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탈시설 약속 파기? 장애계 농성 시도에 서울시 목 조르며 진압
작성자 2021-11-1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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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애정도 등에 따라 탈시설이 가능한 장애인만 탈시설을 추진하고, 강제적 탈시설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장애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10일 ‘2018년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권리 선언문’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장차연은 “탈시설은 권리이기에 강제적 탈시설이란 없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지 못하게 만든 환경이 문제”라며 서울시를 규탄했다.
서울장차연은 오후 4시 기자회견 후 농성 천막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서울시의 강경 진압으로 기자회견은 제대로 열지 못하고, 천막 또한 6시간 이상의 실랑이 끝에야 간신히 설치할 수 있었다.
밤 10시경, 활동가들이 천막 반입을 시도하자 서울시 직원들은 활동가의 목을 조르고 바닥으로 밀치며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아수라장 속에서 밤 10시 30분경에서야 서울시청 후문 쪽에 노란색 천막 한 동이 설치됐다.
서울시청 후문 외벽. “UN장애인권리협약 위반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장애인 탈시설 권리 인정하고 약속을 지켜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정책 이행 촉구”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오세훈 시장을 규탄하는 피켓 수십 장도 붙어 있다.
- 오세훈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제적 탈시설 안 해’… 서울시 ‘해당 보도는 오보’
프라임경제의 지난달 31일 보도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9일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부모회와 만나 서울시 탈시설 정책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김현아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부모회 공동대표는 오 시장이 면담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고 전했다.
김 공동대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그동안 서울시 탈시설 정책은 원칙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앞으론 탈시설이 가능한 장애인은 탈시설을 추진하고, 의학적이나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면서 원하지 않은 이들에게 강제적 탈시설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4시간 전문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이나 도전행동이 심한 장애인은 자립지원주택으로의 이소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탈시설에 대한 균형적인 담론이 형성되도록 탈시설 정책을 정립해 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 프라임경제, 「오세훈 서울시장 “강제적 탈시설, 하지 않겠다”」(2021.10.31) 중에서
오 시장이 이같이 발언한 게 사실이라면 서울시는 탈시설을 권리로 천명한 장애계와의 약속을 파기하는 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권리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탈시설은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는 걸 시 차원에서 천명하며 2022년까지 800명의 장애인에게 탈시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 이행까지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324명(40.5%)밖에 탈시설하지 못했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 2019년에 ‘프리웰, 인강재단 등 인권침해 시설을 폐지하고 탈시설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서울장차연에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약속들을 이행하려면 오 시장이 직접 나서서 탈시설 권리를 적극 보장하고 비리 시설을 폐지해야 한다.
서울시는 프라임경제 보도가 오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장애인정책복지과는 10일 오후 7시경 이뤄진 장애계와의 면담에서 ‘오세훈 시장이 그렇게 말하진 않았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 기사는 오보다’라 말했다고 알려졌다. 장애계는 서울시가 직접 해당 매체에 정정보도 요청을 하거나, 탈시설 약속 파기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활동가들이 집회 신고를 했음에도 기자회견 여는 걸 불허했다. 왼쪽에 ‘오세훈은 들어라! 서울시는 중증장애인 자립생활권리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있다. 가운데에 경찰 방패가 있고 오른쪽에 활동가가 탄 휠체어 바퀴가 보인다.
경찰병력 수백 명이 시청으로 출동해 활동가들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휠체어 탄 장애인 활동가 2~3명을 경찰 수십 명이 막아섰다.
- 집회 신고했는데 경찰병력 수백 명 강경 진압
오후 4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은 5시가 돼서야 겨우 진행될 수 있었다. 경찰의 강경 진압 때문이다. 애초 장애계는 서울시청 후문 근처 인도에 집회 신고를 내고 허가를 받았다. 오 시장의 망언에 분노한 활동가 100여 명이 모이게 되면서 인도에서는 기자회견을 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청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하자 방패로 무장한 경찰 수백 명이 출동해 활동가들의 후문 근처 진입을 막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경찰관은 “애초 집회 허가를 받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막는 것”이라 말했다.
우정규 서울장차연 활동가는 “서울시청 건물이 서 있는 땅은 사유지가 아니다.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건물이 이 땅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장애인도 시민인데 왜 여기서 기자회견을 할 수 없나”라고 되물었다.
강경진압은 기자회견 중에도 계속 됐다. 활동가들이 시청 후문 앞 공간을 확보하려 하자 경찰과 시청 직원 수십 명이 막아섰다.
또한 경찰은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시청 정문을 점거하고 있다. 그러면 시민이 시청을 방문할 수 있는 통로는 후문밖에 없다. 그래서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하도록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정문과 후문 모두 시민이 ‘잠시 들어가겠다’고 요청하면 시청 안으로 원활히 출입할 수 있었다. 기자가 “만날 사람이 있어서 잠시 들어가겠다”, “잠깐 화장실 좀 쓰겠다”고 요청했더니 경찰은 협소했지만 길을 내줬다. 정문 앞을 점거한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과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 하겠다는 장애인 모두 시민의 시청 출입을 방해하지 않았다.
활동가들은 고민 끝에 시청 후문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이 이 또한 강경하게 진압했다.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휠체어에서 내려와 강하게 항의한 끝에 시청 후문 앞 공간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었다.
펜스를 치고 시청 후문 공간을 막아선 경찰들. 활동가들은 펜스에 기자회견 현수막을 걸었다.
협소한 시청 후문 앞 공간에 모인 활동가 100여 명.
- “시설에 강제로 들어갔으면 강제로 나와야”
서울장차연은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9조와 일반논평 5호에 명시된 탈시설 권리를 부정했다”고 규탄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탈시설 권리를 장애정도 또는 의사능력 정도로 제한해서는 안 되고, 욕구표현이 아닌 권리로서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대표는 “장애인은 시설에 들어갈 때 강제로 들어간다. 그러면 나올 때도 강제로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는 시설에서 살고 싶어하는 장애인을 강제로 끌어내자는 말이 아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말 뒤에 숨어 시설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말이다.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경험한 적 없는 장애인에게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이 뭔지 알려주고 체험하게 해야 진정한 자기결정권 행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시설에 사는 장애인에게 ‘시설에서 나가고 싶은 사람 손 들어라’하는 식으로만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고 있다.
김동림 교감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08년,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탈시설 투쟁을 하던 당사자도 기자회견에서 발언했다. 과거 석암베데스다요양원(현 향유의집)에서 20년을 살다 탈시설한 김동림 김포장애인야학 교감은 “당시에도 오세훈 씨가 시장이었는데 지금도 시장이다. 오 시장은 우리더러 시설에 갇혀 살던 예전으로 돌아가라는 것인가? 10년 넘게 싸웠다. 오 시장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투쟁’을 외치는 문애린 소장.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도 오 시장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문 소장은 “오세훈 씨가 서울시장이었던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장애인이 죽을힘을 다해 싸워서 여기까지 왔다. 800명 탈시설도 우리의 투쟁을 통해 300명에서 500명을 늘린 것이다. 서울시 약속은 시장 한 사람과의 약속이 아니다. 여러 부서와 직접 정책 협약을 한 것”이라며 오 시장이 책임 있게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오 시장을 향해 분노했다. 박 활동가는 “오 시장에게 화가 많이 난다. 시설 안에서의 삶과 밖에서의 삶은 비교할 수 없다. 시설 안에선 밥 먹는 것까지 전부 허락받아야 한다. 운동장 안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시설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나와서 살다 보니 살아진다. 시설에 있는 친구들아,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자. 나 외롭다”며 오 시장을 규탄했다.
시청 후문 외벽에 붙은 피켓. ‘오세훈 서울시장은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하라’라고 적혀 있다.
서울장차연은 오 시장을 향해 △프리웰, 인강재단 시설폐쇄 및 탈시설 지원 추진 협의 테이블 구성 △신아원, 라파엘의집 폐쇄 및 탈시설 이행 △탈시설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지원 △지원주택 거주 탈시설장애인 2명당 지원인력 1명 배치 △인권침해 시설 즉각 폐쇄 및 법인 해산 서울시 조례 제정 등을 요구했다.
활동가들은 밤 9시까지 릴레이 발언 후 밤 10시경 후문 앞 공간을 기습 점거하고 노란색 천막을 치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긴급하게 뛰어나와 저지하면서 활동가들의 목을 조르며 폭행했다. 서울장차연은 오세훈 시장이 탈시설 약속 이행을 분명하게 천명할 때까지 농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청 후문 앞 천막농성장. 10일 기준 최저기온은 영하 2도다.
출처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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