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같은 기술은 비현실적..장애인의 사회참여 도와야"
작성자 2021-02-10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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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작가 인터뷰
"장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돼"
"다양한 신체의 사회참여·접근성 높여야"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언젠가 완벽한 ‘마법같은’ 기술이 등장해 장애인의 삶을 바꿔줄 것이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다만 기술이 이들의 사회참여도와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소설가 김초엽)
과학을 전공한 SF 소설가 김초엽(왼쪽)과 작가·배우·변호사로 활동하는 김원영 변호사는 최근 공동 집필한 책 ‘사이보그가 되다’를 통해서 이 같은 ‘기술 유토피아’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과학을 전공한 SF 소설가 김초엽과 작가·배우·변호사로 활동하는 김원영 변호사는 최근 공동 집필한 책 ‘사이보그가 되다’를 통해서 이 같은 ‘기술 유토피아’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각각 청각장애, 지체장애를 가진 두 사람은 최근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기술이 장애에서 인류를 해방시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오히려 장애인을 실제 삶에서 소외시키거나 단순히 치료의 대상으로 소비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사회에서, 미디어에서 장애인은 기술의 최대 수혜자로 소비되지만, 실제 삶에서 기계와 결합하는 일은 결코 매끄럽지 않다”고 지적한다. 10대부터 보청기를 사용한 김초엽 작가는 “보청기가 청각 장애인에게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현실의 보청기가 그렇게 완벽한 제품은 아니다”라며 “습진과 중이염을 악화시키고, 온갖 염증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잔고장이 나고, 실제로 청력을 완전히 복구해 주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이어 보청기 보다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 환경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자신의 실제 삶을 개선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못 듣는 내용이 많다”며 “강연과 대담에 참석할 때면 문자통역을 이용하고, 현실에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대화는 문자적 소통에 크게 기댄다”고 설명했다.
두 저자는 신체적 장애를 치료·제거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장애인의 현실을 가리고 기술에 대해 낙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공지능(AI) 음성합성 기술로 청각과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목소리를 찾아주는 내용의 TV CF를 그 예로 들었다. 광고 속 가족들은 그가 목소리를 찾고 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린다. 두 저자는 “정작 청각, 언어 장애인들은 AI가 만든 목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없다”며 “AI 기술이 선물한 목소리는 청각장애인이 아닌 청인들이 청각장애인에게서 듣고 싶어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비슷한 ‘감동 영상’을 보는 비장애인들은 보청기를 착용한 청각장애인들의 반응에서 일관되게 ‘소리를 되찾은 기쁨’을 읽어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두 저가가 기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김원영 변호사는 “기술 개발은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진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눈을 뜨고 소리를 듣게 만드는 기술이 아닌, 우리의 주변 환경이 다양한 몸에 유연하게 적응하도록 돕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체의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는 휠체어도 좋지만,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한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설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초엽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는 밀려나는 사람들에 대해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너무 지배적”이라며 “‘어떻게 다 신경쓰느냐’, ‘시대의 흐름이다’라는 정서보다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장벽들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초엽 작가(사진=사계절출판)김원영작가(사진=사계절 출판)김은비 (demeter@edaily.co.kr)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10210060209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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