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에 진정하기 위해 모인 활동가들이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만 65세 연령 폐지하라”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109명의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만 65세 연령 제한’은 명백한 자기결정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21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가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만 65세 연령 제한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두 진정인이 나와 109명의 목소리를 대표로 전했다. 진정인 중에는 65세를 앞둔 장애인이 98명으로, 장애인들이 노후 활동지원에 대해 가진 걱정의 깊이를 시사했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가 아닌 경우에만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이때문에 65세가 넘은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계속해서 받으려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 서비스 유형 전환은 장애인 당사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를 하루 최대 24시간 받던 사람도 65세가 넘으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편입되어 서비스 시간이 4시간으로 줄어드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진정인 최선자 씨가 1953년 이전 출생자(만 65세 이상) 대표로 발언하고 있다.
최선자 씨는 올해 만 67세로 1953년 이전 출생자(올해 만 65세 이상)를 대표해 발언했다. 그는 장애인활동지원이 중단되고 노인장기요양으로 바뀐 처지에 대해 말했다.
최 씨는 “자식도 가정을 만들고 자녀가 있다. 나만 보고 살 수는 없지 않나. 그동안 혼자서 활동지원서비스 받아 지내왔다. 그런데 노인장기요양으로 넘어가니까 하루 최대 4시간밖에 받지 못하게 됐다. 65세가 되면 차라리 죽으라고 하라”며 가족의 짐이 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이어 “(활동지원을 받지 못해) 요양원에 가게 생겼다. 거기서 살고 싶지 않다. 65세 돼서 활동하지 못하게 막고 가두면 죽으라는 거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진정인 김명학 씨가 1954년 이후 출생자(만 65세 미만) 대표로 발언하는 모습.
김명학 씨는 올해 만 60세로 65세를 앞두고 걱정하는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를 대표해 발언했다.
김 씨는 “중증장애인은 나이 먹을수록 활동지원이 더 필요한데 오히려 활동지원이 줄어드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만 65세 연령 제한을 철회하고, 더는 이런 말도 되지 않는 것으로 중증장애인을 우롱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진정인들은 "시설에서 10년을 살다 나왔는데 9년만에 (65세가 넘어) 다시 시설로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활동지원서비스는 단순 돌봄 서비스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노인에 대한 지원이 다른데, 나이만 가지고 서비스를 전환하는 것은 인권침해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기자회견을 마친 세 진정인은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만 65세 연령 제한'하는 법제도를 개선하도록 인권위에 진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김성연 사무국장은 “장애인활동지원은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인 한편,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건강상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받는 제도"라고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의 다른 점을 구분했다. 김 사무국장은 "그렇다면 현재의 제도는 장애인이 65세 넘으면 모두 집 밖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요양만 받으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활동지원서비스 제도에 강제적으로 65세 연령 제한을 두어 선택의 기회 없이 노인장기요양을 제공하는 것은 폭력적이다. 이는 현재 어느 국가에도 없는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자기 결정권과 선택권을 제한하는 법제도의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라며 "인권위가 이 사안을 명백한 장애인 인권 침해행위로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