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50일 만에 “장애인의 삶에 변화가 나타났다”며 21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갈무리.
보건복지부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 50일 만에 “장애인의 삶에 변화가 나타났다”며 21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주요 내용은 종합조사표 도입 후 활동지원 시간과 대상자가 대폭 확대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날 장애계는 복지부 발표를 전면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중증장애인의 삶의 변화는 낙제점”이라고 규탄했다.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뭐라고 썼길래?
지난 7월 1일, 장애인 서비스 지원을 결정하는 평가도구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도입됐다. 이로써 기존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 중 수급 자격 갱신 기간(3년)이 도래한 이들은 기존의 인정조사표가 아닌 종합조사표로 판정받아야 한다.
기존 수급자 중 종합조사를 받은 1221명의 급여 변화를 분석한 결과, 급여보전 적용 시 79.8%(974명)는 급여량이 증가하고, 19.2%(235명)는 급여량이 전과 같이 유지되었으며, 1.0%(12명)는 급여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 보전을 적용하지 않으면, 유지자는 0.2%(3명)에 불과하고 하락하는 사람은 20.0%(244명)에 달한다.
종합조사표로 기존 활동지원 이용자들 시간이 삭감되자, 복지부는 ‘삭감자들에 대해서는 3년간 기존 급여량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보전 방안을 내놓았다. 보전 방안 미적용 시와 적용 시 수급량 차이가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 갈무리.
복지부는 “기존 수급자가 불이익 보는 사례가 없도록 일부 급여 감소가 예상되는 수급자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기존 급여량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보전 방안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삭감되는 경우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독거였던 사람이 독거가 아니게 되는 경우 등 가정환경, 사회환경 변화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보전 방안으로 복지부는 기존 이용자의 월평균 지원 시간이 104.5→125.2시간으로 20.7시간 증가했고, 평균 급여량 증가는 모든 장애유형에서 고르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존에 활동지원 신청은 장애 3급까지만 가능했으나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로 7월부터는 모든 장애인이 신청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7월 1일부터 지난 8월 7일까지 활동지원 신규 신청자는 중증장애인 2220명, 경증장애인 395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실제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게 된 중증장애인은 1741명, 경증장애인은 221명이며, 이들의 평균 수급시간은 중증장애인의 경우 99.9시간, 경증장애인은 86.9시간으로 확인됐다.
이날 복지부는 올해 3월부터 성인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주간활동서비스에 대해서도 “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자화자찬했다. 복지부는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를 올해 2500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1만 7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보전 방안 미적용 시, 중증장애인 20%는 활동지원 시간 삭감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성과 발표에 정작 장애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실상 자화자찬일 뿐이며 정작 장애계가 우려하고 있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삭감에 대한 구체적 통계는 가리고, 하루 최대 16시간 이용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 있는지, 하루 24시간 보장 여부 등 장애계의 물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조사 도입으로 활동지원서비스 지원대상과 지원시간이 확대됐다’는 복지부의 발표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1일 보도자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급여보전 미적용시 하락자 비율”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복지부는 ‘삭감자에 대한 보전 방안 적용 결과’를 내세우며 ‘시간이 늘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보전 방안이 “종합조사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한시적 미봉책에 불과”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복지부 보도자료에도 드러났듯 보전 방안을 적용하지 않으면 기존 이용자의 20%가 시간이 하락한다. 특히 활동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최중증장애인(기존 장애등급 1급)의 시간 하락률이 높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급여보전 미적용 시, 1급 장애인의 21.7%(133명)가 시간이 하락하며, 2급 장애인들의 20.6%(93명)가 시간이 깎인다. 급여보전 적용 시, 복지부는 급여 하락자가 1%(12명)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이들 모두 1급 중증장애인들임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기존 활동지원 이용자 중 보전 방안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1급 장애인 중 21.7%는 시간이 삭감한다. 보건복지부 자료 갈무리.
전장연은 기존 이용자와 신규 신청 장애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앞서 신규 수급자들의 평균 급여 시간이 월 99.9시간이라고 밝혔다. 반면 기존 이용자들의 월평균 지원시간은 기존 104.5시간에서 125.2시간으로 증가했다고 홍보했다. 즉, 이를 비교해보면 신규 수급자의 경우 기존 수급자보다 월 25시간이 적은 것이다.
전장연은 중증장애인 신규 신청자 2220명 중 1741명만이 서비스 수급자가 된 것에 대해서도 “반대로 이야기하면 21.5%가량이 수급 탈락된 것”이라면서 경증장애인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24.9%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실상 신규 신청자 4명 중 1명은 수급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장연은 “보건복지부는 평균 수치 등 단편적 수치만을 제시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서비스 하락 또는 수급 탈락의 경우들은 극히 예외적인 양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하루 최대 시간이라고 내세우는 16시간을 실제 받은 장애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재차 되물었다. 현재 종합조사표에 따르면 하루 16시간을 받으려면 사지마비 장애인에 시청각장애, 정신적장애 등 중복장애인이어야 하고, 직장을 다녀야 하며 독거 또는 취약가구에 이동에 제한있는 집에 거주해야 한다. 이러한 장애계의 문제제기에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종합조사 모의평가 시행을 약속했으나 시행 하루 전 일방적으로 파기를 통보한 채 그 약속은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애계는 ‘주간활동서비스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 복지부의 발표에 대해서도 기만적이라고 규탄했다.
전장연은 “현재 주간활동서비스는 하루 평균 4시간 정도의 서비스만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요구한 하루 8시간의 서비스 보장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게다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경우 시간을 삭감하고 있어 사실상 하루 2시간 정도의 서비스만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전체 발달장애인의 20% 수준까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2020년부터 1만 명으로 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주간활동서비스와 더불어 발달장애인과 가족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소득보장”이라면서 현재 장애인연금 대상자를 중복3급으로 제한한 것을 3급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소득보장 제도의 변화 없이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그 기다림에 중증장애인들은 생명의 선을 수없이 오락가락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