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들은 힘센 치매환자..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은 사형선고"
작성자 2021-10-07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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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회원들이 지난 8월 10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발달장애인 탈시설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뉴스1
30살 A씨는 중증 발달장애인이다. 10년전부터 수도권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고 있다. 3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그는 자주 ‘도전적 행동(문제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어머니 B씨(57)는 휴대전화에 보관된 동영상을 기자에게 내밀었다. 영상 속 A씨는 옷을 벗어던진 채 시설 복도를 빙글빙글 뛰어다녔다. 그의 키는 180㎝가 넘는다. 시설 직원들을 밀치거나 때리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는 일도 간혹 있었다. 이런 행동이 발생하면 시설에 더 있기 어려워졌다. 그럴때면 할 수 없이 정신병원에 2주~한달가량 단기 입원했다. 약물치료로 안정을 찾으면,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생활이 반복됐다. 집, 시설, 정신병원 외에 대안이 없다. 어머니 B씨가 덩치 큰 아들을 홀로 돌볼 여력이 안된다.
하지만 중증 발달장애 보호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시설 밖에서 오히려 장애인 인권을 더 침해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에 대해 “중증 발달장애인의 돌봄(보호)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전국의 장애인시설은 1539곳, 거주 인원은 2만9086명(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거주인은 중증장애인이 98.3%로 대부분이다. 80.1%가 발달장애다. 시설에 머무는 상당수가 중증 발달장애인이라는 의미다. 평균 거주기간은 18.9년, 평균연령은 39.4세로 조사됐다. A씨처럼 주로 성인이 됐을 때 시설에 들어간다.
장애인 거주시설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익명을 요청한 또다른 중증 장애인 보호자는 “어렸을 땐 서로의 허리를 묶어 데리고 다녔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나이 든 엄마보다 힘이 세다는 걸 안다”며 “가정에선 통제가 안된다. 힘센 치매환자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전체 발달 장애인 중 시설에 생활하는 이들은 10%정도로 추산된다. 정부는 탈시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매년 700명가량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이 지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중증 발달장애 보호자들은 독립·자립공간이라는 임대 아파트에서 오히려 방치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더욱이 현재는 지역사회로 돌아온 이들을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 자체가 전무하다. 가족들이 장애인 돌봄에 매달리지 않는다면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실은 국정감사장에서도 제기됐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발달장애인 부모가 입소할 수 있는 거주시설을 찾지 못해 자녀를 정신병원에 입원 시키는 기막힌 사례가 발생한다”며 “입소시설 정보를 (국가, 지자체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사회복지위는 “유럽은 장애 특성, 건강 지수에 따라 가장 적합한 생활 형태를 장애인 본인, 부모·가족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6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탈시설 권리 보장을 기원하는 탈시설 수요미사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탈시설 권리를 부정하고 최중증·발달장애인의 자립적 삶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며 매주 수요일 명동성당 앞에서 정기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1100705004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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