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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머나먼 ‘평등과 비차별’-①

작성자 2022-03-18 최고관리자

조회 409

 

장애인에게 머나먼 ‘평등과 비차별’-①

장애인권리협약 이야기4, ‘기능·활동 미흡한 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 인력 증원 및 독립성 강화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3-17 09:40:55
국가인권위원회 간판(좌측), 국가인권위원회 빌딩(우측). ⓒ이원무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가인권위원회 간판(좌측), 국가인권위원회 빌딩(우측). ⓒ이원무
우리나라의 최초 인권법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은 오는 4월 11일이 되면 시행 14년째로 접어든다. 이 법이 시행됨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차별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을 통해 차별당한 사안을 가지고 진정하는 것이 많아져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어느 정도 이끌어온 부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법이 시행됨으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권리를 누리며 함께 어울려 사는 등 실질적인 평등과 비차별에 다다랐다고 보기는 너무도 힘들다.

그걸 반증이라도 하듯 장애인을 대상화하며 시설, 염전 등에서 저지르는 학대와 폭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심지어 장애인에게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을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법원에서는 차별이 아니라는 등의 판례 소식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뚜껑이 열릴 때도 있다. 그러고 보면 장차법 실효성이 떨어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장차법 실효성이 떨어짐은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로부터 지난 10여 년 동안 지적된 사항이었다. 이렇게 된 데는 국가인권위원회 기능과 활동의 미흡은 물론, 장애인차별 시정을 위한 법원, 법무부의 기능이 부족한 것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경우를 보면, 이 단체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하는 걸 목적으로 2001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위원회의 목적은 실현되고 있지 않다.

2020년 인권위 통계를 보면, 장애인차별 진정사건은 총 1,350건이며, 이 가운데 진정 인용은 203건(약 15%)에 불과하다. 미인용 건이 총 1,141건(84.5%)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조사 중지는 5건(0.5%)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법조계 출신이 대부분인 인권위 인권위원들에겐 장애로 인한 차별인지 아닌지를 다투는 기각의 경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이를 직접차별로만 한정하는 시각이 있다. 사실 합리적 조정 미제공 등 간접차별로 볼 수 있는 것 등도 장애로 인한 차별로 폭넓게 해석하는 게 필요한데, 오로지 직접차별로만 한정 짓는 경향으로 장애차별 기각률이 높아지는 걸 부추기고 있다.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 장애인당사자 왕 모 씨, 인강원 김재원 사무국장 등을 포함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 작년 국가인권위원회에 법무부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던 모습(좌측),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뇌병변장애인이 LG통신사 이용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작년 LG유플러스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모습(우측).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 장애인당사자 왕 모 씨, 인강원 김재원 사무국장 등을 포함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 작년 국가인권위원회에 법무부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던 모습(좌측),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뇌병변장애인이 LG통신사 이용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작년 LG유플러스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모습(우측).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또한, 장차법 49조 2항 해석과 관련해 장애계와 인권위원 간의 온도 차가 존재한다. 장차법에서의 차별은 악의적이어야 하며, 악의적인 것을 구성하는 요소는 4가지다. 이와 관련해 과거 필자는 악의적인 요건 4가지를 전부 고려하지 말고 그중에 한 가지만 충족해도 장애인차별로 처벌될 수 있게끔 하라고 토론회 자리에서 요구했던 기억이 있다.

일단 49조 2항에 ‘전부’란 용어는 삭제됐다. 그러면 한 가지 요건만 고려하고 여기에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게 있는 사회적 정서나 관행 등을 감안해 악의적 차별로 판단하고 장애인차별 진정사건을 인용하면 된다. 그러면 차별당한 권리의 구제가 실효적으로 될 거라고,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 시민사회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출신이 대부분인 인권위원들 경우엔 이 조항에서 말한 4가지 요건을 전부 고려해 해석해야 악의적인 차별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차별로 인용할 수 있는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온도 차로 인해 장애인차별 진정사건 인용 건수는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가 기대한 만큼 많지 않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차별 관련 조사인력은 차별시정국 안의 장애차별 조사1과, 조사2과에 있다. 1과, 2과 각각 8명인데, 2과는 장애인시설과 정신병원 인권침해 등을 조사하고, 1과는 이를 제외한 재화·용역, 고용, 교육에서의 차별 등 나머지 영역에서의 차별 관련 진정사건을 조사한다.

2과에 8명 정도면 문제가 없지만, 1과도 인원수를 똑같이 하면 진정사건 처리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수다. 인력이 부족하니 조사 인원들 서로 간의 의견, 피드백 부족 등 조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 그래서 실은 차별이라 진정사건을 인용해야 하는 경우도 각하·기각 등으로 잘못 판정을 내릴 여지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차별행위 사유에서 장애 요인이 성별, 사회적 신분, 혼인 여부 등을 제치고 진정사건 수에서 월등히 많은 수를 기록했단 현실을 고려하면 장애인차별 조사 관련 인력의 부족은 상당히 뼈아픈 현실인 거다. 게다가 장애차별 조사 1, 2과 인력과 인권위원에 관련해 장애 감수성 있는 장애인 당사자 수가 극히 드물기까지 하니, 장애인차별 각하·기각률이 높아질 수밖에.

한편 인권위 독립성은 아직 그다지 높지 않다. 인권위원은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해 국회에서 4명을 선출한다. 역시 상임위원 2명 포함해 대통령이 4명을 지명하고, 대법원장은 3명을 지명한다. 지명하거나 선출한 총 11명의 인권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인권위원 인사권, 임명권을 대통령이 가지니, 인권위가 정부에 독립적이기 쉽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구성도. ⓒ국가인권위원회 사이트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구성도. ⓒ국가인권위원회 사이트 캡처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선 8년 전에 대한민국 정부가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 및 인권위 인력 확충을 권고했었다. 그런데 위의 상황을 보면 인권위 인력도 부족하고 독립성도 확보되지 않았으니 결국은 최종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인권위 내에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의 제도화를 통해 위원 추천 및 임명 절차 투명성을 높임은 물론 추천할 시 장애인단체 등 시민사회 참여는 필수적이라 본다. 이를 통해 인권위 독립성 증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정치적인 중립이 있는 장애인단체 등의 시민사회를 대한민국 사회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고,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기에, 이들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에 의문이 든다. 그러기에 시민사회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포함해 인권위 독립성을 최대한 갖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인권위 인력 증원과 관련해선, 장애차별 조사1과에서 맡는 영역을 나누어 1, 2과로 하고 2과에서 맡는 것을 3과로 옮기고, 장애인차별과 관련된 정책, 제도 연구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장애인차별총괄과를 만든다. 그러면 장애차별 조사 1, 2, 3과 및 장애인차별총괄과 등을 합쳐 과가 3개 이상 되어 국 성립요건이 충족되니 장애인차별시정국을 따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면 과로 있을 때보다 규모도 크고 권한도 넓어져 장애인차별 진정 인용률 높이기에 도움 된다고 본다. 이러려면 기재부 예산 증액이 필요한데, 기재부는 경리출신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라 장애 감수성이 상당히 낮다. 그러기에 경제전문가와 인권전문가가 기재부에 기용되고 기재부에 장애 감수성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장애인차별시정국에 걸맞는 예산 및 인권위 인력증대가 이뤄져야 할 걸로 본다.

또한, 장애인차별시정국 안에 장애 감수성 있는 장애인 당사자가 과반수로 구성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만들어야 하고, 역시 동법에 인권위 상임/비상임위원 중 장애인이 위원으로 있는 비율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장차법 49조 2항과 장애로 인한 차별 등을 해석할 시 장애인권 감수성을 고려하는 쪽으로 인권위원들이 장애인 인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시각으로 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인권위 독립성 강화 및 인력 증원으로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를 이행함은 물론, 이를 통해 평등과 비차별이 장애인에게 머나먼 현실을 탈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현재 인권위의 차별시정 활동이 미흡한 걸 생각하면, 법원 등의 사법부를 통해 장애인차별을 시정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현실 등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다음에 계속)

 

 

 

 

 

 

 

 

 

 

 출처 :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6&NewsCode=00062022031700402855636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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