘어서자 정부 기관은 딸을 다른 가정에 입양시키려 한다. 샘은 이에 맞서 소송하지만 입양을 막는 데 실패한다. 그는 딸이 입양된 가정 근처로 이사해 매일 밤 딸을 만난다. 처음엔 양부모와 갈등을 빚지만 결국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딸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영화는 실화가 바탕이지만 모든 지적장애인이 영화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지적장애인이 결혼하고 부모가 될 수 있는지, 부모가 되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는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다. 지적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홀로 자녀를 키울 수 없으므로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적장애인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의 13.5%가 ‘배우자가 있다’고 답했다. 배우자가 있는 지적장애인 가운데 72.2%가 ‘자녀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비율은 다른 장애인에 비교해 크게 낮다. 전체 장애인 가운데 51.3%가 ‘배우자가 있다’고 답했고, 그중 94.9%가 ‘자녀가 있다’고 했다.
지적장애 부모의 양육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들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아이를 키운다”고 말한다. 대부분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있고, 필요할 때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는 것이다.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은 기혼 지적장애 여성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6년차 사회복지사는 “(지적장애 부모가) 학습적인 부분에서 부족할 수 있지만 오히려 ‘내가 못 해준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한없이 더 해주려는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지적장애 부모는 초등학생 자녀가 등교를 거부한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부모는 아프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아이는 몇 차례 아프다며 등교를 하지 않았다. “어머님께 (그 상황이) 버거울 수 있는데 끝까지 놓지 않으셨어요. 처음에는 회피해도 ‘내 자식이니까 내가 해야지’하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럼 저희도 함께 고민하고 설명해 드리죠.” 같은 복지관의 7년차 사회복지사도 “주변 도움이 있다면 지적장애인도 부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적장애인의 부모나 친척이 함께 거주하며 도움을 주지 않아도 이웃, 복지관 등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서대문장애인복지관은 2018년부터 1년간 지적장애 부모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관계망을 구축하는 실험을 했다. 자주 가는 미용실 사장, 또래 자녀를 둔 윗집 거주자 등 근거리 이웃으로 관계망을 설정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는 분이 있었어요. 그럴 때 이웃이 문을 두드려 깨우면 엄마도 일어나고 아이도 학교에 갈 수 있죠. 정말 간단하지만 이분들은 이런 게 필요하거든요.”
서대문장애인복지관에서는 이후 ‘가족 지원 이웃사촌’ 사업을 실시했다. “지적장애 부모 가정도 아이를 끝까지 양육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옛말에 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도움을 주면 더 잘 키울 수 있습니다.”
불임 시술도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서은주 서울가족장애인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최근 장애인 아들의 불임 시술을 고민하고 있다는 부모와 상담했다. 그는 “일방적인 수술 권유와 수술 강제는 인권 침해여서 절대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만난 지적·정신장애 부모들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적장애 2급인 A씨와 뇌전증장애인인 아내 B씨 부부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의 도움으로 아들을 키웠다. 아들은 장애가 없지만 또래보다 말이 느렸고, 중·고교 때 학교 폭력에 연루됐다. 올해 고3 나이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배달 라이더 일을 하고 있다. 부부는 “고등학교는 나와야 한다고 말했는데, 아이와 대화가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뇌성마비와 지적장애를 가진 C씨는 지난해 고2 과정을 자퇴한 딸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C씨는 결혼 8년 만에 이혼한 뒤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딸을 길렀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정신장애인 D씨는 열 살 딸의 언어발달이 느려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지적장애 부모를 둔 A씨(23)는 초등학교 때까지 부모의 장애를 눈치채지 못했다. 중학교 담임이 “부모님 장애를 어떻게 생각하니”하고 질문한 뒤에야 부모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A씨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있었지만 현재까지 자신의 삶을 지탱한 것은 부모님이라고 생각해서다.
12세 때까지 조부모와 자란 B씨(24)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같은 동네에 살던 지적장애 부모는 B씨를 자주 보러 왔다. 조부모와 작은아버지가 부모 역할을 했지만 B씨에게 이들과 부모는 다른 존재였다. 오랫동안 부모와 분리돼 성장한 B씨는 성인이 된 뒤 허리가 아파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머리가 아닌 몸으로 부모의 사랑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적장애인의 결혼과 양육 문제를 두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이유는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발달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권리 행사를 돕는 지원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권리를 중시하는 장애인 인권단체와 양육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발달장애인 부모 사이 의견이 극과 극으로 갈릴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소하려면 국가가 빨리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승원 한마음단기보호센터장은 지적장애 부모와 자녀를 모두 지속해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가사를 돕는 수준을 넘어 가정 안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도록 가족 단위로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폐성장애인의 결혼과 양육에 관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폐성장애인 가운데 결혼했다는 응답은 0.0%다. 자폐성장애인은 평생 미혼으로 산다는 얘기다. 해외에선 이들의 연애와 결혼을 돕는 일이 시도되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러브온더스펙트럼’에서는 카운슬러가 영국 호주 미국에 거주하는 자폐성장애인 청년들에게 데이트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성과 만남을 갖게 한다.
이슈&탐사팀 권기석 이동환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20223040306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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