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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강남역서 길을 잃었다".. 휠체어 탄 장애인의 지하철 타기

작성자 2021-11-02 최고관리자

조회 515

 

[르포] "강남역서 길을 잃었다".. 휠체어 탄 장애인의 지하철 타기

 

 

머니S는 장애인 이동권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4일 서울 강남역을 방문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머니S는 장애인 이동권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4일 서울 강남역을 방문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지하철을 타다 문틈에 바퀴가 끼기도 해요.”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편하게 이동하고 싶어요.”
지하철은 시민의 발이다. 지난 5월 기준 월별 서울지하철 이용객 수는 약 1억7000만명(중복 계산)에 달한다. 하루 평균 567만여명이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이처럼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이지만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에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22일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서울역 구간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벌였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이 열차 출입문을 몸으로 가로막으며 문이 닫히지 않도록 방해한 것.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서울시에 요구한 사항은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등 비장애인처럼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였다.
머니S는 지하철 내 장애인의 이동권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지하철 강남역(2호선·신분당선)을 찾았다. 월평균 300만여명이 이용하는 강남역은 서울지하철 가운데 이용객 수가 가장 많다. 강남역은 지하철 이용객 수가 많은 만큼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만 엘리베이터 수가 적고 안내 표지판이 비장애인에게 맞춰있는 등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출구 12개, 엘리베이터 5개… 안내판은 비장애인에 초점


서울 강남역은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하기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사진은 지난 24일 강남역 역사 내 자동문이 설치되지 않은 모습(왼쪽)과 엘리베이터 안내 없이 출구만 표시한 안내판. /사진=김동욱 기자
강남역은 총 12개 출구로 구성됐다. 1·2·7·8·9·10·11·12번 출구는 서울 2호선, 3~6번 출구는 신분당선으로 연결된다. 이 가운데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출구는 0개다. 모든 출구는 계단 또는 계단·에스컬레이터만 있어 휠체어를 탄 채 지하로 내려갈 수 없다.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출구 근처에 총 5개가 설치돼있다. ▲1번 출구와 2번 출구 사이 ▲3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이 ▲5번 출구와 6번 출구 사이 ▲7번 출구와 8번 출구 사이 ▲9번 출구와 10번 출구 사이 등 5개다. 다만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엘리베이터 내부는 공간이 넉넉했으나 입구가 매우 좁았다. 휠체어 1개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였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강남역 지하상가 쪽으로 내려가도 이동에 불편함이 있었다. 지하상가로 진입하는 입구 쪽에 자동문이 아닌 사람이 열고 닫는 출입문이 설치돼 있었다. 휠체어를 탄 채 굳게 닫힌 문을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자동문이 설치된 곳 가운데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하상가에서 지하철 개찰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와야 했다. 지하상가 내 설치된 안내판에는 개찰구로 향하는 방향이 적혀있었으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었다. 지하상가에서 지하철 개찰구로 향하는 길목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만 있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노선 안내판이 아닌 엘리베이터 안내판을 찾아야 했다.

문제는 엘리베이터 안내판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안내판 대부분은 출구 표시만 적혀있었다. 엘리베이터 수가 적어 안내판 수도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내판은 비장애인에 맞춰 제작됐다. 휠체어를 이용해 출구 쪽으로 이동하고 싶으면 출구 안내판이 아닌 엘리베이터 표시를 찾아 따라가야 했다. 지하철 이용 경험이 적은 장애인의 경우 출구를 찾아 나설 때 헷갈릴 가능성이 커 보였다.


문틈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끼기도… 엘리베이터 설치도 급해


강남역은 개찰구에서 지하철 플랫폼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었으나 실제로 지하철을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사진은 강남역 개찰구(왼쪽)와 지하철 플랫폼. /사진=김동욱 기자
서울 강남역 기준 개찰구 통과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역무실로 연결돼있는 통화장치를 이용해 상황을 설명한 후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개찰구 바로 앞에 위치해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손쉽게 지하철 플랫폼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다만 개찰구 위치에 따라 입구 근처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개찰구에서 지하철 플랫폼으로 내려오면 본격적인 어려움이 시작된다. 먼저 지하철 문 개방 시간은 장애인에게 촉박하게 다가온다. 지하철 플랫폼과 열차 사이에 있는 틈에 휠체어가 끼지 않도록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휠체어 바퀴가 지하철과 플랫폼 사이에 낄 경우 안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휠체어 방향을 조정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실제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지하철 이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10년째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통근하는 배재현씨(42·남)는 지하철 플랫폼과 열차 사이의 단차 문제를 지적했다. 배씨는 “역마다 지하철 플랫폼과 열차 사이의 단차가 다르다”며 “틈 사이로 바퀴가 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퀴가 틈 사이로 꼈을 때 문이 닫히는 경우도 있었다”며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지만 걱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배씨는 지하철 플랫폼과 열차 사이의 단차 외에도 지하철 이용에 불편함이 크다고 호소했다. 그는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라며 “휠체어 리프트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용 중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굉장히 위험해 더 안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미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도 엘리베이터 설치를 강조했다. 박 국장은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는 기본”이라며 “더 나아가 이동권 보장을 위해 1역사 2동선으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휠체어 바퀴가 지하철 문틈에 끼지 않도록 단차를 조정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은 “서울시는 다음해까지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예산이 확보돼 하루빨리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내 장애인 이동권 신장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서울 지하철 내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완료율이 93%에 달한다”며 “서울시와 협의해 예산 확보, 역사 부지 문제 등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사에도 조속히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11031061102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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