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00..발달장애인들이 법원을 찾은 이유는
작성자 2021-11-30 최고관리자
조회 483
[2022 대선]발달장애인도 투표보조 필요한데
공직선거법 등에 관련 내용 없어
발달장애인 박아무개(30)씨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투표를 하기 위해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려다가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제지를 받았다. 이 관계자는 “신체 장애가 없으니 혼자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해야 한다”며 박씨가 어머니와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박씨는 후보자의 이름과 숫자만 적힌 투표용지만으로는 후보자를 식별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그동안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투표를 해왔다. 그런데 돌연 선관위 쪽에서 이를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박씨의 투표권 행사를 도왔던 어머니가 이 관계자에게 항의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박씨는 혼자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자신이 찍으려던 후보자에게 제대로 투표를 했는지 알지 못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100일을 앞두고 발달장애인이 ‘선관위가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홀로 기표소에서 투표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를 명시하지 않은 선관위의 지침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한 ‘참정권에서의 차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발달장애인들은 내년 대선에 이런 지침이 적용되지 않도록 법원에 가처분 성격의 임시조치를 청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인 차별행위와 관련해 소송 제기 전에도 피해자의 신청으로 법원이 본안 판결 전까지 차별행위 중지 등의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문제는 지난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때부터 불거졌다. 공직선거법 157조 6항은 ‘시각 또는 신체 장애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초 선관위는 여기에 덧붙여 ‘지적장애·자폐 등 발달장애인도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 선거사무지침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제21대 총선 선거사무지침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 지침이 삭제됐고, 이에 따라 일부 투표 현장에선 이들에 대한 투표보조가 허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선관위는 지침을 바꾸려면 공직선거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29일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선거관리관이 투표보조가 필요한 발달장애인에게는 투표보조를 안내하고 있다”면서도 “발달장애인 중 스스로 투표가 가능한 사람까지 동반인 보조를 받게 될 경우 자기결정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 (지침이 바뀌려면) 공직선거법 157조의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발달장애인의 겉모습만 보고는 투표보조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발달장애인은 글자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를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투표보조를 거절당한 박씨 또한 신체적으로 투표지에 도장을 찍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홀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해 활동지원사와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박씨의 법률대리인 최초록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인 박씨가 사전 훈련 없이 ‘원하는 후보’와 ‘투표지에 적힌 후보’를 일치시키기란 쉽지 않다. 발달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시정 요구뿐만 아니라, 추후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와 함께 이해하기 쉬운 선거 공보물, (후보자가 그려진) 그림 투표용지 등을 요구하는 차별구제 청구소송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11129162601573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