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그동안의 점거농성 투쟁을 마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가연
기획재정부가 건물주이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87일째 점거농성하던 장애인들이 오늘부로 농성을 마치고 투쟁 방식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17일, 오후 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은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길거리에서, 그리고 직접 예산 요구안을 들고 각 부처를 찾아가며 2021년 장애인예산 쟁취 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선포했다.
전장연 등은 2019년 10월 22일부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2020년 3대 예산 쟁취’ 및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위해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농성을 진행해 왔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삶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필요한 ‘3대 예산’으로 △장애인활동지원 △주간활동서비스 △장애인연금을 꼽고 있다.
전장연은 “국가의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구호품 수준의 예산안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무시한다”라며 “이 모든 것을 가로막는 주범은 조물주보다 높은 기획재정부”라고 꼬집었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건물주인 나라키움저동빌딩을 점거해 지난 87일 동안 예산을 요구하며 농성해왔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고용노동부의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에 참여하다 사망한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를 언급하며 “(해당 사업은) 중증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인 중심으로 처음부터 잘못 설계되었다고 줄곧 비판했지만, 고용노동부는 기획재정부와 이미 이야기를 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곳에 마련된 고 설요한 동지의 영정 앞에 와서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오지 않았고, 기획재정부 장관도 안 왔다”고 질타했다. 이어 “우리는 2021년의 더 큰 계획을 위해 오늘 농성 철수를 한다”며 “OECD 평균 수준의 예산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이곳 나라키움저동빌딩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있기에 ‘인권’이라는 이름이 좋아서 여기서 투쟁했다”라며 “그동안 장애인 부모들이 지방에서 올라와서 밤을 새우기도 했고, 당번을 정해 아침마다 투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렇게 투쟁하며 요구하기 전에, 국가가 먼저 어떤 일을 도와줄지 나설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꾸며 올해도 365일 동안 투쟁으로 채울 것”이라고 외쳤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지난 투쟁의 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2019년 3월 26일에 우리는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1박 2일 투쟁을 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2019년 7월 1일부터는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이상 연령제한 폐지’를 위해 사회보장위원회에서 투쟁했다. 그리고 이곳으로 와 예산을 쟁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 나오라며 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6년에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없었지만, 투쟁을 통해 2007년에 활동지원이 제도화되면서 그해 1945억 원의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을 확보했다”라며, “올해 통과된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이 3조 3100억 원이니, 14년 동안 투쟁한 결과 무려 3조 1155억 원의 예산을 올렸다”라며 지난 투쟁의 의미를 다졌다.
또한 박 이사장은 2021년 예산 쟁취를 위한 앞으로의 투쟁 계획을 밝혔다. 박 이사장은 “올해 2~3월 안에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의 각 부처에 2021년 예산 요구안을 제출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찾아가는 투쟁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이어 “4월부터는 코빼기도 못 봤던 기획재정부 장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면담 투쟁을 이어나가며 동지들과 거리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전장연은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의 49재인 오는 22일부터 서울역 대합실에서 ‘권리중심-중증장애인 기준 공공일자리 쟁취’를 요구하며 설 연휴를 포함해 6박 7일 동안 투쟁할 예정이다. 또한 2020년 총선에 대응하여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장애인정책 및 예산 확대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