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아래 고용공단)에서 선정하는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에 중증장애인은 사실상 배제되는 요건이 평가 기준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모든 사업체에서는 의무적으로 1년에 1회, 1시간 이상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수요가 대폭 확대될 것이 예측되며, 고용노동부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직무에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를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핵심은 '최중증 배제 없는 일자리 만들기')
고용공단이 선발하는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강의 시연 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한 사람당 10분 이내로 강의시연을 하는데, 평가 내용에는 ‘태도/자세’, ‘내용전달력’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8월 1일 진행된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양성 강의시연평가 안내문’에는 평가에 대한 구체적 예시가 담겨 있다. 안내문 중 ‘강의시연 시 공통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에는 “목소리 변화 없음”, “불안정한 태도”, “몸과 다리를 계속 움직이고 있어 안정적인 자세 필요”, “말끝을 흐리지 말고 명확히 끝맺음할 것, 전달력 높았으면 함” 등이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 내용에 따르면, 언어장애나 근육장애가 있는, 특히 중증뇌병변장애인은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선발될 가능성이 대폭 낮아진다. 장애 특성상 목소리에 변화를 주거나, 몸을 움직이지 않거나, 정확한 발음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양성 강의시연평가 안내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 갈무리)
더구나 노동부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를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로 발표했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 내용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양성과정 참여자는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직무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가 될 거라고 알고 있는데, 평가 내용을 보고 중증장애인이 과연 이 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라며 "고용공단부터 중증장애인을 배제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일반 기업체가 장애인을 고용하길 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고용공단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공단 관계자는 "공단 이름으로 나가는 강사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일정 정도 갖추어야만 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전달력과 호소력이 필수적이라 중증장애인 중에서도 교육 전달에 지장이 없는 분들을 선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을 지급하고 강사를 초빙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의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강사 기준이 아니라 피강의자(강의를 듣는 사람)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추후에 언어장애나 근육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도 강사로 선발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변경하거나 중증장애인에게 가산점 등을 부여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고용공단 측은 "장애로 인해 목소리가 떨리거나 발음이 불분명한데 이런 분들을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산점을 주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중증뇌병변장애인 당사자인 김주현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이러한 평가 기준 자체가 차별이자, 장애인 당사자 강사의 필요성을 반증한다”라면서 “장애인고용공단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