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0월 20일, 평등한 세상을 향한 행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에서 한 참가자가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사진 박승원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인권위의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8일 자 한겨레 기사(‘총선 때까진 차별금지법 거론말라’는 인권위원장)에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위원장이 차별금지법과 인권기본법 제정 등 인권위의 핵심과제 추진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내부 직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러한 갈등으로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또한 지난 10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겨레는 밝혔다.
해당 기사는 인권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차별금지법, 인권기본법 등이 인권위 내부에서 논의조차 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을 전하며, 그 이유를 ‘최 위원장이 총선이라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인권위 안팎으로 최 위원장의 권위적 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알렸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아래 차제연)는 18일 논평을 통해 인권위가 설립 취지에 맞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구체적 추진 계획을 세우고 ‘차별금지’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2018년 9월 5일, 최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인권위의 역할을 다시 세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을 첫 번째 책무로 밝힌 바 있다. 차제연은 이러한 최 위원장의 취임사를 환기하며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계획을 마련하여 실질적인 법 제정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차제연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정치권이 그들의 눈치를 보는 조건에서 인권위의 역할은 출구를 만드는 것”이라며 “문이 열리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단계적 접근이 인권위의 전략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전략을 모색하고 계획할 수 있는 공개 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
또한, 인권위 내부에서 차별금지법을 언급하거나 거론할 수 없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며 인권기구로서의 본연의 사명과 위상을 갖춘 조직이 될 것을 요구했다. 차제연은 “인권위는 독립성이 생명”이라며 “인권위에서 총선이 언급되는 상황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제연은 “인권위가 제대로 서는 것과 차별금지법 제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인권위 설립 이래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했던 것은 ‘차별금지’가 인권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든 사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누구도 배제되거나 차별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인권위의 과제가 산적하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그 핵심과제 중 하나”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차별금지법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인권위 권고로 제정 논의가 시작됐다. 이듬해 2007년 10월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대로 차별금지사유에서 성적지향 등을 삭제해 발의했다. 이러한 정부안을 포함해 지난 17~19대 국회에서 총 6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제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정의당과 차제연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