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가족이 돌봐야겠지만..생계는 어쩌나요"
작성자 2019-04-24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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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가족이 돌봐야겠지만..생계는 어쩌나요"
ㆍ현행법, 치료·사회 적응·재산 관리 모두 보호의무자에 부담
ㆍ낮은 수가·부족한 전문의·노후 병동은 치료의 질 떨어뜨려
ㆍ정부·지자체, 정신장애인 자립 도울 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누군들 입원시키고 싶을까요. 가족이 최대한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소란을 피우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입원을 생각했었죠. 결정도 쉽지 않았어요. 아이랑 애 아빠는 입원 때문에 다투고 몇 년간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과거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아들을 의료기관에 입원시킨 적 있다는 ㄱ씨는 당시의 힘들었던 기억을 이같이 전했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 관리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들이 무성하다. 전문가들은 환자 본인, 가족, 의료기관,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정신장애인 관리 주체별 과제들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2017년 5월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장애인의 치료와 요양, 사회적응훈련, 재산상의 이익 등을 보호할 의무를 가족 등 보호의무자에게 지우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반복적인 난폭 행동과 주변의 사회적 낙인, 생계유지 등의 문제에 놓이면 이 같은 가족 중심의 돌봄체계는 흔들릴 수 있다. 정신장애인들을 지역에 있는 재활훈련시설에 입소시켜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기도 하지만 이들 시설은 수적으로 충분하지 않다.
일부 정신장애인들의 가족들은 돌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강제입원을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입원 역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되긴 힘들다. 현재의 입원 치료는 약물 치료와 전문의의 면담 등을 통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으나 바로 완치하기는 힘들며, 이 때문에 퇴원 이후의 지속적인 관리가 더 중요한 것이다.
국내 정신의료기관들의 한계도 있다. 이동우 인제대 교수는 “현재 대학병원의 정신과 병동이 점점 축소되는 등 환자를 집중치료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해지고 있고, 지역 병원들은 의사 1명당 맡은 환자가 많고, 시설도 낡아 효과적인 치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향후 수가 체계를 개편해 저강도 치료·장기입원 행태를 개선하고, 시설과 인력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치료여건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신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병원에서 나온 정신장애인들은 다시 가족이 돌보는 경우도 있으나, 입원 과정에서 가족들과 불화가 생겨 가족들과 떨어져 살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이들은 아예 돌봐줄 가족이 없기도 하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혼자 살아가며 지속적인 정신질환 관리를 해야 하는데,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로 빈곤에 빠진 경우가 많다.
현재 정신장애인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연금을 통해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마련하는 게 가능하지만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김문근 대구대 교수는 “정신장애인들의 기초생활급여와 장애인연금 수급률은 각각 55%, 30%에 불과하며, 두 가지 급여를 함께 제공받는 대상자는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자립생활을 위해선 직업재활 및 고용지원 등의 대안적인 소득지원 방안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주거 공간을 지원하고, 사회와 단절되지 않은 채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신질환자들이 소규모로 함께 살며 사회생활도 경험하는 ‘그룹홈’ 형식의 주거 공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형태의 주거 공간들은 2005년 정신재활시설 운영지원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된 뒤 지자체의 재정 문제로 확충이 쉽지 않은 상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423220600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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