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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노동과 노동의 전환 ③] 중증장애인 노동권 위한 또 하나의 시도, 장애인노조

작성자 2021-10-14 최고관리자

조회 700

 

[장애인노동과 노동의 전환 ③] 중증장애인 노동권 위한 또 하나의 시도, 장애인노조

 

정명호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장

 

 

왜 장애인의 노동은 평가절하되는가. 이 물음에서 시작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장애인노동권담론모임이 3년간의 연구와 조사를 이어 가고 있다. 올해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연구와 조사를 했다. 장애인노동권을 고민하는 담론모임 활동가들은 생산성 중심 평가의 한계를 넘어 담론을 재구성하자고 제안한다. 이들의 주장을 5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정명호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장
나는 목 밑으로 전신마비다. (음성)언어로 소통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활동지원사가 내 하루 일상을 지원해 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헤드포인터’라는 보조기기를 머리에 쓰고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를 치거나, 옆에 물컵을 놓아두면 빨대로 먹는 행위, 전동휠체어를 입으로 물고 조절하는 정도다. 그런 나에게 이 사회는 “너도 노동할 수 있으니 와서 일해”라고 제안할까? 노동자로 인정할까?

헌법에 국민에게는 4대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중 하나가 노동이다. 나 같은 중증장애인의 노동환경을 비장애인 중심으로 맞춘다면 국가가 중증장애인을 국민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장애인시설에나 있어야 하고, 방구석에서 가족들에게 짐 덩어리로 전락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그동안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시혜와 동정으로 얼룩진 복지 대상으로만 취급돼 왔다.

어떤 이는 장애인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보다 생계비를 지원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언뜻 편해 보이지만 장애인의 주체성을 배제한 발상이다. 노동은 말 그대로 복지나 재활이 아닌 ‘몸을 움직여 일하는 행위’다. 헌법에 노동을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로 명시한 것도 인간의 삶에서 꼭 필요한 기본 행위이기 때문 아닌가.

장애인운동을 하면서 많은 노동운동 현장에서 마음을 담아 연대했다. 하지만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부으면 채워지지 않듯이 마음 한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있었다. 나는 당시 인천에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옹호활동가로 일했는데, 주변에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속도는 느려도 나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문서도 만들고 치열한 회의도 하면서 일했다. 나 같은 경우 문서 한 장을 작성하는 데 6시간 정도 걸린다. 이런 나에게 노동이란 뭘까?

장애인노동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실업이다. 전체 등록장애인 중 약 65%가 일을 못 하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등 각종 장애인 실업 대책, 고용정책들을 변화시키려면 정부와 싸우고 교섭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문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실제 등록장애인 비율(4.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문제,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는 기업 문제 등도 정부와 사회를 상대로 풀어야 한다.

장애인노동, 특히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는 문제는 노조 출범 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한 시간에 열 개 생산하는 사람과 한 시간에 한 개 생산하는 사람의 노동가치를 동등하게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속도가 우선이고 속도는 곧 이윤을 가져다주는 체제다. 지금도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현재의 틀을 깨는 상큼 발칙한 상상력이 나오지 않는다. 자본주의 틀 안에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끼워 넣지 말고, 중증장애인 각자의 장애 특성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을 ‘노동’이라고 규정하면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타자를 8시간 쳐서 문서를 만든다면, 그 시간에 해당하는 최저시급을 주면 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노동자들의 결사권인 노조에 대해 말하고 싶다. 2017년 장애인노동조합 결성에 뜻이 있는 동지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노동조합 뜻도 모른 채 그저 새로운 노동권 투쟁 체계를 만들겠다는 전망만으로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같이 노동 관련 세미나도 하고, 많은 토론을 하면서 우리만의 새로운 노동개념을 찾을 거라는 큰 꿈을 가지고 2019년 11월2일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동조합지부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장애인들 대부분이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거부감부터 보인다. 지금까지 보수언론이 노동조합을 ‘빨갱이’ 등 부정적인 색채로 몰고 간 탓이다.

노조 결성 후에 한 활동 중 기억 남는 건 두 가지다. 대기업 집단 중 삼성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최하 수준이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내는 부담금(벌금)도 가장 많이 낸다. 그 삼성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지난해 코로나19라며 휴업을 하고도 노동자들에게 휴업수당을 주지 않은 경산 장애인보호작업장을 향해 성명을 발표하는 등의 대응도 했다. 아직 시작이라 역할이 크지는 않지만 그렇게 중증장애인의 목소리를 내며 걸어가고 있다.

 

 

 

 

 

 

 

 

 

 

 

 

 

 

 

 

 

 

 

 

 

출처 :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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