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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오를라' 막막한 장애인시설

작성자 2018-09-13 최고관리자

조회 569

 

 

 

'임대료 오를라' 막막한 장애인시설 

 

 

 

 

 

 

 

[경향신문] ㆍ서울 마포 ‘한벗둥지’…“변두리·시골로 가야 하나”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호소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장애인 복지시설 ‘한벗둥지’에서 장애인 진권씨가 권영수 시설장의 도움을 받아 마당으로 나오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지난 11일 뇌병변 장애 1급인 이모씨(31)는 자신의 방 책상에 <사회복지실천론>을 펴놓고 공부에 몰두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교재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그는 5년째 자격증 시험에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는다. 자격증을 따면 자립하려고 한다. 뇌병변 장애 1급 진권씨(32)는 날씨가 좋던 이날 오후 휠체어를 타고 잠시 산책을 나갔다. 연극을 좋아하는 그는 빨리 연극 연습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한벗둥지장애인단기보호시설’ 소속 최중증 뇌병변·지체 장애인들은 자유로운 일상을 누린다. 대형 시설과 달리 10명의 소규모 인원이라 규율이 적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논다. 시설장 사무실에도 들락날락하며 격의없이 지낸다.

장애인들은 최근 평화로운 일상이 사라질까 봐 걱정이 커졌다. 마포구 땅값이 1~2년 새 급등하면서 임대료도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땅값이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눈앞에 닥친 것이다.

마포구는 최근 서울에서 가장 많이 땅값이 오른 곳이다. 성산동도 그 영향을 받는다. 264㎡(약 80평) 규모, 2층 단독주택인 이 시설 임대료는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 400만원이다. 2015년 1월 이 액수에 계약했다. 시설이 처음 생긴 2006년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30만원이던 게 보증금은 4배, 월세는 2배가량 올랐다. 집주인이 2017년 1월 재계약 때는 인상하지 않았다.

권영수 시설장이 말했다. “올해 말 재계약 때 인상할 가능성이 크죠. 임대료가 오르면 현재 후원금과 이용료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벅찰 것 같아 걱정이 커요.”

현재 임대료도 겨우 메운다. 집 살 여력은 없다. 마포구청이나 서울시청에서 공간을 제공해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대형 시설에 비해 대형 기업·기관의 지원도 부족하다.

시설을 옮겨도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다. 장애인보호시설의 경우 경사로와 화장실 크기 등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휠체어 리프트 설치 등 건물 내부를 개조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허락할 집주인도 적다. 타 지역으로 이동하면 새로 인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조금 지원도 일시적으로 끊길 가능성이 있다고 권 시설장은 전했다.

공간 문제는 오래된 숙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난 8~9일 이틀간 모금 운동에 나섰지만 모은 돈은 150만원이 전부. 도움은 고맙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시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면 장애인들은 오랜 보금자리를 잃게 된다. 시설은 ‘장애인단기보호시설’로 돼 있지만 사실상 ‘장기’로 장애인을 보호한다. 보호자들 사정이 좋지 않아 최소 몇 년에서 최대 10년을 살고 있다. 임재은 서대문마포소규모복지시설연대 사무국장은 “보호자가 여건이 안되거나 마음이 없다. 이들은 영·유아 시설에 있다가 나이가 차 이곳에 맡겨진 것이라 갈 데가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 시설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최중증 뇌병변·지체 장애인을 장기로 보호하는 곳이어서 특별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거동 자체가 힘든 이들이 많아 대소변을 보는 것부터 음식을 먹는 것까지 도와줘야 한다. 이런 와중에 이 시설은 세무공무원 합격자도 배출해 독립시켰다. 수험생 뒷바라지를 해낸 셈이다.

대형 시설로 옮기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대형 시설은 수용자 수가 많아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쏟기가 쉽지 않다. 규율도 심하다. 독립·자립 의지를 꺾는다. 꾸준히 장애인 탈시설화 운동·논의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설 측은 임대료 지원이나 건물 제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방 변두리로 이동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지역사회 곳곳에 장애인보호시설이 있어야 보호자와 장애인 간 소통이 원활하고 사회 관심도 높일 수 있다. 장애인도 교통이 편리하고 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살 권리가 있다. 임 사무국장은 말했다. “서초동, 연남동 같은 곳에도 장애인복지시설이 있어야 해요. 장애인이라고 (사람도 문화도 없는 곳에) 모여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장애 인식도 개선될 수 있어요.” 10년째 이곳에 산 진권씨도 어렵게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었다. “다른 데보다 여기가 좋아요. 발음 교정도 하고 연극 공연도 하고. 마음에도, 건강에도.”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출처 : https://news.v.daum.net/v/20180912215947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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