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발표한 장애등급제 폐지안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우려를 표했다.
전장연은 복지부의 등급제 폐지안이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에 맞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참여해 완전하게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예산으로 보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24일 복지부에 촉구했다.
복지부는 지난 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현재 1~6급으로 분류되어 등급별로 서비스 급여량이 한정된 '장애등급제'를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즉 중·경증으로 단순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내년 7월부터 장애인 당사자가 활동지원급여, 보조기기 교부, 거주시설 이용, 응급안전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엔 서비스 필요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라는 새로운 판정 도구의 적용을 받는다. 이후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이동지원에 대해선 2020년, 장애인연금과 같은 소득·고용지원 분야에 대해선 2022년에 현재의 장애등급제를 대신하는 새로운 평가도구가 도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장연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복지부가 제시한 등급제 폐지안을 규탄했다. 전장연은 "복지부와 함께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를 꾸려 지난 2017년 10월 20일부터 10차례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다"라면서 "복지부가 제출한 내용에 많은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명확한 답변과 대안에 대한 결론이 없었고, 결국 복지부는 (장애계와 협의 없이) 등급제 폐지안 내용을 일부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전장연은 ‘장애인거주시설은 복지서비스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복지부는 내년 7월에 새로운 판정 도구의 적용을 받을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 4가지 중 하나에 장애인거주시설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장애인 탈시설을 이야기했고,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를 말했다"라며 "그러나 등급제 폐지를 발표하면서 복지부는 '격리와 배제'의 상징인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기준을 이번 종합조사표에 적용했다"라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이러한 복지부의 발표는 "중증장애인의 인권을 지속적으로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보조기기 교부'를 종합조사표 적용을 받는 복지서비스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전장연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장애인보조기구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겐 무상으로 보조기구가 제공되어야 한다”면서 "무거운 자부담으로 인해 보조기기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엔 눈감아 버리고, 마치 새롭고 대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은 복지부 발표는 민망하다"고 꼬집었다.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계가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에 대한 구상 없이 '응급안전서비스'만 내놓은 것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전장연은 "복지부는 그동안 ‘활동지원 24시간’에 대한 요구는 무시한 채, 그 대안으로 응급안전서비스를 언급해왔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은 여전히 종합지원체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장연은 "(복지부 등급제 폐지안에서) 보이는 것은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개인에게 맞추어 주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깔끔하게 정리한 조사표뿐"이라면서 "이번 조사표가 장애인의 삶과 권리를 자르는 도구로 활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