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속해 있는 기관에서는 1년에 두 개의 발달장애인성교육전문가양성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들은 모두 필자가 직접 기획하고 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는 것들이다.
한 과정은 7월에 4회기에 걸쳐 운영되는 “3S-I”라고 하는 것으로, 발달장애인성교육의 철학과 이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이론 중심의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2월에 4회기 동안 운영되는 “Circles”라고 하는 것으로, 대인관계 및 사회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실천 중심의 과정이다.
20년 동안 다양한 장애인복지 실천 현장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 오고 있는 필자가 확신하는 것은 발달장애인들의 삶의 현장에서 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을 위한 성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발달장애인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들 가운데서 한 집단이 바로 그들과 늘 함께 하는 기관의 종사자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발달장애인이 있는 복지기관의 종사자들을 위한 발달장애인성교육 전문가양성과정을 2014년과 2016년에 각각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 두 개의 교육과정을 다양한 장애인복지기관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꾸준히 제공해 오고 있다.
혹자는 발달장애인성교육은 인간의 몸과 성에 대해 좀 더 많이 아는, 그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학교들에서는 보건교사가 그리고 거주시설들에서는 간호사나 물리치료사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성과 관련된 교육 및 훈련 사업을 집중적으로 하는 센터들의 소속 강사들이 학교나 복지기관에 와서 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한다.
벌써 오래된, 2000년대 초반에 필자가 경험한 한 가지 일이 생각난다.
필자가 특수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마친 수녀의 신분으로 그룹홈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성교육을 제공하고 있을 때이다.
한 학술행사에서 필자를 아주 약간 아는 한 사회복지학과의 교수님이 발달장애인성교육은 특별한 신분의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제공해야 정상화 철학에 맞다고 주장하였다.
또 2000년대 중반에 어떤 성교육 강사는 발달장애인성교육이 전문영역이기 때문에 성교육 강사만이 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한 방송에서 말하기도 하였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과 관련된 교육이 전혀 제공되지 않은 것보다 어떤 사람에 의해서든 교육이 이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낫다.
하지만 필자가 위와 같은 주장들과 현실을 마주하면서 갖게 된 문제의식은 발달장애인이 왜 성교육을 필요로 하는지 였고,
또 그 교육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왜 인간의 몸이나 성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여겨지는 분야의 사람들에게만 맡겨져야 하는가 였다.
이 두 가지 문제의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하였고, 그 결과가 바로 발달장애인들의 곁에 있는 종사자 즉, 전문가들을 위한 '3S-I'와 'Circles: 사회-성교육'을 만든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의 곁에서, 그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들을 많이 아는 사람들은 복지기관의 종사자들이고, 그리고 바로 그러한 조건들 때문에 그들이 발달장애인성교육의 가장 적절한 제공자라고 생각한다.
발달장애인성교육은 장애인들의 삶의 자리에 가까이에 있는, 그들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그래서 그들을 많이 아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필자의 이전 글들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발달장애인성교육은 단순히 인간의 몸, 생식, 성폭력 등에 대한 것들만을 다루는 게 아니다.
성교육은 발달장애인들이 몸과 성적 갈망을 지닌 한 여성 혹은 한 남성으로서, 이 사회 안에서 품위 있는 사회적 존재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요구되는 지식과 태도, 행동 등을 가르쳐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성교육에서 사회적 측면의 내용들은 인간의 몸과 생식에 대한 내용들,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발달장애인성교육이 그런 교육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할 가장 적임자 중의 한 집단이 바로 장애인들의 곁에 있는 학교의 교사들이나 복지기관의 종사자들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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