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영화관에서 영화감독이나 평론가 등을 초청해 작품 해설하는 프로그램에 문자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30일, 해당 영화관에 청각장애인이 프로그램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자통역 제공을 권고했다.
지난 4월, 보청기구를 사용해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도 난청 2급 청각장애를 가진 A씨는 한 영화관에서 진행하는 작품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영화관에 문자통역을 요청했다.
하지만 영화관은 A씨가 요구한 문자통역 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문자통역은 시간당 약 20~3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A씨에게만 과다한 추가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다른 참여자들과의 형평성과 비용 문제로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영화관 측은 이미 구비된 개인형 보청기구, 영화관 보조인력 제공, A씨가 섭외한 속기사는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동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문자통역 지원비용이 과도한 부담'이라는 영화관의 주장은 해당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으로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비장애인 고객들이 내는 요금과의 형평성을 따지며 거부하는 것은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한다며 시정조치 권고를 내렸다.
또한, 인권위는 고도난청 청각장애인은 영화관에서 제공하는 보청기구를 사용해도 들을 수 없고 영화관의 보조인력은 고객 응대와 상영관 동반 등 시설 편의 제공에 그치므로 해당 영화관이 이들에게 문화·예술활동 참여를 위한 실질적인 편의제공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 지원방안이 마련돼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