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가 “올해 4월 서울 종로구청이 도로 공사한 대명길이 울퉁불퉁해 교통약자가 다니기 힘들다”라며 16일 오후 1시 대명길 일대에 교통약자의 어려움을 알리는 페인트칠 투쟁을 벌였다. 한 활동가가 돌로 포장된 길 위로 장애인 마크를 그리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장애계가 “올해 4월 서울 종로구청이 도로 공사한 대학로 대명길이 울퉁불퉁해 교통약자가 다니기 힘들다”라며 16일 오후 1시 대명길 일대에 교통약자의 어려움을 알리는 페인트칠 투쟁을 벌였다. 이에 종로구청 측은 "다음 주 전까지 양쪽 길을 평탄하게 재시공하겠다"라고 답했다.
혜화역 4번 출구 방향으로 펼쳐진 대명길은 CGV 영화관과 다수 음식점, 화장품 가게 등이 있어 많은 사람이 오가는 거리다. 종로구청은 올해 4월 대명길 교차로 지점 바닥에 돌 포장을 하는 일명 혹두기(석재 표면을 고르게 혹 모양으로 마감한 것) 설치를 했다. 하지만 해당 도로 전체가 울퉁불퉁해지면서 휠체어 이용자들이 “교통약자를 배제한 불편한 길이 되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나는 척수장애인으로 수동휠체어를 통해 이동한다. 하지만 이 돌길은 도저히 혼자 힘으로 지나가지 못한다. 활동지원사 도움을 받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라며 “종로구청은 예산을 들여서 교통약자를 배제하는 길을 만든 꼴”이라고 지적했다.
지체장애인 박정숙 씨가 대명길에서 겪은 고충과 종로구청에 요구하는 내용을 발언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지체장애인 박정숙 씨는 “나는 이 부근에서 36년을 산 종로구민이다. 얼마 전 도로를 정비한다는 안내가 있어서 좀 더 편리하고 깨끗하게 하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결과는 어이없었다”라며 “전동 스쿠터를 타고 이 길을 지나 집에 가는데 스쿠터가 퉁퉁거리며 온몸이 흔들려 머리가 아프고 엉덩이가 깨지는 줄 알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박 씨는 “특히 주말과 공휴일에 더욱 북적거리는 대명길은 휠체어이용 장애인뿐 아니라 유모차와 노인, 그리고 노동자가 수레를 끌고 지나기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길에 울퉁불퉁 돌판을 깔아 많은 사람을 배제하고 말았다”라며 “공사를 다시 바로잡아 누구나 편히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계가 “올해 4월 서울 종로구청이 도로 공사한 대명길이 울퉁불퉁해 교통약자가 다니기 힘들다”라며 16일 오후 1시 대명길 일대에 교통약자의 어려움을 알리는 페인트칠 투쟁을 벌였다. 사진 박승원
끝으로 노들장애인야학은 “울퉁불퉁 차별길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우리 뜻을 바닥에 새기려 한다”라며 페인트칠하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도로에는 고통, 차별, 장애인 마크 등이 그려졌다.
장애인 마크를 그린 한 활동가는 “35년 전 ‘서울 거리에 턱을 없애 달라’는 절규를 담은 유서를 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순석 열사가 생각난다”라면서 “왜 이제는 턱뿐 아니라 평평한 길마저 울퉁불퉁하게 만드는 후진적인 조치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공사를 기획한 종로구청은 교통약자를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존재를 알리는 장애인 마크를 여기에 새겨 넣었다. 교통약자가 편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조치할 때까지 열심히 투쟁하겠다”라고 외쳤다.
한편, 종로구 도로과 담당자는 대명길에 혹두기를 설치한 취지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전하며 교통약자의 사정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 담당자는 “차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교차로 지점에 차량의 속도를 낮춰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불편은 생각 못했다”라며 “돌 포장은 그대로 유지하되 길 양쪽에 2.5m씩 평탄하게 재시공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양쪽 구간 평탄화 조치는 오늘 야간에 들어가 늦어도 다음 주 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