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대선판, ‘사이다’ 장애인들이 왔다
‘탈시설장애인당’ 활동 재개…광화문역서 선전전
“비장애중심주의 철폐” 선거기간 장애인권리 외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1-12 17:38:53
20대
대통령선거(3월 9일)를 앞두고, ‘
탈시설장애인당(當)’이 또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지난해 9월 13일 활동 재개를 선포한 후, 임인년 새해를 맞아 다시 거리로 나와 시민들과 만났습니다.
광화문역 승강장 기둥에는 중증장애인들의 사진이 든 포스터가 붙었고, 장애인활동가들은 ‘
탈시설장애인당’ 이라고 쓰인 피켓을 하나씩 목에 걸고, 이렇게 외칩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탈시설장애인당입니다!” 박경석 탈시설장애인당 대표의 우렁찬 인사말과 함께 박수와 환호가 따라붙습니다. 지난달 이곳에서 지하철 투쟁을 하던 험악한(?) 모습과는 달리, 축제 분위기입니다.
“탈모 건강보험 해주겠다고 하는 시절에,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를 위한 대통령을 뽑기 위해 노래도 하고, 춤추고, 사다리도 타겠습니다!”탈시설장애인당의 첫 시작은 지난해 1월입니다. 4월 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창당해 11명의 중증장애인이 서울시장 후보로 활동해왔는데요. 청와대 분수대, 홍대, 영등포역 등 서울 일대에서 11개의 장애인 정책 공약을 홍보한 후 정식 후보 등록 전일인 3월 24일까지 71일간 가열찬 투쟁을 해왔습니다.
정식
정당이 아닌, 장애인 정책의제들을 선전하기 위한 ‘가짜
정당’이자, ‘투쟁
정당’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공문을 보내오는 헤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탈시설장애인당은 꽉 막힌 정치판에서 ‘유쾌한 혁명’을 펼치며 장애인 운동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총 15회의 거리 유세, 서울시장 6명과의 후보 만남까지. “우리의 투쟁은 끝이 아니다”라고 약속했던 그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겨냥해 부활한 ‘탈시설장애인당’은 더 강해졌습니다. 당 로고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국민의힘(빨간색), 더불어민주당(파란색), 정의당(노란색)을 잡아먹는 모습을 상징,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장애인 정책을 담으라’는 요구가 담겼습니다.
요구하는 정책은 무려 12개입니다. ▲장애인예산 OECD 평균 보장 ▲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빈곤철폐,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 장애인 표준소득 보장 ▲유기‧가족에 대한 의존, 시설화‧고립철폐, 탈시설 권리 실현 ▲가족에 대한 책임전가 철폐, 발달‧중증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개인별지원 보장 ▲장애인 주거권 보장 및 지원주택 10만호 보급 ▲비장애‧능력중심 교육철폐, 통합‧무상‧평생교육 실현 ▲노동권리 및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보장 ▲물리적‧사회적 장벽 철폐 ▲장애특성별 권리 보장 ▲장애서비스 전달체계 지원 및 공공성 강화 등.
우와~ 너무너무 많습니다! 대체 이 공약들이 무엇이냐?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당원들이 시민들을 찾아가 하나하나 알려줄 겁니다. 이달 5일부터 거리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데, 그 장소 또한 인상 깊고 익숙한 서울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입니다.
광화문역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걸고 2021년 8월 21일부터 2017년 9월 5일까지 1842일간 농성을 했던, 투쟁의 역사를 지닌 장소이기도 합니다.
올해
탈시설장애인당 대선 후보자는 모두 9명입니다. 기호순으로 ‘장’(
이규식), ‘애’(김진수), ‘인’(박명애), ‘탈’(이진우), ‘시’(
서기현), ‘설’(김수정), ‘지’(유진화), ‘원’(배영준), ‘법’(서미화), 합치면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이죠.
이들은 각각 ‘이동의 자유’, ‘이곳도 노동이다’, '장애인권리를 권리답게‘,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 ’엉터리 종합조사표 그만!‘,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 ’시설 없는 사회‘, ’예산 없이 권리 없다‘, ’가족의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등의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이 중 1명의 최종 대(對)통령 후보가 선발될 예정입니다.
총 100점 만점의 배점으로, 베스트 포토 15점, ‘이것도 노래다’ 15점, 사다리타기로 결정되는 관운(官運) 15점, 활동 점수(당원 모집, 후보자 활동 참여) 20점, 당(當)원 및 시민들의 구글독스 투표 35점 등을 얻어야 합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장애인 정책을 만들겠다며
광화문역으로 나온 이들, 기자가 찾은 12일
광화문역에서는 당내 경선이 한참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날은 ‘베스트 포토상’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열띤 경선 현장답게 후보자들의 발언이 먼저 시작됐습니다. 이날 참석한 후보자는
서기현,
이규식, 유진화, 김수정 후보 등 총 4명입니다.
“장애등급제 폐지요? 그냥 이름만 바꾼 말장난이죠. 진짜 장애인이 원하는 복지와 예산, 활동지원서비스, 보장구,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진짜 폐지‘가 절실합니다”(서기현 후보)
“이규식 후보는 이동권 투쟁 시 맨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유튜브를 통해 우리 활동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닮고 싶고, 안정감을 주는 활동가이자, 동지입니다.”(유진우, 이규식 후보 지지자)
“사회에서는 자꾸 발달장애인이라고 안된다고, 못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우리도 일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라!” 외쳐야 합니다.”(유진화 후보)
“저는 28세 발달장애인 아들보다 하루 더 살길 바라는 마음보다는, 아들과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날, 엄마가 열심히 투쟁해서 장애인도 당당하게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인사하고 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김수정 후보) 각기 개성 넘치는 후보자들의 연설 후, 발표된 첫 경선 결과인 베스트 포토상!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통해 총 341명이 참여했습니다. 1위는 무려 32.3%의 득표율을 얻은 기호 ‘법’ 서미화 후보였습니다. 전남에 거주하는 서 후보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해 ‘깜짝’ 전화 연결을 통해 소감을 듣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실망 시키지 않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물론 경선은 이날로 끝이 아닙니다. ▲1월 26일 ‘이것도 노래다’ ▲2월 9일 ‘사다리타기’ 결과 발표 후, 2월 14일! 최종 대(對)통령 후보자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탈시설장애인당의 수장인
박경석 당대표는
탈시설장애인당 의미를
‘장애인을 차별하는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을 철폐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말로는 장애인을 ‘위한다’면서 철저히 외면당한 장애인들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함께 살자”는 뜻입니다.
“나 찍어달라면서 코빼기 보기 힘든 사람들, 우리 위하겠다면서 약속도 안 지키는 대통령, 우리는 천민입니까? 비장애 중심이 아닌 우리 기준으로 봐라! 우린 작지만, 이곳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이야기하겠습니다.”(박경석 탈시설장애인당 대표)앞으로
탈시설장애인당(當)의 다양한 활동은
탈시설장애인당 홈페이지(
https://www.drparty.or.kr/)를 참고하면 됩니다. 답답한 대선 판국 속, ‘사이다’ 같은 장애인들의 유쾌한 혁명. 정
정당당의 ‘
정당’처럼 경선 레이스를 펼치는 이들과 함께 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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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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