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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이해’하면서도 ‘사람’이 보이도록… 프랑스 장애인권 교육

작성자 2018-08-20 최고관리자

조회 485

 

 

 

장애는 ‘이해’하면서도 ‘사람’이 보이도록… 프랑스 장애인권 교육
9년 동안 4만 명의 학생에게 프랑스 장애인권교육 해온 패롱김영란
“우리 목적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와 만나는 경험 제공”
등록일 [ 2018년08월17일 15시28분 ]

패롱김영란(Perron Kim Youngran) 씨는 1993년부터 프랑스에서 장애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단편영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이들과 함께 장애인권교육협회 '수르스(SOURCE)'를 꾸려 장애인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장애인권교육이 학교 내 의무사항이 아닌 프랑스에서, '수르스'는 도청과 교육청을 찾아다니며 장애인권교육의 필요성을 설득해가며 지금까지 약 4만 명의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장애인권교육을 했다.

 

한국에서는 학교와 기업에서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제도화되어 있다. 그러나 짧은 교육 시간과 연 1~2회에 불과한 수업 회차로 장애인식개선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많은 의문이 존재한다. 어떻게 해야 교육의 효과를 담보할 수 있을까. 지난 13일, 노들장애인야학 4층 강당에서 패롱김 씨의 경험을 통해 효과적인 장애인권교육의 실마리를 찾는 시간을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가 마련했다.

 

1534486763_86062.jpg 프랭김영란 씨가 '프랑스 학생대상 장애인권 교육경험 워크숍'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패롱김 씨는 "프랑스에서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시간이 길다고 꼭 유의미한 교육인 것은 아니었다"라며 "짧은 시간 동안 학생들이 어떻게 '장애인'이 아니라 '그림을 잘 그리는 디디에', '책을 쓰는 파비올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잘 연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수르스에는 모든 유형의 장애인이 모여있다. 지체, 정신적 장애뿐만 아니라 사고나 노환으로 인해 현재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포함된다. 장애인권교육의 첫 단계는 장애인들이 서로의 장애를 '동등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처음에 모였을 때 다들 '내 장애가 가장 힘들다'는 인식이 깊었어요. 누구의 장애가 더 심각하고 덜 심각한 것 없이, 우리끼리 먼저 장애를 평등하게 바라보자고 했죠. 쉬운 작업은 아니었어요. 5년이나 걸렸으니까요."

 

서로의 장애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마친 후에는 모든 유형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팀'이 되어 학교에 교육을 나간다. 만약 특정 유형 장애인이 없으면 해당 장애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2~3분짜리 단편 영화를 상영한다. 또한, 모든 팀원은 모든 장애 유형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고 있다.

 

교육에서는 프랑스의 장애인 정책이나 법, 제도 등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하게 전달하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관계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패롱김 씨는 현재 팀원들과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토요일에 무슨 영화를 봤는지까지 알 정도로 친해졌다. 그는 이러한 친밀감이 교육의 핵심이자 토대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교실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이미 아는 거예요. 저 사람들은 되게 친하구나. 재밌어 보인다. 그런 걸 학생들은 더 봐요. 그리고 이렇게까지 생각하죠. '아, 나도 장애인 친구 한 명 있으면 좋겠다.'"

 

관계성을 통해 학생들에게 인식시키고 싶은 것은 장애인의 '장애'가 아니라 '사람'이다. 교육이 끝나고 난 뒤에 학생들이 '오늘 우리 반에 척수장애인이 왔었다'가 아니라 '그림을 멋지게 그리는 디디에가 왔었다'라고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제가 함께 자주 교육을 나가는 팀원 중에 다운증후군을 가진 파비올라라는 분이 있어요. 파비올라는 인생 계획이 뚜렷해요. 한 5년 동안 계속 '난 책을 쓸 거야'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더니 정말 책을 쓴 거예요. 그리고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죠. 파비올라를 통해 우리가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거예요. 여러분 중 이렇게 뚜렷한 계획을 세운 사람이 있나요? 장애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여러분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나요?"

 

장애보다는 사람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장애에 관한 설명은 최대한 과학적으로 한다. 장애는 개인 내면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패롱김 씨는 "언어장애가 있는 장애인 당사자가 교육을 나가면, 아이들에게 '이 사람은 왜 말을 어눌하게 할까?'라고 먼저 묻는다. 그러면 '바보라서'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다"라며 "그러면 왼쪽 뇌 어디를 다쳐서 수술 후에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충격을 받았다, 사고력은 그대로지만 혀가 마비되어서 이야기가 잘 안 나온다고 설명을 한다. 정신적 장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장애는 '이해'하고 장애인의 인격은 '느끼게' 된다고 페롱김 씨는 설명했다. 이러한 '이해'와 '감각'의 과정을 수월하게 끌어내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에 맞춘 교육방식이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교육은 짜인 커리큘럼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없어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교사들로부터 학교의 분위기는 어떤지, 학생들의 성향은 어떤지, 나중에 이공계열로 갈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예술을 할 사람이 많은지 등을 세세하게 묻고 정보를 받아요. '관객'이 누구냐에 따라 효과적인 교육방식은 다 다르니까요."

 

이공계열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있는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장애인 보조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가만히 이야기를 듣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과는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함께 몸을 부딪친다. 이런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정말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한다.

 

"'장애인인데 애는 어떻게 낳아요?', '화장실을 왜 그렇게 자주 가요?' 같은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저희는 그때부터 희열을 느껴요. 아, 우리가 이 아이들과 제대로 만나고 있구나. 얌전히, 조용히 앉아서 '마땅히 해야 하는 말'만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정말로 궁금하게 여기는 것을 물어보는 것에서부터 진짜 관계가 시작되잖아요? 이런 질문에 답하고, 이야기가 점점 쌓여가다 보면, 나중에 저희가 교육을 마치고 집에 갈 때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당신이 그린 그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달라, 책은 어디서 파냐, 우리 옆집에도 너랑 비슷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이전엔 잘 몰라서 무서웠는데 이젠 아니다 같은 말을 왁자지껄 늘어놔요. 장애인 팀원들은 이 맛에 교육하러 더 열심히 나오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맛이요."

 

수르스의 장애인권교육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할 때는 40분씩 2회, 중・고등학생은 45분씩 3~5회로 진행된다.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워크숍에 참석한 장애인권강사 한 명이 "그렇게 짧은 시간에 아이들이 극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신기하다"라고 하자 패롱김 씨는 "오랜 시간 교육한다고 효과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충격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이런 극적인 변화는 프랑스 사회가 기본적으로 장애에 열린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패롱김 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아직도 장애인을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보는 인식이 많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2005년에서야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나왔어요. 이걸 '2005년법'이라고 부르는데,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딸이 장애인이었거든요. 그래서 시라크 대통령이 장애인 권리 증진을 국정운영의 주요한 의제로 삼고 밀어붙였죠. 그렇게 해서야 겨우 2005년법이 만들어진 거예요. 아직 장애인 거주시설도 많고요, 2005년법 때문에 장애학생들의 입학을 학교가 거절하진 못하지만, 정작 교사들도 장애인에 관해 잘 모르니 '우리 반에만 안 왔으면' 하고 몸을 사리죠.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1534487311_73255.jpg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패롱김 씨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몇 시간 동안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인식은 변화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굳이 길고 오랜 시간 동안 자주 만나지 않더라도,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않더라도, 태도와 인식을 바꿀 방법을 고안할 수 있었다.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직접 만나는 게 중요하니까,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장애인 당사자가 아주 많이 가요. 사실 저희 교육이 16시간 교육하면 1500유로, 한화로 약 180만 원 정도 지원을 받거든요. 이걸로 교육에 필요한 물건도 사고 단편영화도 만들고. 빠듯하죠, 사실. 하지만 장애인 강사들이 경제적 보상을 바라고 오는 건 아니라서 이렇게 여러 사람이 팀으로 교육을 하러 갈 수 있지요. 강사들이 뭘 바라고 오냐고요? 학생들과 인간적으로 만나게 되는 경험, 재미, 자존감, 그리고 일종의 사명감이요. 그리고…. 책도 팔고?(웃음)"

 

그는 워크샵을 마무리하면서 "우리의 방법이 한국에서도 유효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웃으며 "그래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고, 이렇게 한국에서도 장애인권 교육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장애인권교육이 제도화될 정도로 정착되었다고 하니, 이제 그 안에서 효율적으로 교육할 방법을 고민하면 될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저희 팀이 하는 방식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방법으로 정말 많은 변화를 체감했어요. 한국에서도 여러 방식을 시도해보시고, 강사분들도 혼자가 아니라 더 많이 모여서 고민하고, 무엇보다 장애인 강사가 가능한 한 많이 함께 교육할 방안도 꼭 고려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 http://www.beminor.com/detail.php?number=12493&thread=04r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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