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캔 따개 자세히 보셨나요? 불편한 사실
작성자 2019-07-08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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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캔 따개 자세히 보셨나요? 불편한 사실
[주장] 시각장애인 고려하지 않은 점자 표기, 위치를 바꾸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 카타오카아야카 기자]
바야흐로 퇴근 후 시원한 캔맥주 한 잔이 절실해지는 계절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사무실 동료가 건네준 달콤한 사과 음료 캔을 따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두 글자, '음료'. 정확히 말하자면 두 개의 점자다.
점자는 지면 위에 도드라진 점을 손가락으로 만져서 읽는 맹인용 문자, 즉 시각장애인이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을 수 있게 한 특수 부호 글자이다. 영어로는 Braille이라고 부르는데, 오늘날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6점 점자 체계를 고안한 프랑스의 시각장애인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이다.
6점 점자체계란, 말 그대로 6개의 점(세로 3점 x 가로 2점)을 사용하여 만든 문자체계를 말한다. 이 6개의 점을 조합하여 64개의 점형을 만들고 각각의 점형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눈이 아닌 손끝으로 읽을 수 있는 문자가 탄생했다.
으레 점자는 만국 공통이겠거니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6개의 점을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묵자(점자의 상대어로 비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일반 글자)와 마찬가지로 나라마다 사용하는 점자가 상이하다. 한국어 점자, 영어 점자, 일본어 점자, 프랑스어 점자, 중국어 점자 등등 언어마다 점형이 의미하는 내용과 점자 규정이 다 다르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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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음료 캔 음료라는 점자가 찍혀있다. |
ⓒ 카타오카아야카 |
▲ 점자가 찍힌 공간이 비좁아 손가락으로 점자를 만지기 어렵다. |
ⓒ 카타오카아야카 |
▲ 에너지드링크와 벨기에산 맥주에는 점자 표기가 없다. |
ⓒ 카타오카아야카 |
▲ 사과음료 와 포도 탄산음료. 둘 다 음료라고 적혀있다. |
ⓒ 카타오카아야카 |
▲ 일본산 칵테일 주. 묵자와 점자가 모두 표기됐다. 점자가 찍힌 위치, 방향은 한국 제품과 동일하다. |
ⓒ 카타오카아야카 |
나로서는 점자를 찍으라고 하니까 별다른 고민 없이 덮어놓고 찍었나 보다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왕지사 하는 것, 제대로 하면 좋겠다
시각장애인계에서는 지금처럼 단순히 '음료'라는 표기만으로는 시각장애인이 음료의 종류를 구별할 수 없다며, 점자 표기를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탄산음료 중 '음료'가 아닌 '탄산'으로 표기한 제품도 본 적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중에 점자를 읽을 수 있는 비율은 약 5.2%에 불과하며 이처럼 특별한 소수를 위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경제 논리를 내세우는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정확히 얼마의 비용이 추가되는지 알 길은 없지만, 점자를 찍는 방향을 바꾸든, 점자표기를 다양하게 늘리든, 모두 제조원가나 생산관리 비용이 얼마간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다만 그저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경제적 논리를 앞세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장애인 인권이 어떻고 하는 거창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지금도 이왕지사 다수의 기업에서 비용과 수고를 들여 점자를 찍고 있는 거라면, 그 목적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점의 높이를 조절한다든지 점자 방향을 뒤집어 본다든지 하는 작은 시도를 거듭 쌓아 나갔으면 좋겠다.
엄청난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기계의 압력이나 위치를 조금만 손봐도 할 수 있는 일들. 우리 사회의 배려의 온도를 높이는 것은 이렇게 작은 관심과 사소한 실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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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708080300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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