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일자리 장벽, 청각장애인 손으로 허문다"
작성자 2019-01-07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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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일자리 장벽, 청각장애인 손으로 허문다"
원목 소품업체 김태수 대표, 장애인 자립 돕는 공방 만들어
“제품 포장하는 데 ‘뽁뽁이’는 몇 미터나 들어갈까요?”
“다섯 번 정도는 감아야 할 것 같은데….”
김 씨가 어렴풋하고 어눌한 말투와 진지한 손짓을 하면 옆에 있던 수어(手語)통역사 정혜경 씨(56)의 손이 바빠진다. 정 씨가 김 씨의 뜻을 전하자 제품원가를 계산하던 강신원 씨(24)가 “아이고…” 하며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청각장애인인 김 씨는 원목으로 디자인소품을 제작 및 판매하는 ‘메인오브제(main objet)’ 대표다. 김 씨가 제품을 만들면 성균관대 학생들이 판매한다. 마케팅과 홍보도 학생들 몫.
김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뇌수막염을 앓고는 혼수상태에서 사흘 만에 깨어났다. 목숨은 건졌지만 청력을 잃었다. 동네 골목대장이던 그의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친구 관계 유지도, 공부도 벅찼다. 하지만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교까지 일반학교를 졸업했다.
“어린 저에게 특별한 의지가 있지는 않았어요. 부모님께서 ‘좀 고생하더라도 일반학교를 다니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다녔을 뿐이죠.”
사춘기 시절에는 마음고생도 했지만 일반학교를 다닌 덕에 사람과 어울리고 새로 배우는 데 두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두려워’했다. 5개 대학에서 입시 면접을 봤지만 “청각장애가 있으면 수업을 듣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러시아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귀국해서는 대학원에서 국제수화통역을 전공했다. 이후 나사렛대 등에 출강했지만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던 김 씨는 2007년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DIY(Do it yourself·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기) 유행이 일었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스스로 만든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으로 공방에서 일주일에 두 번, 열 달 동안 목공을 배웠다. 서울농아인협회 구로지부에서 활동하며 취미 삼아 목공품 제작을 꾸준히 했다.
그런 그에게 2015년 초 성균관대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 학생들이 접촉해 왔다. 인액터스는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리더를 양성하자는 취지의 동아리다. 다른 장애인에 비해 수어만 할 수 있으면 사회생활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청각장애인의 자아실현과 경제문제를 사업체를 만들어 해결해보자는 게 학생들 구상이었다.
“고용되지 못하는 것이 속상했는데 사업주가 돼 스스로를 직접 고용할 수 있다니, 멋졌습니다.”
김 씨와 학생들, 수어통역 재능기부자 정 씨가 의기투합해 반 년 넘는 회의 끝에 그해 9월 원목 인테리어 및 사무용 소품을 제작하는 메인오브제를 만들었다. 매출이라야 미미하지만 그래도 포기는 없다.
마케팅 담당 이소연 씨(23)는 “지난해 12월 궁리 끝에 편백나무 수면등에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새겨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매출이 140만 원가량 됐다”며 “적어 보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큰돈”이라며 웃었다. 메인오브제는 수익 사업을 넘어 다른 청각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뛰고 있다. 김 대표가 농(聾)학교에서 하는 목공 수업에 반응이 좋은 데 착안해 청각장애인들이 목공을 배울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서울시 뉴딜형 일자리 사업인 ‘우리 동네 전담 예술가’ 사업에 지원했다. 디자인 전공 청년예술가와 소상공인을 일대일로 만나게 해 점포 환경 개선을 꾀하는 사업이다. 김 대표와 학생들은 공방을 청각장애인 목공 교육에 적합하게 꾸미고 있다.
김 씨는 “문재인 대통령 구두를 제작했다는, 청각장애인을 직원으로 둔 업체가 도산할 뻔했다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10억 원 가까운 성금으로 살아났다고 한다.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고도 장애인이 어디서든 교육과 사업에 관한 지원을 받아 자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10703010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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