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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인 인터뷰, 소프라노 강유경

작성자 2022-01-07 최고관리자

조회 541

 

장애예술인 인터뷰, 소프라노 강유경

오페라나 뮤지컬 무대에 서는 “꿈”을 향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1-07 09:59:59
소프라노 강유경. ⓒ강유경 에이블포토로 보기▲ 소프라노 강유경. ⓒ강유경
천천히 어두워지는 세상 속으로

강유경은 어릴 적부터 성악을 전공하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음악과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는 학교 중창단, 어린이합창단, 청소년합창단 활동을 하며 뮤지컬 배우, 오페라 가수, 성악가 등을 꿈꾸며 자랐다.

어려움 모르고 지내던 어느 날 눈에 이상을 느꼈다. 원래 시력이 안 좋아서 안경을 썼지만 눈에 질병이 생길 줄은 몰랐다.

유경은 열일곱 살 때 희귀난치성 ‘망막모세혈관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망막혈관에 생긴 암이라고 설명하면서 눈에 핵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것과 같으니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고 했지만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는 눈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과 공부하고 웃고 떠들며 평범한 여고생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지랑이가 눈앞에서 어른거리더니 어느 날은 캠프파이어 불을 보듯이 물체들이 흔들렸다. 그러다 캠프파이어 불이 꺼진 것처럼 어두워졌다. 그래서 길을 가다 쓰러져 119구급대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을 하고 좋아지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유경은 일반전형으로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에 입학하였다. 그 무렵 병의 진행으로 계속 시력이 저하되더니 왼쪽 눈이 실명됐다. 그래도 오른쪽 눈이 보이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다.

그러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대학 4학년 때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악보를 보기가 어려웠다. 악보를 확대해서 오른쪽 눈에 가까이 대고 한 마디씩 보고 암기해서 공부를 했다.

진로를 고민하는 4학년 때 그녀는 성악가로서 성장하기 위한 코스인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교수님은 그녀에게 건강이 먼저라며 그녀와는 진로 상담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유경을 더욱 힘들게 했다.

2014년 최우수 성적으로 음대를 졸업 한 후 그녀는 1년을 그냥 보내야 했다. 건강을 생각한다고 시력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어서 1년을 허비한 것이다. 곧 대학원에 진학했다.

무대 공연 중. ⓒ강유경 에이블포토로 보기▲ 무대 공연 중. ⓒ강유경
무대가 공포가 되다

유경은 소프라노 성악가로 무대에 섰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 배우, 오페라 가수로 활동을 했기 때문에 시력에 장애가 생기고 나서도 학교 공연은 물론이고 극단 <오디> 단원으로 다양한 역할을 했다. 노래도잘 하지만 연기도 잘 한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극에서 주연배우인 유치원 교사 역을 맡아 노래도 가르치고 책을 읽어 주는 연기를 했는데 외워서 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눈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표시 내지 않으려고 매 순간 긴장을 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피사체가 보이지 않아서 엉뚱한 곳으로 손을 뻗치기도 하고 객석으로 내려가서 어린이 관객을 데리고 올라올 때 극의 내용에 맞지 않은 나이의 관객을 선택하기도 해서 공연의 흐름을 깨는 경우도 있었다.

어린이 옆에 가서 소통하는 반응을 보일 때도 얼굴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소품에 걸려 넘어지거나 무대에서 떨어지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나서 더 이상 무대에 서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하여 연출가에게 시각장애를 털어놓았을 때‘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보는 게 어때?’라고 힘을 실어 주었다.

모든 스태프들에게 강유경의 장애가 알려지자 오히려 스태프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예전에는 자기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실수를 한다는 오해로 사이가 멀었던 스태프들이 서로 나서서 유경이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형광테이프로 유도선을 바닥에 붙여 주기도 하고 무대가 암전이 되면 꼼짝 못하니까 블루 아웃으로 처리해 주었다.

눈에서 빛이 사라지다

혼자 다니기 위험할 정도가 되자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장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사업을 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 찾아가게 되었다.

그곳에 점역교정사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음악교정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는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이 자격증으로 2019년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 입사하여 현재는 시각장애가 있는 음악인들이 원하는 곡을 점자 악보로 제공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2020년, 그나마 버티고 있던 오른쪽 눈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서 수술을 했음에도 결국 모든 시력을 잃고 미세한 빛만 감지할 정도의 암흑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한동안은 매일 후회를 했다. 이렇게 빛이 빨리 사라질 줄 알았으면 보고 싶은 것을 실컷 보고, 여행도 다니고, 원 없이 해 보고 싶은 것을 다 해 볼 걸 하는 아쉬움으로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그녀는 아예 안 보이는 장애가 설마 자기에게 닥칠 줄 몰랐다. 지금도 최악인데 더 최악이 되랴 싶었다. 처음에 수술을 하고 5년 정도는 진행이 멈추었기 때문에 또다시 멈추리라고 믿고 싶었던 것이다.

어둠 속에 갇히자 처음에는 공포스러웠다. 보이는 세상을 살다가 안 보이는 세상으로 들어가니 일어서는 것조차 무서웠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또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생겼다.

한동안 음악 활동을 못하고 있었는데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합창단, 중창단 활동으로 장애 인식개선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서게 되었다. 무엇보다 2020년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에 출전하여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장애예술인들이 그렇게 많은 줄도 처음 알았고, 실력이 너무 대단해서 놀랐다. 모두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예술인 그 자체였다.

복지관에서 스페셜K에 나가 상을 받아 활동을 하는 장애예술인을 보고 궁금해서 도전을 했던 것인데 스페셜K가 큰 동기 부여가 되었다.

예전에는 무대에 설 때 시각장애를 숨기려고 했지만 이제는 시각장애가 있음을 밝히며 당당히 장애예술인으로서의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한때는 시각장애라는 단어 자체를 거부했지만 이제는 시각장애인 소프라노 강유경이 자신의 정체성이다.

무대에 등퇴장할 때 안내자의 도움을 받고 노래를 부를 때 발을 떼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제스처를 하다가 방향을 잃고 측면을 바라보고 노래를 하고 엉뚱한 곳에 인사를 하는 실수를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인사를 할 때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인사를 한다. 안내자가 세워 준 자세에서 인사를 하다가 마이크에 부딪힌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가지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면 노래만 부르는 성악 외에 연기를 해야 하는 오페라나 뮤지컬 무대에 설 수도 있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제 갓 서른인 강유경(1990년생) 의 꿈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다.

강유경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대전극동방송전속 어린이합창단 단원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단원
2011 영국왕립음악원 & 숙명여자대학교 RAM Festival 협연
2012 숙명여자대학교 제12회 정기오페라 주역 Despina역 출연
2013 제72회 숙명여자대학교 정기연주회 협연
2017 대전시립교향악단 신인 연주자 발굴 시리즈 ‘영 비르투오조 데뷔 콘서트’ 협연
2018 한국음악협회 대전광역시지회 제29회 한밭 신인 음악회 출연
극단 <오디> 주연 배우
<우리 엄마>,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미술관에 간 윌리> 출연
2020 제8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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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30&NewsCode=003020220104001535408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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