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감
작성자 2021-12-08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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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시력을 잴 필요가 없었다. 좌, 우 시력이 1.5였으니까. 그 좋던 눈이 언젠가부터 침침해졌다. 그동안 먼지 색마저 선명하게 보였던 내게 눈이 불편한 건 체감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렇게 불편하고 힘든 거였어?’
은목걸이 거푸집이 될 왁스. 핸드피스로 새길 때는 눈이 아니라 손에 매달렸다.우연히 은목걸이를 만들게 됐다. 멋지게 만들려던 기대는 바로 낙심으로 바뀌었다. 장소도 어두웠지만, 이 정도로 흐릿하게 보일 줄은 몰랐다. 모양은 둘째 치고, 다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강사는 좀 더 매끈하게 다듬어 달라고 했는데, 보이질 않았다. 난 손끝 감각에만 의존했다. 핸드피스(전기공구)로 정교하게 이니셜을 새겨 넣을 땐, 반쯤 울고 싶었다.
12월 1일 장애인 콘서트가 진행됐다.(출처=한국장애인개발원 유튜브)그 무렵 시각장애인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전보다 좀 더 몰입한 건,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였을까. 시각장애인에게 외출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무심코 지나치는 점자 블록은 방향이나 경고, 주의를 담고 있다. 훼손된 블록이 위험한 이유다. 내가 무심코 걷던 길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모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여러 곳에 점자가 나와 있어 편리해 보인다.특히 가까스로 일하게 된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스위치 하나를 켜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일반인과 시작부터 다른 셈이다. 작업 동선을 기억해 주위를 더듬거리다 예상 못한 공포감도 느끼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다. 당연히 일은 더디다. 불만과 원망이 쏟아졌다.
어느 날 누군가 말없이 스위치 위에 자석을 붙여준다. 그 작은 수고 하나가 그에겐 큰 희망이 된다. 자석을 더듬어 스위치 위치를 바로 찾게 된다. 이렇게 주위에서 그의 어려움을 공감하자, 그가 가진 장점이 조직 내에서 큰 빛을 내기 시작한다.
장애공감주간의 표어, 우리 사이.(출처=한국장애인개발원)드라마를 보면서 얼마 전 장애인을 위한 트래킹 연맹에서 본 사진이 떠올랐다. 특수 휠체어 하나를 5명이 함께 끌며 숲으로 가고 있었다. 오르막이었지만 사진 속 장애인, 비장애인은 모두 표정이 밝았다. 장애인이 쓴 소감문에는 “숲에 간다는 건 내겐 있을 수 없는 세계라고 생각했다”고 적혀 있었다. 작은 수고가 어쩌면 다른 세계에 머물고 말 사람을 같은 세계로 이끌지 모른다. 그들은 함께 또 다른 세계를 만나지 않았을까.
12월 1일부터 10일까지는 ‘2021 장애공감주간’이다. 작년부터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개최하고 있다. 현재 한국장애인개발원 SNS를 통해 ‘즐기는(PLAY) 우리-사이’와 ‘느끼는(FEEL) 우리-사이’ 두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장애 인식 개선 콘서트, 장.잘.아(장애인에 대해 잘 아는 우리) 메타버스 상영회 등 다채로운 행사와 각종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AR 수어 필터를 사용해 수어를 배워보고,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준다.(출처=한국장애인개발원)우리 사이 함께라는 표현을 수어로 배우는 ‘대국민 AR(증강현실) 필터 수어 챌린지’는 23일까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참여해볼 수 있다. (이 덕분에 난 우리 사이 함께라는 수어를 익혔다!) 또 AR로 구현된 통합놀이터 도안에 색칠해보는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더해 12월 6일부터 하는 ‘인스타툰’ 이벤트와 7일 시작하는 ‘보조견과 함께 인쇄광고물’ 이벤트도 눈여겨 두면 좋겠다.
AR로 알아보는 장애인 통합놀이터는 링크를 따라 화면을 프린트해 색칠을 해야 한다.(출처=한국장애인개발원)난 ‘대국민 AR 필터 수어 챌린지’와 ‘AR로 알아보는 통합놀이터’ 이벤트에 참여해봤다. 먼저 링크를 따라 캐릭터를 인쇄해 색칠한다. 이어 서커스 AR(circus AR) 앱을 다운받아 비추면 AR로 구현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앱으로 색칠한 곳을 비추면 각 캐릭터들이 나와 불편한 점을 알려준다.(출처=한국장애인개발원)캐릭터가 말하는 불편한 점을 듣고 장애인 통합놀이터를 완성시켜 개인 SNS 채널에 올리면 된다. 어린 자녀와 함께 해보길 추천한다. 배려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스며들며 이해가 넓어지리라 생각한다.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에서 만난 장애동물 캐릭터.장애인 모델이 이야기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본인은 눈이 가장 예쁘다고 말했던 모습이 참 좋았다. 또 예전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에서 장애동물 캐릭터를 보고 훈훈해진 느낌을 받았다. 작은 공감 속에서 우리 생각도 넓어지고 좀 더 다양한 그들을 만나게 돼 기쁘다.
휠체어로 탈수 있는 미끄럼틀을 만들어본다.(출처=한국장애인개발원)우리의 작은 몸짓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빛이 될 수 있다. 그 빛은 다시 돌아 우리에게 온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나갈 그 세계는 분명 서로에게 더 큰 성장을 주리라 믿는다. 물론 그 밑바탕에 담은 건, 서로에 대한 진정한 ‘공감’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1120714050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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