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에서 사용하는 가족의 의미
피를 나눈 것처럼 나누어야 하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1-15 14:28:19
장애인복지는 장애인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으로 인하여 가족 중에 누군가가 돌보아야 하는 일들이 생겨서 그는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장애인가족은 소득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워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장애인 가족들은 갖가지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추가될 수도 있고, 장애인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발달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만들어 가족 단위로 여러 가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가족들의 휴식 프로그램이나 장애인의 바른 인식, 장애인에 대한 많은 정보도 공유하고자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가족협회는 시각장애인을 포함하여 그 가족들로 단체를 구성하여 시각장애인 가족으로서 시각장애인들의 작은 목소리에 힘을 보태어 시각장애인의 권익을 같이 주장하고, 시각장애인 가족에게 직접 서비스를 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아무리 사회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여러 가지 혜택을 주려 하여도 시각장애인의 입맛에 맞추기는 힘들다. 예를 들면 당장 필요한 점자서적이라든가, 같이 문화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 제공 등은 가족이 챙기지 않으면 급한 서비스가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 항상 같이 있기에, 그리고 항상 어려워하는 문제를 보고 있기에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지와 당장 필요한 것의 시각지대를 채워주는 것은 가족일 수밖에 없다. 어떤 서비스는 가족의 손으로 한번 가공되어야 시각장애인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되기도 한다.
음식을 에를 들자면 마트에서 재료를 제공하면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도록 할 수 있으나, 음식을 만들 형편이 되지 못하여 음식을 만든 것을 구매해야 하는데, 간은 각자 입맛이 다르므로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간을 맞추는 역할이 가족이 한다는 것이다.
완전 독거로 독립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활동지원인의 도움으로 차려진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개성을 잘 아는 가족이 간의 정도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간을 맞추어 주면 더욱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다.
가족이 아니면 항상 같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당장 화장실을 간다거나 동네 가게를 가야 한다면 가족만이 도와줄 수 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스스로 자기결정이나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가족이 그 주장을 도와줄 수도 있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통역 역할을 가족이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가족들도 장애인 당사자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 문제는 가족 단위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가족도 같이 약자이거나 불리한 사회적 조건에 놓이므로 가족복지가 필요하다. 가족은 지지자이기도 하고, 무료 활동지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무리 부양의무제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런데 정신장애인가족을 표방한 어느 단체는 회원 가입 조건에 장애인 가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장애인 당사자는 가입할 수 없다. 가족에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사회적 편견 때문일까?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정신장애인이 가족단체의 회원이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쓰고 가족들도 정신장애인으로 보지 않을까 해서일까? 사람들이 단체에 편견을 가지고 대할까 해서 단체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이기 위함일까? 정신장애인은 가시적 장애인이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필자가 대학 4학년 때에 소록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는 다리가 놓여져 있지 않아서 배를 타고 가야 했다. 배 안에서 초행길이라 소록도에 대해 물어보려고 눈이 나빠 눈에 힘을 주고 자세히 사람들을 살펴보았더니 배를 탄 사람들이 우리는 가족으로 면회를 온 것인데, 우리들도 한센환자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나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정신장애인가족 단체는 정신장애인을 수혜자로 보기 때문에 가족들의 활동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 정신장애인을 회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설립한 것일 수 있다. 그 단체가 정신장애인의 권익옹호나 가족 단위의 서비스를 하거나, 가족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들을 하지는 않는다.
주로 가족인 회원들은 정신장애인의 상담이나 병원에서 사회복귀나 가정복귀 이전에 요양원이나 직업시설에서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러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시설의 시설장들이 모여서 가족단체를 만든 것이다.
즉 시설장 모임이니 연합회 성격이고, 시설 운영의 협력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 또는 서비스 공급자 집단인 것이다. 그 시설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면 더 명분이 서기 때문에 가족이 나서서 하는 것이다. 그들이 시설을 운영함에 있어 가족이니 그 사업을 해야 하는 명분이 더 설 것이고, 장애인을 더 잘 이해하니 자신들이 전문 서비스 제공자가 되어야 할 것이고, 장애인 가족이니 수혜자가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서 공급자 역할을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들은 이용자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 가족이기에 불이익이 아니라 오히려 기득권을 가진다고 해야 할까? 특권을 누린다고 해야 할까? 물론 정신장애인만이 아니라 다른 장애인의 경우도 시설을 운영하거나 종사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장애인이기이나 가족이기에 장애인의 부족한 사회적 지원이 너무나 열약하여 자신이 투신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운영에 불리할 것이고,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될 것이다.
자신도 장애인이면서 다른 장애인을 위해 이러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사람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치인이 나도 어릴 때에 가난했다는 것으로 표를 얻듯이 가족이나 당사자라는 것이 표를 얻을 것이다. 그런데 탈시설의 철학이 사회에 전파되고 운동이 일어나면서 장애인당사자 시설장은 장애인의 인권을 오히려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가족이 이러한 사업을 한다면 어떤 의미가 될까? 그리고 그런 시람들끼리 단체를 만들면 그 단체는 어떤 성격으로 보아야 할까? 강제 입원이나 여러 가지 시설에서의 정신장애인 통제 수단이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 가족이 가족에게 가해한 결과가 된다.
이런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의 동료상담을 지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이 가족으로서 가장 잘 안다는 착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리고 가족으로서 누리든 특권에 도전을 받을 경우, 정신장애인을 학대하거나 권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있다. 정신장애인이 이러한 운영에 염증을 느껴서 치료가 잘 안 된다.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치료이다.
가족이면 가족으로서 느낌이나 감수성, 정감 등이 있다. 가족이 시설장이면 가족처럼 돌본다는 말이 얼핏 들으면 공감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가족이면서 장애인을 이용자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란 점에서 가족의 약함을 오히려 이용하여 직업을 구한 자들이 된다.
모든 가족들이 운영하는 시설장들이 이러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설 운영자가 되고 보면, 행정적 권위에 사로잡히기 쉽고 타성에 젖어 시설 운영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면 가족이란 자리보다 시설장이란 자리에 연연하는 불행한 일이 발생한다.
정신장애인들도 탈시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에서 낙인을 찍고 위험한 존재로 보는 언론이나 편견에 너무나 아픔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아픔을 어루만지는 가족이 아니라 시설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만능주의로 가족을 대하면서 가족단체라 대담하게 내세우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은 이러한 가족들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 반기를 들고 투쟁할 대상이 가족이니 더욱 힘들다. 가족단체에게 당사자 운동이나 탈시설 운동을 같이 하자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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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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