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3주, 발달장애인도 바쁜 것이 좋아
언젠가는 이 '숨 가쁜 3주'가 흔한 일이 되기를 소망하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7-24 10:02:48
진짜 바빴습니다. 그야말로 ‘숨 가쁜 3주’였습니다.
연속해서 회의, 행사, 강연, 인터뷰 등 일정이 빡빡했고 소소한 소통에서의 정상 근무도 당연히 수행해야 했던지라 그야말로 정신이 없이 보냈습니다.
7월이 되면서 곧장 숨 가쁜 3주가 시작되었는데요. 7월 첫 근무일인 2일부터 초점집단인터뷰(FGI, 특정한 연구를 위해 특정한 대상에게 진행하는 면접 조사 방식) 일정이 잡혀서 수행직원 자격으로 참석을 한 것이 일정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다음날에도 2일과는 다른 목적으로 FGI를 진행했는데, 이번에 차이점은 바로 일부 진행을 맡았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처음으로 진행하는 인터뷰 진행이었던지라 완벽한 진행은 아니었습니다.
4일에는 내근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3곳의 외근을 계속 뛰어야 했었습니다. 장애인개발원에 일이 있어서 다녀왔고, 소소한 소통 내부 업무 때문에 2곳의 외근을 뛰어야 했기 때문에 하루에 3곳의 외근을 뛰어야 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있었던 내근 시간에도 업무 겸 개인용 노트북에 내부 드라이버(하드웨어를 돌아가게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를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가 계속 떠서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시켜주는데 시간을 써야 했습니다.
5일은 내부 업무로 시간을 보냈지만 오전에 지출결의서를 5건이나 작성하느라 오전 내내와 오후 업무시간 일부를 떼서 그 업무를 해야 했었습니다.
6일에는 업무가 2건 있었는데 오전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강연을 진행하느라 성남까지 갔다가 다시 사무실에서 FGI 일정이 잡혀서 신분당선까지 타야 했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강연회의 주제는 제 직장 생활 경력으로 보여주는 발달장애인의 직장생활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발달장애인의 직장생활 경력에 대해 강연해달라고 하실 분 있으면 연락주세요. 덤으로 소소한 소통이 자체 개발한 쉬운 근로계약서 샘플도 대량 배포했습니다.
2주차에서는 11일과 12일이 바빴습니다. 11일에는 드디어 대망의 장애청년드림팀 14기 발대식이 열렸고, 저는 MC를 맡아 다른 팀의 비장애 여성 팀원과 합동으로 발대식을 진행했습니다. 발대식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지원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재활협회가 저를 지명한 일로 맡게 된 것입니다. 나중에 담당자 말을 들어보니 제가 말을 잘한다는 이유로 선발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12일에는 인천으로 외근을 다녀왔는데, 장봉혜림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소소한 소통 직원 전원이 외근을 다 같이 다녀오는 바람에 인천 연수구청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일부 질문을 맡게 되었고요. “지역사회가, 비장애인들이 발달장애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3주차에는 수, 목, 금요일 내내 사무실을 비우고 양평 코바코 연수원에 다녀왔습니다. 장애청년드림팀의 공식 행사였던 국내캠프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미리 소소한 소통과 합의를 했기 때문에 정식으로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1일에 얼굴만 제대로 봤었던 장애청년드림팀의 한국 연수단으로 온 아시아/태평양(올해는 파푸아뉴기니와 사모아 출신 장애청년도 참석했습니다.)에서 온 장애청년들과 다시 만나 재미난 이야기도 나누고, 장애청년드림팀 해외 연수단원들의 활동 계획안을 들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만 아시아/태평양 청년과의 시간은 영어로 진행되었지만 오히려 영어 청해 연습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니 다행이었습니다. 또한 저희 에스타스(estas) 팀도 영어발표를 했는데, 제가 하지 않았고 다른 팀원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다른 팀원에게 임무가 맡겨졌었습니다.
재미있었던 일은 ‘예쁜 누나’ 같은 인상의 베트남 청년이 있었는데, 누나인 줄 알았으나 담당자에게 확인하니, 제가 더 나이가 많았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 청년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다른 팀원들과 목요일 밤에 교류시간을 통해 한잔 하면서 얼굴도 익히고 수다도 떨었습니다.
그렇게 숨 가쁜 3주를 마치고, 21일 토요일이 되어 잠을 푹 자고, 저녁에 숨 가쁜 3주를 보낸 저에게 보상을 주고자 치킨을 시켜먹으며 마무리 했습니다.
저는 소망합니다. 바쁘게 보내는 이 일상이 특별히 소개해야하는 일상이 아닌 진짜 일상적인 일상으로 남기를 기원합니다. 그러나 이 일상이 특별히 소개해야하는 것은 그저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럴 지도 모릅니다.
발달장애인이 이렇게 숨 가쁘게 짧으면 짧고 길면 긴 기간을 보내는 것은 남부러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먼 미래에는 발달장애인이 ‘숨 가쁜 52주’(1년은 52주입니다.)를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이 성인기에 할 일 없이 보호작업장이나 주간활동센터에 가는 것이 질적 양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라고 평가받아 입소 경쟁이 비장애인의 대학입시보다 치열한 경쟁이 된 것은 진정한 아쉬운 일일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이 성인기에도 일상을 보낼 장소가 ‘집’ 아니면 ‘시설’ 두 곳에만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도 바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바쁜 게 좋은 것이라고. 언젠간 이 이야기도 그냥 사는 이야기 풀어 놓은 이야기로 남아주기를 간절히 빕니다. 그때는 엄청 흔한 이야기가 되기를. 발달장애인도 바쁘게 살고 싶습니다. 제가 겪었던 ‘숨 가쁜 3주’는 이야기 축에도 못 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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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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