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장애인의 날 뉴욕에서 범준이가 던진 화두
“지적장애인도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함께 살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9-07 09:47:20
“나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 저를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그러면 지적장애인도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내게 친절합니다. 엄마가 옆에 있으면요”
2012년 어느 날
“장애인들 하는데로나 가세요! 보아하니 애는 착하게 생겼네! 어짜피 000(예술대학) 갈텐데 여긴 뭣 하러 와요?”
그곳에서 어미는 몸이 굳어버렸다.
떨고 있는 내 손을 살며시 잡아준 건 범준이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엄마 집에 가자”
어떻게 운전을 했을까? 집에 도착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범준이는 샤워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아이는 아팠다.
“엄마 나 장애인이예요?”
계속 누워 있던 범준이가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게 물었다.
“엄마 나 장애인이예요?”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답답하기만 했다.
아니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했던 것 같다.
범준이가 생각하는 장애인은 장애인을 표시하는 마크처럼
외적인 불편함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에 대한 설명은 하지 못하고
“응”이라고 대답하며 꼬옥 끌어안았다.
우린 울지 않았다. 서로 울음을 참을 수 있도록 계속 안았다.
“그래서 애들이 나보고 장애인이라고 한거군요...”
지금 미소천사 범준군에게는 초등학교 때 모습이 전혀 없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무표정하며 조용히 미소 짓는 아이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A중학교로 진학할 때 범준군은 가해학생들을 피해 B중학교로 진학을 했었다. 그런데 A중학교에서 왕따에게 붙이는 이름이 범준이란 말을 전해 들었다.
상급학교에서 진학 상담과 면접을 하면서 범준이는 재학 중인 장애학생의 왕따 사례들을 시험 전에 직접 들었다. 긴장에 슬픔까지 더 해졌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당 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선생님과 학생들 대상의 장애인권 교육과 봉사를 제안했다.
그 후 고등학생이 된 배범준군의 음악활동은 더 활발해졌다.
제주도를 비롯해서 전국 교육청의 초청 연주는 물론 각 교육 기관의 연수에서도 첼로연주를 할 수 있었으며 발달장애 학생들의 다양한 앙상블과 오케스트라에서도 활동하게 되었다.
지도 선생님들의 사랑과 담당자님들의 봉사에 한없이 감사했다.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수많은 곳에서의 헌신과 노력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발달장애의 특성에 대해 준비된 곳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발달장애인의 소통의 한 부분을 ‘문제행동’이라 하여 인성의 다양성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멱살을 잡아 힘으로 제압하거나 비아냥과 무시하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발달장애인이 음악 활동을 하려면 연주는 잘 하되 조용하고 얌전하며 당사자간의 마찰 또한 스스로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처럼 주문되는 분위기였다.
장애인을 괴롭히고 무시하는 장애인은 실력에 따라 묵인되었고 속상함은 각자의 몫이었다.
무조건 헌신을 요구받고 강요받는 박애주의가 아니라면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에 필요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진정으로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제도이고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 단체라면 관계자 대상의 정기적인 장애에 관련한 교육 연수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장애이해 교육, 장애인식개선 등 함께 소통하기 위한 노력들은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그리고 비장애인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발달장애인을 향한 언행에 긴장과 두려움을 조장한 현장도 있었다.
진실은 본인 스스로만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발달장애인들의 표현이 어떤 기준에서는 어눌하더라도 그 실상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목격하고 두려워하게 되어 지금까지도 무서워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두 가지를 청구했었다. ‘진실 된 사과’와 ‘장애인 인권(이해) 교육’ 이었다.
결과는 두 가지 모두 기대할 수 없었지만 그로 인해 평화를 연주하는 미소천사 배범준은 유엔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확고해졌다.
수많은 개인, 단체, 기관들의 응원과 지원으로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드디어 2017년 세계장애인의 날 12월 1일 행사에 참여했다.
배범준군은 영어로 ‘장애인 인권’에 대해 연설했고 ‘희망’에 대해 언급했다.
“지적장애인도 사람입니다.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함께 살아요”
그리고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대해서도 자랑스런 홍보를 했다.
지적장애 첼리스트 배범준군은 계속 꿈을 꾼다.
‘평화’를 위한 꿈과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첼로와 평화를 연주 하는 미소천사 배 범준의 母 김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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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태영 (project-hi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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